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로 본 삼성· 현대· LG 3大 그룹광고
3대 그룹의 광고를 보면 각 그룹 고유의 특성과 성향을 따라간다. 사업 분야나 제품의 특성상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업 유형과 일치한다.
■ 삼성 : 감각적이어도 결국엔 ‘기능’
삼성이 최근 출시한 ‘컬러 재킷 폰’ 광고에서 전지현이 한꺼번에 일곱 벌의 옷을 벗어 화제를 모았다. 이는 옷을 갈아입듯 휴대폰 커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전달한 것.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머리형 기업답게 ‘정보제공’에 초점을 두고 이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삼성 래미안’ 의 경우 ‘유비쿼터스’ 시대의 똑똑한 아파트를 말한다. ‘소음’을 줄여주는 아파트, 멀리서도 오래된 연인을 발견할 수 있는 ‘와이드 전망’을 표현하는 광고는 결국 래미안이 ‘기능적인 아파트’라는 의미를 던지는 것이다. 이밖에 하우젠 ‘은나노 세탁기’는 광고를 통해 은나노의 ‘살균’ ‘항균’ 기능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 현대 : ‘단순’하든지 ‘고품격’이든지
지난 90년대 말, 박진희의 ‘섹시한 각선미’가 화제가 됐던 ‘걸면 걸리는 걸리버’란 카피를 기억하는가. 지금은 사라져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지만 그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문구를 보면 단순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걸면 걸린다’ 라는 것은 ‘잘 터지니 다른 거 더 볼 필요 없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현대해상 ‘하이카’의 광고 슬로건은 ‘다 알아서 해주는 하이카’. 이는 ‘머리를 쓰지 않아도 맡겨만 주면 우리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카피이다.
‘고품격’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집에 담고 싶은 모든 가치’라는 슬로건으로 역사와 주거문화의 명품임을 강조한다. 비교분석을 싫어하며 ‘최고’를 지향하는 장형기업다운 모습이라 할 만하다.
■ LG : 디자인이나 ‘감성’에 호소
가슴형은 ‘디자인’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잘 나가는 여자에겐 선물하지 마라.’ 최근 출시한 LG ‘샤인폰’ 광고문구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닐 사람에게 가치를 부여하며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한다. ‘디오스 냉장고’ 광고는 어떤가? ‘여자라서 행복해요’ ‘여자 말을 잘 듣겠습니다’ 등의 카피를 통해 가전제품에 감성을 부여한다. 냉장고를 사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 전략이다.
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계열 분리를 했지만 GS건설 ‘자이’는 ‘모두가 꿈꾸는 곳’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미지를 전하며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인간미’넘치는 공간임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 ‘이성파’ · 현대 ‘행동파’ · LG ‘감성파’
‘에너지 원천’별 기업도 3가지 스타일 … 광고 전략도 그룹 특성 따라 제각각
사람은 힘의 원천이 신체 부위의 어디냐에 따라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CMC의식경영컨설팅의 윤태익 박사는 “머리의 사고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머리형(Brain Centered Type)’ 아랫배의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장형(Body Centered Type)’ 가슴의 감정 에너지를 쓰는 ‘가슴형(Heart Centered Type)’ 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만이 아니라 기업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현대, LG 등 3대그룹 역시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박사의 주장이다. 삼성그룹은 머리형 현대그룹은 장형, LG그룹은 가슴형이라는 분석이다. 각 그룹 특성에 비춰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윤 박사의 주장을 토대로 3대 그룹의 특성과 유형을 진단한다.
삼성 - ‘미래 지향’의 머리형 기업
‘머리형’은 ‘유비무환’ 스타일로 대부분 ‘이성파’ ‘계획파’ 등으로 일컬어진다. 매사에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합리성’과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관심 시제는 ‘미래’ 업무처리 의 핵심은 ‘철저한 계획’에 있다. 무엇보다 모든 일의 뼈대는 ‘논리적 근거’이다.
만약 아이가 벽장에 갇혔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뱃심이 좋은 장형은 “무조건 문을 부수고 아이를 꺼내야지”라고 말한다. 가슴형은 “아니야, 아이가 놀랄 테니까, 먼저 달래야지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머리형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선 꺼낼 방법부터 생각해야지”
‘지식경영’과 10년 후를 내다보는 ‘미래경영’이라는 경영철학을 가진 삼성은 전형적인 ‘머리형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삼성은 머리형 기업의 장점을 살려 하이테크 기술 중심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사업 분야도 최첨단 제품인 휴대폰, LCD, PDP, 반도체 등 기술주도형이다.
특히 연구개발(R&D)과 인적자원개발(HRD)에 집중 투자해 기술선도형 경쟁력을 갖춘 것은 머리형 특유의 정보와 자료수집 능력 등 지적인 장점을 경쟁력으로 승화시킨 덕분이다. 실제로 삼성의 조직문화는 협력보다 능력 있는 개인 중심적이고, 성과와 능률의 효율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건희 회장 역시 머리형에 해당한다. 평소 대외활동이 거의 없는 편이고 늘 미래를 내다보는 전형적인 ‘머리형 경영자’라는 평이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에는 큰 혼란을 맞을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평소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는 그가 가끔 침묵을 깨고 내놓는 말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담겨 있다.
현대 - 힘이 느껴지는 장형 기업
역동적이고 활동성이 강한 장형의 상징 단어는 ‘행동파’ ‘기분파’라고 할 수 있다. 도전을 좋아하며 강철 같은 의지와 추진력이 특징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고 내일의 성과보다는 오늘의 성과를 위해 더 매진한다. 또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존재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최근 개봉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이라는 영화에 등장하는 왕 ‘레오나디스’는 페르시아와의 전투를 앞두고 부하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라.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 영화의 주된 스토리는 300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스파르타 군대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페르시아 대군과 전쟁을 벌이는 것. 남들에게는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에게 후퇴란 없다. 무조건 돌진할 뿐이며 ‘승리’만이 존재한다. 이들 스파르타 군대는 ‘책략가’라기 보다는 ‘불도저’에 가깝다는 점에서 장형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범 현대그룹은 장형기업으로 분류된다. 사업영역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자동차, 중공업, 금융 부문이 분리되어 지금은 소규모 그룹이 되었지만 과거 범 현대그룹은 스케일이 큰 사업이 주종을 이루며 강력한 추진력을 요구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공격적인 경영과 추진력이 남다른 현대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자서전의 주인공인 故정주영 회장의 경영 스타일과 궤도를 같이한다. 그 역시 장형이다. 뚝심과 저돌적인 추진력을 요구하는 건설업을 첫 업종으로 삼아 현대그룹을 키웠다. 영역 확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형’답게 현대건설을 국내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시켰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역시 특유의 뚝심과 열정으로 대표되는 ‘장형 CEO’로 분석된다. 그는 작업복과 작업모 차림으로 생산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故정주영 회장과 마찬가지로 ‘현장경영’ ‘품질경영’을 강조한다. 올해로 만 69세의 나이지만 사무실보다는 비행기와 공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그는 ‘행동파’임에 분명하다.
» 3가지 유형별 특성
LG - ‘고객지향’의 가슴형 기업
가슴형을 상징하는 단어는 ‘감성파’ ‘낭만파’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감대 형성’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인맥이 능력’이라고 여긴다. 이들은 사교계에서 환영을 받으며 미적 감각과 센스가 뛰어나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슴형들은 사람과 많이 접촉했을 때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텔레마케팅분야에 종사하거나 음식점, 옷가게 등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에 몸담은 사람들은 가슴형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해요 LG’ 라는 광고 카피에서도 가슴형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LG의 조직문화는 화합·단결·협력이다. CI에도 가슴형 기업의 특징이 배어 있다. 따뜻함을 상징하는 빨강색 바탕의 ‘스마일 마크’가 바로 그것이다. 주요 사업은 고객과 친숙한 ‘생활 친화형 제품’이 많다. 처음부터 치약,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가슴형 특유의 이미지를 주며 서비스를 제공하던 B2C 사업 홈쇼핑, 편의점 등의 유통, 주유소사업 등은 GS로 계열분리 됐다.
하지만 LG는 전자사업이라도 휴대폰,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연구개발(R&D)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조차도 ‘고객 지향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가슴형답게 ‘제휴’와 ‘협력’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최근 제휴를 통해 ‘프라다 폰’을 출시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계열분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부터 사돈지간이었던 구씨와 허씨 가문은 60년 동안 ‘아름다운 동업’을 유지했다. 초기 투자단계에서 유명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합작경영’을 추진해 온 것 역시 ‘관계’를 중요시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너지 원천별 ‘3가지 스타일’의 특성
창업도 유형에 맞게 하라
장형 - 생산적이고 규모 큰 ‘제조업’
장형은 활동적인 성격에 걸맞게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업종을 선호한다. 그래서 규모가 있고 눈에 보이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에 관심을 보인다. 장형은 기본적으로 사업에 대한 욕심이 많고, 사람들을 거느리고 통솔하며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규모가 큰 제조업, 건축업, 중장비 사업, 운수업, 골프장 등을 운영한다.
이들은 또한 대지나 건물 등 부동산에 관련된 사업도 많이 한다. 임대업이나 농장운영, 주차장 사업 등 눈에 보이는 현물인 부동산이 이들에게는 재산으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템의 공통점은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활동해야 하는 업종이다. 장형의 타고난 아이템은 역시 소규모 창업보다는 규모가 있는 ‘사업’이다.
가슴형 - 사람들과 접촉 많은 ‘서비스업종’
가슴형은 인간관계를 잘 맺는 자신의 강점을 고려해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이들의 사교력은 서비스 업종에 적합하다. 창업 업종도 외식업종인 식당이나 커피숍, 레스토랑 등 이른바 먹는 사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각종 공연을 연다거나 인테리어를 아기자기하게 꾸며서 분위기가 독특한 곳으로 소문이 나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헤드헌터 사업이나 결혼 정보사업,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취미를 살려 애견숍, 미용실, 팬시점, 분식점 등 사람들과 가깝게 접촉할 수 있는 아이템에서 강점을 보인다.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즐길 수 있는 일이 바로 가슴형들이 중요시 하는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창업 업종이다.
머리형 - ‘전문직종’이나 ‘무형사업’
머리형은 이성파답게 머리 쓰는 사업을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사업을 해도 눈이 보이는 거창한 사업보다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전문직종의 1인 기업 형태를 선호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프로그래머, 칼럼니스트, 전문작가, 학원사업 등 자신의 일을 발전시켜 사업화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일종의 보이지 않는 사업, 무형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콘텐츠 관련 사업이나 온라인 사업처럼 작은 비용으로 큰 가치를 올리는 업종을 선호한다. 출판,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 교육 등 지식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머리형은 사람들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인점포에 가까운 형태가 더 적합하다.
윤태익 CMC의식경영 컨설팅 대표
출처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