"강력한 카리스마를 과시하던 최고경영자(CEO)의 시대는 갔다.
점점 '조용한 일벌'형 CEO가 각광받고 있다.
"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7일자를 통해 "주식회사 미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 CEO의 리더십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유형의 리더로 짐 맥너니 보잉 회장, 마크 허드 HP 회장, 마틴 설리번 AIG 회장을 꼽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AWSJ는 WSJ의 워싱턴 지국장이자 경제평론가인 앨런 머레이가 발간한 단행본 '이사회의 반란' 내용을 요약해 소개했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은 경영환경의 변화로 실무를 중시하는 조용한 리더십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새로운 성공 리더십 모델은 = 특히 짐 맥너니, 마크 허드, 마틴 설리번 회장 등 3명은 '조용한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AWSJ의 분석이다.
취임 이후 회사 주가와 실적을 크게 향상시킨 이들의 리더십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거창한 목표나 비전을 제시하거나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해 혼란을 주기보다는 제품의 질 향상, 판매방식, 서비스 등 각론의 개선에 집중했다는 것이 성공의 요인이다.
카리스마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따르라'고 요구하지 않고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조화를 중시하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규제당국, 주주, 기관투자가의 요구에 민감히 반응한다는 얘기다.
언론에 등장해 인터뷰를 하거나 유명 경영잡지의 표지에 등장하는 것을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비슷하다.
실제로 마크 허드 HP 회장은 "나는 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회사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CEO"라고 강조한다.
짐 맥너니 보잉 회장 역시 "나의 의견은 이사회 11명 중 1명의 견해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내가 취임 이후 경영 전략을 수정한 일은 없었다"며 "항상 회사를 망치는 치명적인 오류나 잘못은 각론에서 발생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용한 일벌'인 이들이 탁월한 리더십보다는 경쟁자들의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HP는 델의 판매 부진이, 보잉은 에어버스의 납기 차질에 따라 실적이 크게 호전되는 행운을 얻었다는 의견이다.
또 이들이 이전 CEO들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보상을 받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2006년 기준 이들 CEO 3명에게 지급된 연봉 합계는 2000만달러에 달했다.
◆ 미국 재계 리더십 변화중 = AWSJ는 새로운 리더십의 부상 배경에는 경영환경의 근본적 변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1960년대 이후 수십년 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미국 재계는 엔론과 월드컴 등 대규모 회계부정이 터진 이후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것. 일련의 사건들은 이사회의 CEO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켰고, 헤지펀드 연기금 주주행동주의자 규제당국 노조지도자 등등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모리스 그린버그 전 AIG 회장과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해리 스톤사이퍼 전 보잉 사장의 조기 퇴진이다.
이들은 각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지만 실적 부풀리기나 실적부진, 사내연애와 스캔들 등을 이유로 이사회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이사회는 퇴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철저히 '왕따'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AWSJ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비슷한 문제로 조기 사퇴한 '과거의 리더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명단에는 △회계부정 문제로 사임한 미국 최대의 주택저당채권 발행사 패니매이의 프랭클린 레인스 전 회장 △관절염 치료제 관련 소송에 따른 기업이미지 실추의 책임을 진 머크의 레이몬드 길마틴 전 회장 △내부 불화로 회사를 떠난 모건스탠리의 필립 퍼셀 전 회장 △연기금과의 갈등 끝에 퇴진한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전 회장 등의 이름이 포함됐다.
출처 : 매일경제[김은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