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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권후보 뒤집어보기⑤] 김근태, 대통령이 돼야하는 이유 10가지200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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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는 느리지만 땅을 일궈 풍성한 열매를 맺게한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정부 여당이 정체성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데 실패했다며 다시 한번 특유의 소신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은 “참여정부가 복지와 분배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예산도 증가하지 않았고, 아직 이렇다 할 정책도 없다”며 “참여정부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비판적”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이에 앞서 23일 국정브리핑을 통해서는 “말·바람이 통하는 ‘혁신조직’ 만들자”는 글을 통해 보건복지부의 위상과 과제 등을 피력하면서 김 장관은 공무원들의 혁신을 독려했다.

김 장관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건강과 사회보험의 문제를 지적하며 “성장시대를 지나면서 이제 보건복지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대한민국호를 선진국으로 인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극화 해소, 저출산·고령화, 노동 문제 등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복지부장관으로서 김 장관은 더욱 힘차게 정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정체성에 대한 쓴 소리도 최근 자신감을 얻고 있는 김 장관의 ‘복지 정책 행보’의 일환일 것이다.

‘국민을 보살피는 어머니’ 역할을 하는 복지부는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인기위주의 단발성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과 철학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이다. 이에 대한 소신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비춰보는 좋은 거울 역할을 할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와 관련된 각종 조사에서 김 장관은 국회의원, 정치학자, 정치부 기자 등 정치전문가 집단의 선호도에서는 1위를 차지하지만 일반 유권자 대상에서는 6위로 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는 인정받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창밖의 남자’인 것.

그러나 지금 여러 조사에서 나오고 있는 대중적 인기가 과연 믿을 만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실제 대선에서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한 나라의 대통령을 이미지와 대중적 인기도만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취약한 대중성’ ‘우유부단한 햄릿형’이라는 ‘이미지’ 비판 뒤에 가려진 그의 대통령감으로서의 자질을 살펴본다.

△민주화 투쟁 경력이 왜 감점?

“김근태는 우리에게 부모의 가슴을 불편하고 아리게 하는 자식 같은 사람이다. 우리가 편안히 밥을 먹고 학교에 다니고 있을 그때 그는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공동선을 위해서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는 김 장관의 재야 경력을 이렇게 표현한 바 있다. ‘고문 지옥 견뎌낸 ‘초월적 인물’, ‘살아서 전설이 된 사람’도 그에게 따라붙은 표현이다. 김 장관을 빼놓고는 1970~1980년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말할 수 없으며, 그의 고난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에서 자행된 야만적인 고문을 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은 김 장관에게 일종의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다. 작가 조정래 씨를 비롯하여, 신화연구가 이윤기 씨 등은 “우리가 그저 고민만 하고 글만 쓰던 시절, 그는 온몸으로 지독한 고문을 당하며 시대의 아픔을 혼자 감내했다”며 부채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닷컴은 어느 승객이 이근안과 김 장관을 혼동해 김 장관에게 “와,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다”라고 말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재야운동 투사 이미지는 변절을 모르는 김장관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지만 최대 약점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 박사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다.

“폭압의 시대에는 싸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는데 그렇게 행동한 김근태를 보고 과격하다고만 하니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아무리 지식인의 ‘양비론’이 안전빵이라지만 문제의 원인제공자는 따로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해 정당한 이의를 제기한 측과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항상 똑같이 취급하면 그게 말이 되는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은 우리가 과거사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넘어온 ‘유년에 머무른 역사’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의 눈매를 닮은 김 장관은 그 시절 고통을 감내했던 이유에 대해 “유신과 군사독재가 없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좀더 안정되고 예측가능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올해 ‘짐승의 시간’을 만들었던 고문자 이근안 씨를 만났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도 선거를 위해서 면회하라는 제안을 사양했고 올해 이상락 전 의원 등을 면회하러 여주교도소로 가기 전 이 씨가 그곳에 수감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예 일정을 취소했을 만큼 어려운 만남이었다.

김 장관은 “다녀와서도 한동안 정리가 안됐다”며 “난 살아났고 그는 처발받고 또 사죄를 했다. 그것까지가 인간의 영역이다. 진실이냐 아니냐는 신의 영역이라 생각하니 미움을 거둘 수 있었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불행이 닥쳤을 때 용감하게 나선 사람, 지독한 고통을 겪고 초월적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 그 인생이 주는 교훈과 깊이가 지도자로서의 오히려 감점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당리당략에 가장 서툰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갈등설과 관련해서는 “계급장 떼고 하자”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연기금 논란이 있다. 언론은 두 사람의 갈등으로 부각시켰지만 그 일면을 들여다보면 김 장관의 소신 철학이 발휘됐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노 대통령이 누누이 피력하고 있는 당정 분리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 이상 협력자의 관계로서의 자리매김하는 파열음 중의 하나로 보인다.

김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만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며 DJ 1인보스 체제를 비판했다.

“정의감이란 시대정신(Zeitgeist)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70, 80년대는 민주화가 우리의 시대정신이었지만, 97년 수평적 정권교체 이후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사회적 측면에 있어서의 국제경쟁력의 문제였다. 한반도의 평화문제에 있어서는 나는 햇볕정책노선을 확고히 지지하였지만 DJ 1인보스 체제를 일관되게 비판하였다.

우리사회의 경쟁력회복의 문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정치가 확립되어야 하는데 그 핵심은 모든 정치적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치인들은 분식회계를 일삼으면서 경제인들보고만 분식회계말라고 으름짱을 놓으면 말이 되는가? 나는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대선후보경선자금을 공개하는 등 일관된 나의 소신을 밝혔고 그런 입장으로 끊임없이 박해와 소외를 당해왔다.”(2003.9.22 문화일보 <사상가 도올이 만난 사람> 중)

그의 소신 철학으로 김 장관은 여론에 관계없이 할 말을 다하는 정치인의 표상으로 통하고 있다. 그의 우직함은 때로는 당리당략에 가장 서툰 정치인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단일화의 문제도 상황인식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김 장관이 주장하는 ‘열린 연대론’은 한나라당의 집권은 어떻게든 막는 것이 역사의 제1과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노 대통령의 ‘개혁연대론’은 집권도 중요하지만 설사 야당이 되더라도 개혁세력 결집이 중요하다는 것. 노무현 지지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았지만 김 장관은 당시 노 후보가 단일화를 받아들인 직후부터 그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지도층의 의무)형 리더십

주간조선 6월 27일자에 따르면 한 심리학과 교수가 분석한 김 장관의 심리 유형은 학술용어로 ‘수동 공격형’이다.

쉽게 풀어보면 ‘자신이 대표하는 유·무형의 조직, 즉 민청련 같은 실체 있는 조직부터 서민·농민·노동자 등 무형의 조직까지 그 조직의 지향점을 존중하고 그 지향을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하는 유형’이라는 것.

주간조선은 “조직의 통합·조화·균형 등을 존중하기 때문에 ‘치고 나간다’는 식의 돌출행동, 돌출발언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김 장관이 타이밍이 늦고 오랫동안 망설인다는 점에서 자주 비유되는 우유부단한 ‘햄릿’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고 보도했다.

오히려 김 장관 유형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사회지도층의 의무)형 리더십이라는 것.

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주류였던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이지만 개인적 출세보다는 사회적 변화를 위해 혹독한 고문을 견뎌냈으며 군대도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 했다.

개혁세력이 분열로 자멸해가던 시절에는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등 운동단체를 결성해 군부독재에 저항했으며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삶의 철학으로 삼아왔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어떠한 형태의 파병도 있을 수 없다”며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했지만 지도부의 위치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골프 대신 조기 축구를 즐기는 것도 이런 성격의 한 단면. 김 장관은 “내가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은 겸손하게 산다는 것인데, 골프는 좀 비싼 운동 아니냐. 국회의원 월 세비 600만원 정도 받아서 골프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거나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것이 나중에 다 빚이 된다”고 말했다.

대인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하다고 했던가. 김 장관은 자신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책임 앞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대선자금 양심 고백

“우리에게는 사랑 고백은 있었을지 몰라도 고백의 문화가 없다. 아니, 고백하는 놈은 바보이거나 더 나쁜 놈이다. 오래전 유행했던 드라마의 대사처럼 “みんな どろぼうです”(모두 도둑놈이야)인 사회에서 도둑질을 고백하는 것은 그들 세계의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일이 된다. 관행이란 이름하에 자행되는 엄연한 범죄와 불법의 악순환은 그래서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다.”(2005. 5.18. 한겨레21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중에서)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김근태 장관의 대선자금 양심 고백은 그를 ‘우스꽝스런 바보’로 만들었다.

자기 입으로 정치 자금 수수를 고백한 김 장관을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이유로 기소했고 김 장관은 의원직 상실의 위기 속에서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많은 이들이 김 장관을 변호했고 정치자금법의 비현실성에 대해 비판하고 재판정에서 그를 응원했지만 아무도 그의 뒤를 이어 정치자금에 대해 양심고백을 하지 않았다.

구습과 관행에 젖은 현실정치는 그를 왕따로 내몰았고 결국 그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한 정치인의 진지한 고백은 ‘벌거벗은 임금님’의 진실을 외치는 ‘순진한 꼬마’ 수준으로 전락시켰고 결국 ‘순진한 김근태, 철없는 김근태’ ‘우스꽝스런 바보’ 사건으로 일단락됐다.

김 장관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내가 정치자금 문제를 처음 고백할 때만 해도 김근태는 끝났다, 왜 도움을 준 사람을 파느냐고들 했어요. 권노갑 고문을 팔려고 했던 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이럴 바엔 정권 교체를 왜 했느냐는 의문이 나오기 시작한 때여서 우선 정치 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 자신부터 고백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남들만 가리키면서 그랬대요, 저랬대요 고자질하는 게 우스운 일이잖아요. 그 일로 재판도 받고 역풍이 몰아쳐서 중도 하차를 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치 발전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봅니다.”

그의 느릿하면서 깊은 걸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역구도의 벽을 깨기 위해 실패를 거듭해온 노 대통령을 ‘바보 노무현’으로 부른다. 짧은 실패를 반복했으나 긴 여정에서는 성공으로 평가하기도 하는 정치인들의 행보에는 공통된 요인들이 있다. 민주화의 과정도 그렇지만, 지역구도 타파, 올바른 정치자금문화 등 한 사회의 거대한 벽을 허물기 위해 참된 정치 지도자들은 앞뒤를 재지 않는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 희생을 쏟아 부었다.

스스로 ‘바보’가 되어 당시에는 평가 받지 못하더라고 깊은 울림을 남긴 정치인, 참된 자발적 지지를 바탕으로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제대로 평가받는 대선이 된다면 김 장관의 ‘정치자금 고백’은 재평가 될 것이다.

△폭넓은 지지세력 - 김근태 사람들

김 장관 주변에는 기본적으로 10~20년 이상씩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아오며 직간접적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그 인간적 신뢰감이 ‘질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민청련(민주화운동청년연합) 시절부터 연을 맺고 있는 70년대 학번인 고려대 출신의 이명식, 연대 출신의 이문령(연세치과 원장), 서울대 출신의 이래경 씨(사업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김 장관의 외곽조직으로 불리는 ‘한반도재단’의 살림을 맡고 있는 문용식 사무총장 (나우콤 대표)도 ‘GT 대통령 만들기’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있다.

이인영 의원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으로 원내외 구분 없이 전대협 및 386 운동권 출신 인사 4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한반도재단도 든든한 지원세력이다. 통일부 장관이 아닌 복지부 장관 역임으로 다소 축소된 한반도재단 산하 동북아전략연구소 소속 386학자 그룹(60여명)도 김 장관의 싱크탱크로 충실한 조언과 논리를 제공하고 있다.

김 장관 중심의 재야파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구 국민정치연구회, 이사장 이호웅 의원, 이하 민평연)도 최근 어느 계파 부럽지 않은 몸집을 갖추고 새로 정비했다.

임채정·김태홍·문학진·유선호·이호웅 등 운동권 출신 재야파 의원 40여명이 가입한 국정연은 ‘젊고 대중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부적으로 민주화 운동 경력자가 아닌 인사들에게 문호 개방, 온라인 홍보대책 마련, 평균 50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회원 연령을 30대 수준으로 낮추는 ‘회춘’ 대책, 자발적인 김근태 장관 지지모임 네트워크화 등의 전략을 세웠다.

민평연은 특히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 조직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장기적인 연대 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4.2 전당대회에서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의 ‘김근태계와의 연대’ 발언에서도 불거졌듯 향후 두 계파의 연대 행보가 얼마나 김 장관의 뒷심을 실어줄 지 당 안팎으로 주목되고 있다.

△장기적인 비전으로 대중 이미지 확보

김 전 대표의 취약한 대중성에 대한 이유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은 그에게 각인된 ‘민주투사’의 이미지를 꼽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재야운동권 출신이라는 이미지와 진보적 좌파성향 또는 개혁적인 ‘투사’로 깊게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적 관심사를 정확히 집어내지 못하고 대중적 말투를 사용하지 못해 ‘현실’보다는 ‘이론’의 냄새가 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해 김 장관은 오래전부터 노력해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김 장관은 시장경제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해 국회 상임위도 줄곧 재경위만 맡았다.

또한 정보화 사회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자정부구현 정책기획단 위원장을 맡고 젊은이들이 즐기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인터넷 글쓰기인 <일요일에 쓰는 편지>는 고정 독자가 생겼을 정도이다.

복지부 장관 입각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통일 전도사’로서 직접적인 동북아 중심 외교 활동은 잠시 접었지만 김 장관은 한반도재단을 통해 관심과 연구의 고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활동도 대중성 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취임 초 도시락 파동 등 복지부 관련 사건이 많이 터져 복지 정책에 대한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의 행보는 ‘국민의 어려움을 어루만지는 장관’의 모습으로 부각됐다는 평가이다.

대중적 이미지 취약 비판에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답례하는 것이 지도자로서의 더 큰 이미지 전략이 아닐까.

△복지부 장관, 국민을 보살피는 어머니

2006년 잠정 확정된 분야별 예산사업 중 사회복지 분야에 가장 많은 54조 7000억원이 배정됐다. 올해보다 10.8% 늘어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어선 것.

사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건강과 사회보험 문제 등으로 지금 국민들의 눈은 국가의 복지시스템에 많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오히려 김 장관에게는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취임 초 아파트 분양원기 공개 논란은 ‘계급장’ 발언으로 와전된 측면이 있지만 김 장관을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대통령 선거공약이고 총선 공약이기도 한데 어물쩍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안 된다고 하면 주목받지 못할 것 같아 계급장이란 표현을 쓴 건데 마치 대통령과 한판하자는 것으로 오해받아 여진이 컸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사회안전망 종합대책 예산과 관련 “연초 소득세 1% 포인트와 법인세 2% 포인트를 내려 세수를 4조원 정도 축소시켰지만 결과적으로 상층부 일부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갔다”며 “이것이 참여정부 정체성에 부합하는지 비판적이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그는 사회안전망 종합복지대책을 확정한 사실을 소개한 뒤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은 (우리당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정책이고, 어찌 보면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회· 복지 문제들에 대한 발언을 통해 김 장관은 ‘민주 투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김근태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기대와 믿음을 걸어도 좋은지,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진 부처의 장으로서 신념과 자질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 장관의 지지자들은 “국민의 시선이 복지 시스템으로 돌려져 있을 때 확실하고 효과적인 복지 정책을 실행해 차기 대권주자 자격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에만 쓴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김 장관은 인기위주의 정책도 경계한다. “욕 좀 먹더라도 정직한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평소 강조해 온 김 장관은 담뱃값 인상 비판에 대해서도 “한 부처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좀 손해 본다고 해서 정책에 일관성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물러설 수 없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는 “누구나 볼 수 있는 뾰루지보다는 미세하게 번지는 암세포 해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에 어필하지 못한다?

조선닷컴은 2007년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1위이지만 일반 유권자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위라며 대중정치인으로서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여러 조사에서 나오고 있는 대중적 인기가 과연 믿을 만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실제 대선에서는 미지수라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장관은 정치부 기자 200여명이 선정하는 ‘올해의 백봉신사상’을 세 차례 받았다. 정직성과 언행일치에서 최고점을 받았으며 교양, 지성, 품성, 합리적 처신, 모범적 의정 활동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외 경실련에서 주는 제12회 경제정의실천시민상 수상을 비롯해 한국여성유권자연맹에서 주는 2000년 남녀평등 정치인상 수상 등 성실한 국정 생활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상들을 알게 모르게 받아왔다.

대중 인기도가 떨어진다고 조선닷컴은 대통령감 감점 사유로 지적하고 있지만 김 장관은 기자, 학자 등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국회의원, 정치학자, 정치부 기자 등 정치전문가 집단 1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조사는 김 장관이 지금의 대중 인기도가 아니라 기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 그룹에서 선호도가 높지만 대중 인기도는 낮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숨겨진 폭발성’을 암시하고 있다.

김 장관은 대중성 확보를 위해 최근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3년 전 컴퓨터 실력은 대단히 낮은 수준이었다는 김 장관은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개설에 젊은 층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홈페이지에서 꾸준히 써오고 있는 ‘일요일에 쓰는 편지’에는 평균 7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내용도 “전두환 아저씨랑 친해요?” “삼순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일촌’을 맺읍시다” 등 네티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에피소드에서부터 “패자부활전이 보장되는 사회”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여름방학 도시락 전달하기” 등 복지 현안과 관련된 내용, “동북아균형자론과 대통령의 고충” “한국경제의 ‘쾌도난마’를 위한 깜찍한 도발” “정부혁신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등 정부 정책 소고 등 다양한 내용을 올리고 있다.

이를 보답하듯 한국일보 창간특집인 대권주자·지도부 의원 홈페이지 성적에서 김 장관은 네티즌의 정책토론 참여도와 ‘일요일에 쓰는 편지’로 각각 5점 만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성 비판에 대해서도 김 장관은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는다. “폴리테인먼트(politainment, politics와 entertainment의 합성어)”에 대해 김 장관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잘 접근하기 위해 서비스와 포장을 잘해야 한다는 강조로서 의미가 있지만 너무 그렇게 되면 정치가 내용이 없어지고 쇼비즈니스가 돼 버린다”며 “정치가 엔터테인먼트와 똑같아지면 그 사회는 별로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식물성 햄릿의 양심과 원칙

많은 이들은 김 장관을 원칙을 중시하고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 평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서생적 문제의식’이 뛰어난 사람” “그의 인생역정은 문제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평가도 한 예이다.

원내대표 시절 도올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에서 “확실한 정의감을 가진 사람이 왜 중도파의 카테고리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미적미적 거렸나”라는 질문에 대해 김 장관은 “중도파란 강경파와 보수파의 사이에서 우물쭈물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 곤란하다”며 “ 나는 신주류강경파와 구주류보수파들의 입장을 모두 아우르는 원칙을 고집했다”고 그의 ‘민주대연합론’, ‘민주개혁세력 확대론’의 오랜 소신을 피력했다.

“그 원칙이란 새로운 정당의 탄생이, 80년 광주사태로부터 노무현정권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공헌을 한 지역민중과 더불어 같이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호남대중은 어떠한 다른 지역대중보다도 민주화에 헌신했으며 뚜렷한 정치의식을 견지하였다. DJ의 정치적 그늘에 숨어 역사를 도태시키는 소수 호남정치인들에 대한 미움 때문에 호남 대중을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나의 입장을 ‘통합신당’이라는 기치로 표방하였다. 나의 통합신당론은 일관된 것이었다. 변한 것은 오락가락한 신주류와 구주류의 입장이었다.”

그의 이러한 범민주화세력을 아우르려는 철학은 “토론을 너무 좋아하고 결론 도출에 너무 시간이 걸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좀 시간이 걸리는 리더십이다. 김 장관은 “다소 더디거나 답답해보일지 모르지만, 앞으로의 리더십은 박정희대통령처럼 영웅적·카리스마적·패권적 리더십이 아니라 민주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리더십이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금은 도덕성은 물론이고 능력과 비전을 가지고 국민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타인에게는 ‘지나치게 신중한 햄릿형 인간’이나 ‘특징을 알 수 없는 무색무취’로 평가받기도 한다.

김 장관은 이를 잘 알듯 자신의 특성을 식물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치생활 10년이면 좀 공격적이고 동물적인 성향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저는 식물적인 특성을 아직 못 버렸어요. 그래도 약간 느물거리게는 되었지만...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니고 부딪치다보면 변하지 않을까요? 말투도 그렇습니다. 저는 지식인이에요. 생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실어서 말하면 격렬해질까봐 숨을 고르고 신중하게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너무 느리다고 지적을 받아요.” (2005.2.1 뉴스메이커 ‘유인경이 만난 사람’ 중)

△발랄함과 아이디어맨

네티즌의 글처럼 김 장관은 호시우행(虎視牛行)의 행보를 하고 있지만 앞뒤가 꽉 막힌 처사형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강점이다.

우직하면서도 발랄함이 톡톡 튀는 면은 김 장관만의 장점 중의 장점이다. 386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를 이제는 댓글 논쟁도 벌이며 능숙능란하게 다루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김 장관은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 아이디어맨으로서 김 장관은 합리적이고 이지적인 면이 돋보인다. 최근 대대적으로 개편된 김 장관의 홈페이지도 그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 측근의 설명.

출처 : 데일리서프라이즈 민일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