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오정규 무역투자진흥관
한·미 FTA가 지난 4월 2일 타결됐다. 일부에서는 한·미 FTA로 인한 이익보다 개방과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만 분명 한·미 FTA는 우리나라 경제·사회를 선진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면 개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몇 달 전 총 15권으로 완간됐다. 이 책은 기원전 753년 테베레 강 하류 작은 마을에 불과했던 로마가 어떻게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1200년 동안 제국을 유지하고 쇠퇴해갔는지를 다루어 역사서로는 드물게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로마가 ‘로마’일 수 있었고 유래 없는 번영을 이룬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외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한 열린 사고와 체제의 확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되돌아 보건대 우리나라는 60년대 수출입국을 기치로 내세운 이래 급속한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다. 70년대 오일 쇼크, 90년대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곳곳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심어왔다. 그 결과 조선, 반도체, 자동차의 경우 각각 세계시장 1위, 3위, 5위를 점유했고, 전체 경제ㆍ무역규모 면에서는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성장의 양과 질 모두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로마의 역사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대외 개방을 통한 선진시스템 도입으로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룬 것이다.
개방ㆍ경쟁 통한 선진시스템 도입이 ‘성장’의 열쇠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95년 국민소득 1만달러 돌파이후 우리나라는 12년간 국민소득 2만달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어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계속 높아져가고, 일본 등 선진국 핵심기술을 따라 잡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외형적 지평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한 단계 높은 개방이 필요하다. 바로 지난 4월 2일 타결된 ‘한·미 FTA’를 새로운 모멘텀으로 삼아 경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 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것이다.
한·미 FTA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위 규모 자유무역지역이 탄생했다. 한국과 미국은, 무역, 산업 및 기술에서 서로 보완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양국 모두 경제 전반에 걸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어 자동차ㆍ섬유ㆍ전자 등 주력산업의 미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또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사회 전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아져 나라 전체의 경쟁력과 국민 삶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밝은 면이 있는 만큼 어두운 면도 있다.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의 구조조정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이러한 기업이나 소속 근로자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성격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개방으로 인한 기업애로 ‘무역조정지원센터’서 해결
이에 따라 정부는 ‘제조업 등의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경영을 개선해 나가도록 지원한다. 오는 29일부터 시행되는 무역조정지원제도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 내 ‘무역조정지원센터’가 25일 문을 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 창업 및 경영개선 지원 관련 그간의 풍부한 노하우를 살려 각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지원을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역조정지원센터를 통해 각 기업은 무역조정에 필요한 자금·인력·기술·판로 및 입지 등에 대한 정보와 경영기술 컨설팅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단기 경영안정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자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총 21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무역조정지원(TAA: Trade Adjustment Assistance)제도는 미국이 지난 62년부터 도입ㆍ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무역조정지원을 받은 기업은 생존율 13.1%p, 매출증가율 17.7%p, 고용증가율 9.5%p 증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FTA 피해기업과 근로자의 원활한 구조조정 및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역조정지원을 받고자 하는 기업의 자구노력이다. FTA로 인한 시장개방 보완대책으로 마련한 무역조정지원제도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존중하고 이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은 기업의 역량, 노력여부에 따라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자칫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미 FTA 체결로 우리는 세계 최대 시장을 우리의 ‘안방’으로 만들었다. 개방은 많은 기회와 치열한 경쟁을 동시에 수반한다.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을 꾀하는 기업, 현장 애로사항에 귀를 열고 지원하는 정부의 노력이 어우러진다면 우리경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국정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