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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커버스토리]배려와 돌봄에 그들은 감동한다2007-04-05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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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바꾸는 힘 모성리더십, 우리사회 성공케이스 4명 사례

“힘과 부드러움의 조화, 배려와 협동의 리더십이 조직을 바꾼다.”
세상은 남성과 여성의 힘이 맞물려 돌아간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타율적 규율, 힘의 논리, 감성을 배제한 이성과 합리의 과도한 강조가 전통적 남성 리더십의 특징이다. 그러나 그 반대편의 리더십도 있다. 수직적인 관계보다 수평적인 관계의 강조, 배려와 돌봄의 미덕, 영웅적 인간보다 관계지향, 협동적 인간을 더 높이 평가하고 그런 장점을 조직의 힘으로 전환한다. 그것이 바로 모성적·여성적 리더십의 모델이다. 통제에서 상호영향으로 진화하는 리더십의 본령을 우리 사회의 걸출한 4명의 리더를 중심으로 집중 연구했다. <편집자 주>

김인식 프로야구 한화감독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모성형 리더십

작년 WBC의 영웅 김인식 감독은 사람은 좋아도 절대 방임하지 않는다. 팀워크를 중시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뚫고 있다. 전날 선수들이 술자리를 가졌다면 누가 주도해 어떤 선후배들이 그 자리에 참석했는지 귀신같이 파악한다. 그러나 경고는 부드럽고 간접적이다. 반드시 코치를 통해 레드 카드를 보내고, 그 선수가 자성해 돌아올 때까지 참을성을 갖고 기다린다. 김인식 리더십의 본질은 ‘감성’과 ‘모성’에 기초하고 있는데, 그 키워드는 꼼꼼함과 배려다.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에게서는 프로 냄새를 느끼기가 힘들다. ‘사람 좋다’는 평이 주는 느낌은 ‘유능’보다 ‘무능’에 가깝게 마련이다. 스포츠계에서는 소위 ‘용장’ ‘지장’으로 분류되는 지휘관보다 ‘덕장’이 성적을 잘 내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김 감독은 프로야구 명문팀 두산을 9년이나 지휘했다. 해태를 18년간 이끈 김응용 전 삼성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성적도 첫 해인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1999년 페넌트레이스 승률 1위, 2000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4년 연속(1998∼2001) 포스트 시즌 진출 등 ‘사람 좋은’ 감독이 거둔 성적치고는 발군이다.
그에 대한 야구 담당 기자들의 평도 ‘합리적’ ‘자상함’ ‘이해심’ ‘흡인력’ ‘포용력’ ‘친화력’ ‘소탈’ 등 인간적 면모에 대한 평가 일색이다. 그러면서 주위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카리스마가 있다고 덧붙인다.

그가 해태 코치로 선임돼 광주로 내려가던 중 OB(현 두산)의 한대화가 해태로의 트레이드에 반발해 은퇴를 불사하겠다고 버틴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에 들러 설득한 일, 해태의 머리 큰 선수들이 김응용 감독에게 반기를 들려고 할 때 이를 다스렸던 일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사람을 다루는 능력의 출중함은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항명으로 지리멸렬한 OB를 맡아 첫해에 우승시킴으로써 ‘공인’받기도 했다.

2003년 말 두산 감독 시절에는 선동열이 후임 감독 물망에 올랐다는 설이 나오자 바로 재계약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3년 계약기간마다 한 번씩은 성적을 냈고, 덕분에 한·일 수퍼게임 감독, 시드니올림픽 코치, 아시안게임 감독도 했으니 두산과 함께한 9년은 꽤 좋았던 것 같다”고 감상을 말하면서도 같이 일했던 코치들을 걱정했다.

쌍방울 감독을 그만두고 쉬는 2년 동안 자신은 경기를 보고, 신문에 칼럼을 쓰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선수를 돌봐주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나중에 코치들이 생활고를 겪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임기 중 퇴진하는 후배 감독이 있으면 “감독은 그만둬도 남은 기간 연봉을 받지만, 감독을 믿고 따라온 코치들은 실업자가 돼 어려운 생활을 한다. 반드시 코치를 돌봐주라”고 조언한다.

김 감독의 이 같은 리더십은 야구장 너머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가 있다. 모성처럼 편안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고 그 효과는 지속적이다. 쥐어짜는 리더십은 야구장 안에서 사그러들지만 유장한 리더십은 어머니의 대지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실패와 좌절로 점철된 수많은 야구선수들이 그의 품 안에서 멋진 재기에 성공한다.

대웅제약 최수진 박사
강약 조절하는 리듬의 리더십

대웅제약 최수진 박사(39·중앙연구센터장)는 국내 최초로 신체 내 활성물질 ‘코큐텐’ 합성에 성공한 의약과학계의 여성 리더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은 초고속 승진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 대리 2년 만에 과장을 달고, 그후 1년반 만에 차장, 또 2년 만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과장 말년이나 차장 1년차인 동기들에 비해 5년 정도 승진을 ‘단축’했다.

그의 연구 분야는 생산과 연관돼 공장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케미컬 섹터다. 부하직원들은 남자가 대부분이다. 프로젝트 리더일 땐 팀원 4명이 모두 남자였고, 팀장일 때는 20명중 여자가 단 2명이었다. 센터장을 맡고 80명으로 부하직원이 늘어났을 때도 남자가 7 대 3 정도로 많았다. 지금도 같은 팀을 이끌고 있으며 여전히 대다수의 부하 직원은 남성이다.

그는 최근 대웅제약의 해외 진출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해외진출을 도모할 때 마케팅이나 생산분야보다 연구소를 첨병으로 내세운다. 현재 인도에 연구소를 진출시켰고 중국과 미국에도 연구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의 핵심 사업 분야를 이 정열적인 여성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강약이 조화되는 리듬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흔히 여성적 리더십의 특성을 ‘부드러움’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오히려 정직과 소신, 강력한 추진력을 여성 리더십의 특성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파워가 반드시 여성적 부드러움에 의해 보완돼야 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추궁하거나 무조건 어루만지는 리더십은 어떤 경우든 바람직하지 않다. 강약의 리듬을 지속하는 것이 내기 실천하고 이는 리더십의 요체다.”

그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관계라 생각했다. 같은 말이라도 감정 상하지 않게 한번 더 생각한 후 말하고, 가정생활도 가능하면 배려하도록 노력했다. 회사와 가정생활이 모두 편해야 좋은 성과도 낼 수 있고, 또 혼자 일해선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같은 배려는 그러나 감정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다른 ‘모성’리더십과 다른 점이다.

“남성 직원들은 비전과 발전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 그들의 이런 성취욕을 어떻게 배려하고 충족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나는 이 점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일정한 성과를 거둔 직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걸맞는 인사고과 성적을 매기고 승진시킨다.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는 눈치보지 않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조직 전체가 활력이 생기고 그 힘은 강해진다.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추진하는 힘, 그것이 모성 리더십의 본령으로 생각한다.”

그는 또한 조직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술 마시고 노래방 가는 회식이야 남자상사와 마찬가지로 주재한다. 다만 예전처럼 상사 스케줄에 맞춰 진행되는 예고 없는 회식은 사라졌다. 일이 많으면 늦게 오거나 불참해도 질타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니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는 여성리더심의 특징인 모성성, 감성지향을 숨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여성성을 드러내면 낼수록 그 리더십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눈치보지 않기, 소신을 지키는 것이 여성리더십의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자들은 대개 개인의 사적인 감정보다 이것저것 안 따지고 회사를 위해서 정의롭게 일하는 경향이 있다. 또 위로 올라갈수록 포용하고 감싸주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자들은 높이 올라갈수록 권위주의적 경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것을 과감히 깨는 것이 모성 리더십의 발칙한 혁명이다. 강한 어머니는 구체적인 것, 실질적인 것을 지향한다. 형식적인 것, 권위적인 것을 타파해나가는 것이 진짜 모성적 리더십이다.”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
위대한 기업 만드는 힘은 감성 리더십

삼성가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 전면에 나선 정용진부회장(39)은 오랜 유학생활 등으로 외조부(고 이병철 회장)와 함께 한 기억이 많지 않다. 하지만 고 이 회장의 막내딸로 사랑을 듬뿍 받았던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영향으로 이 전 회장이 생전에 강조했던 ‘감성 리더십’에 푹 빠져 있다. 위대한 기업을 만들려면 모든 임직원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감성 리더십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정 부회장은 “외할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탁월한 감성이 없으면 보통의 경영자는 될수 있어도 위대한 경영자는 될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고 회고했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외조부의 가르침대로 덕망 있는 경영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그가 말하는 ‘덕망’이란 소프트한 것이다. 강한 것을 이기는 힘은 부드러움인데, 그것은 인간의 풍부한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은 부친 고 이병철 회장의 감성 리더십을 아들 정 부회장에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경영에서 탁월한 감성으로 발휘된 것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결국 사람이므로 정말 반해서 미치도록 따르는 사람 없이는 위대한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남이 자기에게 반하게 하려면 자기가 먼저 사람에게 반해야 한다. 사람에게 반하려면 따뜻한 인간미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남이 자기에게 반하려면 인간적인 매력도 있어야 한다.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면 아랫사람으로부터 존경과 더불어 사랑을 받을 수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라이프 스타일은 최근 달라졌다. 경영 일선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으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 몰두해 있다. 일종의 ‘내공 배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악기 연주, 음악 감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그는 거의 매일 2시간 가량을 웨이트 트레이닝에 할애하며 건강 챙기기와 몸매 만들기에 한창이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옷맵시 나는 몸매도 유지하기 위해 매일 땀을 흘린다는 게 정 부회장 측의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코 끝이 뾰족한 검은 구두와 고가의 검은색 줄시계, 연예인풍의 아르마니 정장을 즐겨 착용하는 자칭 명품족이기도 하다. 점심이나 저녁시간에는 가급적 외부와 약속을 줄이는 대신 싸 가져온 닭가슴살 등 저지방 고단백 식단 위주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술자리도 거의 갖지 않으며 초고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취미도 끊어버렸다. 몇 년 전부터는 첼로 연습에 몰두해왔고 최근에는 피아노에도 손을 대고 있으며, 뮤지컬과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자주 관람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감성 리더십은 그의 백화점 경영에도 관철되고 있다. 소프트한 분야인 식품사업에 대해 남다른 사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식품·음료박람회 ‘푸덱스 재팬2007’을 혼자 참관하며 식품업계의 최신 동향을 점검했다.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의 사업부별로 식품담당자들이 식품박람회에 참석했지만 그는 따로 박람회를 매년 찾고 있을 정도다. 그의 식품 사랑은 같은 제품을 파는 상황에서 신세계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식품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국의 반가공제품 포장방법과 상품, 소비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지사장
멀티플 업무수행의 ‘유연’ 리더십

채은미 지사장(45)은 이화여대에서 불어교육학 석사를 받고 대한항공과 프라잉타이어에 근무하다 1991년 페덱스코리아에 입사했다. 지난 2000년 페덱스 지상 운영부 이사, 2004년 북태평양 인사관리 총괄 상무이사를 거쳐 작년 9월 페덱스한국 지사장으로 취임했다.

채 지사장은 글로벌 페덱스그룹 내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1991년 입사 이래로 최연소 부장 승진(28세), 한국인 최초 북태평양 인사부 총괄상무 취임 등 기존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작년 9월에는 외국계 특송업체 최초로 한국인 여성 지사장에 취임했다. 유학 경험도 없는 아시아 국적의 여성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것은 페덱스뿐 아니라 동종 업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한국지사 지상운영부 이사를 맡았을 때는 현장에서 200명의 남성 직원들과 직접 부대끼며 신뢰를 쌓았다. 틈틈이 가진 식사와 회식자리에서는 200명의 직원 이름을 일일이 외워 불러주기도 했다. 남성 직원들의 마음이 그래서 열리기 시작했다.
취임한 후 그는 페덱스코리아에 적지 않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해 9월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과 미국 앵커리지공항을 잇는 직항 5편을 새로이 증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부권 공업단지를 겨냥한 천안 사무소를 개설했고 올해는 일산 사무소도 열 예정이다. 현재의 수원 사무소도 확장 이전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국내 물류시장은 최근 몇 년 간 10∼15%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파이가 급속히 커지면서 관련 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함께 현지화 전략이 중요한 화두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물류시장 강화를 위한 최적지로 꼽힌다.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물류 인프라를 갖춘 허브인데다,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와 현지화 전략. 그가 추구하는 전략은 탁월했던 전임 지사장 데이비드 카든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페덱스코리아는 오는 5월 28일부터 익일 중국 내륙 특송 서비스를 개시한다. 업계 최대 항공 운항 노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중국 최대의 생산지역과 전 세계 비즈니스 지역들을 긴밀히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중국내륙 특송 서비스는 중국 내 200개 이상의 도시에 정시 서비스와 편리한 배송 물품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채 지사장은 부드러움과 세심함, 그리고 멀티플한 업무 능력을 모성 리더십의 특징으로 규정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의 성공에 회의적인 인식이 많다. 그러나 여성은 일 처리가 부드럽고 세심하면서도, 멀티플한 업무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여성은 성공을 위한 잠재력이나 의지력이 매우 강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나 용기가 부족하여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도전정신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한기홍 편집위원 glutton4@naver.com>

출처 : 뉴스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