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단독 인터뷰
돈 쌓아두고서도 투자할 생각 안하니…
기업이 활력 잃으면 사회도 활력 잃어…
이번주 출장길 올라 美 교재사업 본격 시작
인터뷰=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기업인’은 사라지고, ‘관리자’만 남는 것 같아요.”
‘눈높이교육’으로 유명한 대교그룹 강영중(姜榮中·58·사진) 회장은 위험을 무릅쓰며 개척해 나가려는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며 최근 재계(財界) 분위기를 비판했다.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 사진=대교 제공 그는 2년 이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다가 최근 복귀했다. 2년 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국제배드민턴연맹 회장직 등 대외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송자(宋梓) 전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강 회장은 전문경영인들이 책임지고 경영할 수 있도록 사무실도 서울 봉천동 본사 회장실에서 나와 역삼동의 한 전세 사무실로 옮겼다. 작년 창사 30주년도 ‘셋방’에서 조용히 맞았다.
그런 그가 다시 회장실로 돌아온 것은 그런 ‘답답함’이 작용한 것 같았다. 그는 “현장에 돌아온 것만 해도 답답함이 많이 사라진다”고 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신(新)사업 진출도 없고, 돈을 쌓아만 두고 투자하지 않았어요. 가장 안타까운 건 일에 빠져서 미쳐보는 것, 스스로 책임지고 밀어붙이는 것,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전문경영인들의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냐”고 묻자 강 회장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환경이 더 문제”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전력 투구할 수 있는 의사결정 시스템과 그런 시스템을 운용할 사회적 기반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됐다”고도 했다.
그룹의 주력회사 ㈜대교는 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던 2004년 매출 8392억원에서 2005년 8154억원, 작년 8350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영업이익은 2004년 900억원에서 작년 616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활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강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회사를 눈높이사업부문과 신규사업부문 2개로 재편하고 해외 사업 등 신규사업을 활발히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인데 신규사업에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고 묻자, “기업인은 늘 리스크(risk)를 안고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결과에만 연연해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렇게 되면 결과주의, 형식주의만 만연하게 되죠. 그런 사람 일은 참 잘합니다. 보고서도 멋지게 만들고,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도 아주 멋있게 하고…. 그러나 머리뿐 아니라 뜨거운 가슴이 있어야 해요. 사소한 예일지 모르지만 저는 (학습지) 회원 한 명을 모집하면 1점을 줬고, 한 명이 탈퇴하면 1점이 아닌 3점을 깎았습니다. 물론 비합리적이죠. 그러나 그런 정신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런 열정이 있어야 위험도 흔쾌히 감수하며 열심히 일하게 되죠.”
경남 진주 출신인 강 회장은 1976년 기름종이를 철필로 긁어 등사기에 민 학습지로 사업을 시작해 30년 만에 국내 1위 교육기업으로 키운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이제 해외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번 주 미국 출장 길에 올라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세워 수학·영어 교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동안 미국 현지 학교에 시범프로그램으로 제공했던 자체 브랜드 ‘이노피(E·nopi)’ 수학과 영어 교재가 큰 호평을 받고 정식 채택되고 있다”면서, “선진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한 후 해외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교재를 어떻게 개발했느냐”고 묻자, “학습지 개발능력과 사업 노하우는 우리가 최고”라며 “영어교재라고 우리가 못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사업에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면서, “미국 교육시장에서 선전(善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교는 서울 은평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를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교육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을 피했다. 거듭 재촉하자 “무엇이든 한 곳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면 무리가 생긴다”고 운을 뗐다.
“학교 교육이 모든 걸 책임지겠다고 할 게 아니라 다양한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를 하면 안 된다는데 줄을 세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습니다. 그걸 막으려 할 게 아니라 학과공부 말고 여러 가지 다른 줄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죠.”
출처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