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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은 언제부터 사용했을까2005-11-01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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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명칭의 유래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언젠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회귀본능이 자리잡게 된다. 세월 앞에서 꿈도 희망도 변해서 사라져 가지만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은 고향의 모습만은 정지 화면처럼 머물러 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어머니 품속을 떠나듯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고향은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져 간다.


▲추억 속에서 아른거리는 고향을 향해 고향 가는 기차에 올라 보자. 고향을 잊어버린, 어쩌면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헤리포터의 마술기차는 아니더라도 고향 가는 기차를 타고 그리운 고향역에 내려보자.

고향 가는 기차를 타고 안성역에 내리면 서슬 퍼런 유신의 깃발아래 '잘 살아 보세'를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우리들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게다. 그래도 고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스며있고 지고지순했던 사랑도 있었다.

▲준호의 아버지 송사장은 형사과장 홍철과 작당하여 선경의 아버지에게 간첩누명을 씌워 감옥으로 보냈는데 선경은 원수의 아들 준호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준호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며 새가 되고파 술을 마시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날았다.

평택병원에 입원 중인 준호는 식물인간 상태인데 의사는 척수손상으로 전신마비 또는 하반신마비를 예고했다. 준호에게 매달리던 홍철의 딸 정인은 준호의 장애를 예감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데, 준호의 어머니 황여사는 병실로 찾아 온 선경에게 "준호가 걷지 못하는 장애자가 되어도..." 곁에 있을 거냐고 묻는다.

이상은 KBS 1TV의 아침드라마 내용이다. 'TV소설 고향역'은 6~70년대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장애자'가 나오다니 정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장애인복지가 시작된 것은 6.25이후이다. 세계재활협회의 영향으로 1954년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설립되었는데 그 때의 명칭이 '한국불구자협회'였다. 그리고 1966년에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생겼는데 설립목적이 '신체부자유 청소년에 대한 복지 증진'이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장애인복지가 시작된 것은 1981년부터이다. 1976년 제 31차 유엔총회에서 1981년을 '세계 장애인 해"로 정하고 "모든 국가는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가 여러 분야에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기회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신장되도록 최대한으로 노력할 것"을 각 회원국 권고했기 때문이다.

유엔의 권고에 따라 "장애인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장애인을 올바르게 이해하며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고취" 할 목적으로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하고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해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유엔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개념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간에 신체적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일상의 개인 혹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혹은 부분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없었기에 장애인의 대명사는 병신 아니면 불구자였고 개별 장애를 지칭하는 맹인 절름발이 꼽추 등이 언론에서도 쓰이고 있었다.


▲1981년 4월20일 제1회 장애인의날 제정
유엔에서는 세계 장애인의 해를 ‘International Year of Disabled person’으로 표시했고, 일본은 장해자(障害者), 중국은 잔질인(殘疾人)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장해자를 장애자로 바꾸어서 「심신장애자복지법(心神障碍者福祉法)」제정하였던 것이다.

『이 법에서 '심신장애자'라 함은 지체부자유, 시각장애, 청각장애, 음성·언어기능장애 또는 정신박약등 정신적 결함(이하 '심신장애'라 한다)으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심신장애자복지법. 제정 1981.6.5 법률 제3452호)

그렇게 장애자를 사용하자 어떤 사람들이 '왜 놈자(者)를 쓰느냐, 者자가 싫다. 인(人)으로 바꾸어 달라'고 항의를 했다. 오랜 논란을 거듭한 끝에 장애자에서 장애인으로 공식적으로 바뀐 것은 1989년 12월 30일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부터였다.

기자(記者) 학자(學者) 봉사자(奉仕者) 등 일상에서 者자는 많이 쓰이고 있음에도 어떤 장애인이 항의를 했다고 해서 者에서 人으로 바꾼 것은 정말 부질없고 쓸데없는 일이었다. 그로 인해 각종 법을 비롯하여 모든 행정문서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의 안내문까지 다 고쳐야 하는 그야말로 낭비였고 오히려 일반 사람들에게는 혼란만 가중시켰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장애자가 익숙해져서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者에서 人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이 별반 달라지지도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애자'라고 해서 장애인을 비하 내지 멸시하는 또 다른 유행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1987년 12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장애우(障碍友)'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장애우는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 모두가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장애우란 내가 나를 지칭할 수 없고 타인이 나를 불러 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비주체적인 용어이다. 따라서 장애인 스스로가 아닌 대학생 봉사동아리 등에서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언론은 물론이고 장애인 스스로도 장애우를 즐겨 사용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일부에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세월이 지나서 또 다른 멋진 말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법적인 공식 용어는 『장애인복지법』이고『장애인』이다. 장애자 또는 장애우로 혼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장애자 아니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70년대에는 생겨나지도 않았음을 '고향역'의 제작진들도 참고해 주었으면 싶다.

출처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이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