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성공 경영 김만중씨
1930~195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던 레코드판 표지, 배우 사진, 초상화, 자동차 부품….
얼마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들렀던 레스토랑의 벽면을 가득 채운 장식물 목록들입니다. 두말없이 20세기 초반 미국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식당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러한 대형 레스토랑이 10여개 있습니다. 모두 한인(韓人) 사업가 김만중(사진)씨가 운영하는 사업장입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중심인 유니언스퀘어를 중심으로 가장 ‘미국적’인 레스토랑 체인을 갖고 있었습니다.
김씨가 성공하기까지는 여느 이민자와 달랐습니다. 문을 닫은 식당을 인수해서 리모델링하고 다시 문을 열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김씨의 레스토랑 중에는 ‘시어스’란 곳이 있습니다. 아침 8시면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이 스웨덴식 프렌치 파이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 레스토랑 역사는 70년이 넘습니다. 1936년 스웨덴 이민자가 문을 열었다가 2004년 부도가 났고, 김씨가 이를 인수한 뒤 다시 줄을 서게 하는 레스토랑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나머지 레스토랑 체인점 중 상당수도 김씨가 인수한 뒤 다시 고객들을 불러모은 곳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김씨가 손대는 레스토랑마다 성공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인들이 이곳에 오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아서입니다. 시어스 레스토랑에서 30m 떨어진 로리스 레스토랑 한복판에는 1950년대 유행하던 포드차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곳에서 햄버거, 감자튀김을 먹으며 추억에 빠진다고 합니다.
김씨가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는 1972년 도미(渡美)한 뒤 샌프란시스코 인근 대학에서 미국역사를 전공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김씨는 “1930년~1950년대 미국 골동품을 모으는 게 취미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졸업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샐러드 가게를 열어 목돈을 쥔 뒤 지금의 레스토랑 그룹으로 키웠습니다. 김씨는 유니언스퀘어가의 상인연합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주변 교회에도 많은 기부를 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습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아라’는 모든 사업가와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명제(命題) 중 하나입니다. 이역만리에서 성공한 김씨를 통해 소비자 마음을 잡는 방법을 연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출처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