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물가안정이 통화정책의 전부는 아니라며 금융이라는 통로를 통해 경제 안정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오는 4월3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한은소식’이라는 행내 사보와 가진 ‘특별대담’에서 “경제가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고 금융도 정상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소비자물가를 목표 이하로 안정시켰다고 해도 통화정책을 잘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한은의 적자와 이에 따른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에 대해 “한은의 적자문제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손상시킬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간을 갖고 해결해나가면 수지 문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총재는 성공적 통화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민간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대해서는 “남과 대화하고 설득하려면 사실에 입각하되 목전의 어떤 목적이나 이익 같은 데에 너무 휘둘려서는 곤란하다”며 “단어를 선택할 때 나의 의도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해석할지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커뮤니케이션에 크게 낭패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은이 처한 내외 환경이 크게 달려졌기 때문에 경영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승진이 적체되고 보람을 찾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젠 승진보다는 자기가 하는 일 자체에서 가치와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한은의 경영혁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비교한 한은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사실 창의성과 과단성 면에서 영국 사람들 한테 배울 것이 많고 동남아 중앙은행 사람들은 우리와 비교해 매우 개방적이고 국제화가 잘 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은 국내에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으면 무사안일해질 수 있어 스스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늘 비판적인 시각을 갖되 최종 판단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비관적인 낙관론자’라고 평가했다.
한편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8월에는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의 진통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원만한 조정을 통해 콜금리를 인상함으로써 통화정책을 선제적으로 운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내부 개혁을 적절히 추진하고 한은의 독립성 유지에도 힘을 실어줬다는 게 중론이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으며, 연말에는 예금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깜짝카드를 꺼내들면서까지 시중의 과잉유동성 감축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급등하던 집값을 잡는데 제대로 약발을 발휘한 반면 경기는 당초 예측했던 경로를 이탈하지 않은 채 완만한 조정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조직개편과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 도입에 주력했다. 경북 구미, 전남 순천,경남 진주 등 3개 지방지점이 폐쇄되고 소규모 팀을 통폐합했으며 1급 직원에 대한 호봉제를 폐지해 보수를 차등화했다. 또 1년마다 2회씩 실시하는 근무성적평가에서 5회 연속 하위 5%에 해당될 경우 징계, 대기발령, 명령휴직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개편했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김용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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