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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④여권 선두 정동영200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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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과잉의식, 2% 부족 정치인"

④여권 선두 정동영…6자회담 스타의 약점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예비후보 중 한 명이란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앵커 출신의 깔끔한 외모에 매끈한 언변은 ‘젊은 지도자’로서 열린우리당내 선두 주자 중 한 명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통일부 장관으로서 올린 각종 성과는 정 장관의 ‘외견’ 뿐 아니라 정치지도자로서의 ‘내실’도 탄탄하게 다져주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성적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선 높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 장관 측의 가장 큰 고민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8일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를 ‘열린우리당 정동영,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고건’으로 가정했을 때와 한나라당 후보를 이명박 서울시장으로 가정했을 때 모두 정 장관은 3위에 머물렀다. 지지율도 2위와 10%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권의 실세로서 ‘한반도의 통일을 주무르는’ 화려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의 대중 지지도가 뜨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 안팎에서 ‘정동영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약점은 뭘까?

◆ 브랜드 없는 정치인의 한계

정 장관에게는 ‘행정의 달인 고건’, ‘박정희의 딸 박근혜’, ‘불도저·CEO형 정치인 이명박’ 등과 같은 유명 브랜드가 붙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삼삼오오 모여 차기 대통령감을 얘기할 때 “이래서 정동영”이라는 확신보다는 “왜 정동영이지”하는 회의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 장관이 아직 유력 대선주자로서 ‘2%가 부족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최근 6자회담 합의문 타결 등 남북관계 진전이 정 장관의 대표적 업적으로 각인돼, 이미지가 높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으나 아직은 진행형일 뿐이다. 또 남북화해는 현 정권 보다는 DJ정권의 업적으로 기억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왜 정동영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그의 큰 숙제인 것 같다.

◆ “역시 컨텐츠가 부족한 것 아니냐”

정 장관의 화려한 언변과 몸짓에도 불구하고 정 장관에게는 ‘비디오형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붙어있다. 통일부 장관이지만 통일에 대한 식견과 이론이 두드러지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이른바 ‘개혁정당’의 실세이면서도 그의 개혁성은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고, 언론인 출신이면서도 고민과 ‘먹물’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때론 듣는다.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해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이 많지만 정 장관도 비슷한 비판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의 연설은 대중을 사로잡는 호소력으로 주목받지만, 말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4·15 총선 직전의 ‘노인 폄훼 발언’. 이 때문에 당시 탄핵 정국 직후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60~70대 노년층의 강한 역풍을 맞았다.

◆ “카메라만 의식한다”

정 장관의 단점을 ‘미디어 정치 과잉’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정 장관이야말로 카메라와 조명에는 선수이다. 카메라 기자들의 요구가 없어도 카메라와 조명만 비치면 정 장관의 얼굴은 자유자재로 돌아간다. 일류 방송앵커 출신답게 방송 인터뷰 전 손수 화장을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 1시 10분쯤. 북핵 6자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통일부로 전해졌을 때였다. 브리핑을 계속 미루던 정 장관은 오후 2시45분쯤에야 기자실에 나타났다. 그때야 각사 기자들이 대부분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정 장관과 통일부 관계자는 기자들을 ‘모시고’ 회의실로 돌아왔다. 한 참석자가 “방금 북경에서 공동성명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며 뒤늦게 ‘연출된 발언’을 했고, 정 장관은 진짜 처음 듣는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TV카메라는 열심히 이 모습을 촬영했다. 이는 정동영 장관 자신이 “KBS MBC 등의 카메라기자가 현장에 없다”며, 다시 연출해 찍자고 제의해 이뤄진 것. 비록 악의는 없었을 지 모르지만 공영방송에 연출화면을 요구하는 발상은 그의 ‘미디어 과잉 정치’의 일면을 보여준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일 때에도 정 장관의 말과 태도는 마치 영화배우의 연기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매끈한 그의 말이 오히려 정치적 관객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한다. 실속보다는 겉모양으로 승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 한건주의자?

최근 일련의 남북대화는 마치 정 장관을 위해 준비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정 장관의 행보도 그같은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1월 28일 베를린 연설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시작으로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에서의 북한 최고지도부 초청 발언, 김정일 위원장 방문, 대북 중대제안 발표, 6자회담 타결에 이르기까지 정 장관은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다보스포럼 일정을 마치고 2월 1일 귀국하려던 일정을 갑자기 바꿔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을 때는 “마치 대통령의 행보 같다”는 말이 나왔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온 뒤, 지난 6월 29일 정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딕 체니 부통령 등을 만나 김 위원장 면담 내용 등을 설명했다. 그러자 “정 장관이 외교부장관이냐”는 얘기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흘러나왔다.

정치권에는 “북한을 상대로 뭔가를 이뤄보려 한 사람치고 아직은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6자회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 전부터 미국과 북한은 로드맵의 우선순위를 놓고 왈가왈부가 시작됐다. 이를 보는 정 장관의 마음은 어떨지, 향후 남북관계가 정 장관의 대선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 ‘김정일 대변인’ 비판도

지난 6월 17일 정 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을 때 온 세계가 주목했다. 하지만 귀국후 면담 결과를 발표할 때는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정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북측 주장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등 “대북정책에서 너무 순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장관이 대북관계에서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시킨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국측 대표라기보다는 북한측 발언을 잘 소개하는 앵커 같은 행동을 했다는 비판이다.

미국 부시 행정부도 정 장관에 대해 “김정일에게 구슬림을 당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정 장관이 북한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는 말이 전직 미 국무부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것도 이 때였다.

8·15 민족대축전, 최근 김윤규 현대 부회장을 둘러싼 현대와 북한의 갈등과 관련, 북측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는 정 장관에 대한 비판을 더 부추겼다. 이런 그의 대북 자세가 대선가도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정 장관의 ‘과격한’ 미국관

정 장관의 대미관은 유엔총회에서 미국 등을 향해 ‘제국주의’에 경고하는 듯한 발언을 던진 노무현 대통령의 과격성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현 정권의 성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을 생각하는 정 장관이기에 국민정서에 이런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거리이다.


지난 8.15 민족대축전 동안 정 장관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눈물 흘리는 약자가 아니라 당당한 자주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만들자” “자주의 나라, 평화의 나라, 통일의 나라를 외치는 우리의 목소리가 평양을 넘어 도쿄, 워싱턴에까지 들리게 하자”는 등의 발언을 했다. 명확한 대미 자주외교 기조였다.

이에 대해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정부를 대표하는 통일부 장관이 그런 말씀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환영하면서도 “그러나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만만하게 상대할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표시했다.

국내 대다수의 보수층 인사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정 장관의 당시 발언은 북측과 남한내 진보인사로부터는 큰 박수를 받았다. 정치건(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부 교수) 북측준비위원회 학술분과 위원은 “민심을 반영한 옳은 이야기”라며 “우리는 한 집안 한 가정으로 같은 내부인데 외부하고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고건 대 정동영’ 호남 적자경쟁도 걸림돌

고건 전 총리는 호남지역 지지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반면 전북출신인 정 장관은 크게 뒤진 3~4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만약 고 전 총리가 어떤 형태로든 출마할 경우 정 장관의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현재 단순 여론조사 지지도로 볼 때 정 장관이 불리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여권에서 정 장관을 단일후보로 밀 경우 여론지지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 ‘교육개혁’ 외치면서 아들은 고액 조기유학

작년 2월 시사주간지 <일요서울>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을 맡고 있던 정 장관이 연간 5만불(6천여만 원)의 학비가 들어가는 미국의 명문사립고에 장남을 조기 유학 보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 장관 장남은 모 외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1년 미국 보스턴의 명문사립고 브룩스 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이 학교의 수업료는 기숙사비를 포함해 6100여만 원이고 생활비까지 합치면 대략 연간 7000만~8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자유경쟁 보다는 평등을 중시하는 열린우리당에서 그것도 교육개혁을 강조해 온 당 최고위층이 자신의 아들은 돈이 많이 드는 조기 미국 유학을 보냈다는 사실을 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 장관은 “미국 특파원 시절 외국에서 학교를 다닌 아이들이 ‘국내에서 대학을 나와 봐야 별로 실력 있는 학생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유학을 보내 달라고 요구를 했다”며 “아버지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아들을 좌절시키진 못 했다”고 해명했다.

◆ 베일 속 정 장관의 가족사

정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부모님은 전쟁 중에 아들 넷을 질병으로 잃어버리는 불행을 당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향리인 전북 순창의 회문산 일대는 소설 ‘남부군’의 무대가 될 정도로 민족상잔의 상처가 깊이 파인 지역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장관의 이런 얘기가 있기 전에는 ‘한국전쟁 때 (정 장관의) 부친과 아들들이 빨치산에 붙잡혔으며, 부부는 빠져나왔으나 아들들은 비극을 맞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정 장관의 모친은 전쟁 직후인 53년 정 장관을 낳았으며, 이후 아들 셋을 더 얻었다. 정 장관 측은 “정 장관은 가족사를 밝힌 적이 거의 없지만 직접 언급한 것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가족사는 정 장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지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선거전이 뜨거워지면, 이 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의리가 없다”

정 장관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대결한 효과를 크게 봤다. 지난 2000년 ‘40대 기수론’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정 장관은 당정 쇄신운동의 전면에 섰고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로써 그는 일약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런 전력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권 전 고문은 지난해 언론인터뷰에서 “정동영 (당시) 의장의 경선자금을 공개하면 그는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주장했었다. 정 장관은 “재탕 삼탕식 얘기”라고 일축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 장관이 정치개혁을 위해 권노갑을 비판한 그 명분은 인정하지만, 한국적 정서로 볼 때 그를 키워준 권노갑을 친 것은 “의리가 없음을 의미한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한 때 개혁성의 상징처럼 불렸던 ‘천·신·정’, 즉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의 연대는 지금 와선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경쟁관계일 뿐이다. 중도 당권파 그룹으로 불리며 정 장관에 호의적인 그룹도 지금은 결속력이 약화된 상태이다.

정 의원이 노 대통령과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관계를 이뤄갈지, 권 전 고문에게 했듯이 노 대통령을 밟고 넘어설지, 끝까지 노무현과 동지적 관계로 차기 대선을 맞을지 등도 정 장관의 지지도 상승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출처 : 조선일보 남승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