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박근혜, 김 추기경 선종 "참 슬픈 일"2009-02-17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한총리 "추기경, 따뜻한 안방 같은 분"

2009.02.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은 정치권 인사들과도 다양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여야 거물 정치인부터 국무총리까지, 가톨릭 의원부터 종교가 없는 원외 정치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정치권 인사들은 김 추기경과 관련된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재직시절 청와대에서 김 추기경을 처음 만났다고 회고하면서 "참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김 추기경을 여러번 만났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그때도 몸이 많이 안좋으셨는데도 나라 걱정을 많이 하셨고, 잘해달라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가톨릭 재단이 설립한 중.고교, 대학을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가톨릭을 신앙으로 받아들였지만 정계입문 뒤에는 대외적으로 종교적인 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평소 김수환 추기경을 `정신적 아버지'로 생각하면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한 총리는 총리 취임 직전까지 김 추기경의 아호를 따서 설립한 `옹기장학회'의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 김 추기경의 건강이 악화되자 부인 홍소자 여사와 함께 자주 병문안을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명동성당을 찾아 조문했던 한 총리는 "김 추기경은 따뜻한 안방 같은 분이었다"며 "추기경을 대할 때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인은 유머에도 능했고, 보면 볼수록 소박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회 가톨릭신자의원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970년께 고교동문회에서 김 추기경을 처음 뵙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고 의원은 동성고 출신 언론인들의 모임에 고교 선배 자격으로 초청된 김 추기경과 첫 대면을 가졌고, 이후 꾸준히 교류하게 됐다는 것.

특히 고 의원은 김 추기경의 세뱃돈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추기경은 매년 세배를 하러 찾아오는 고교 동문들에게 세뱃돈으로 5천원을 주곤했는데 지난 2000년께에는 금액이 1만원으로 올랐다는 것. 고 의원이 새뱃돈 금액이 오른 이유를 묻자 김 추기경은 "최근 물가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 의원은 "화제가 물가로 전환되자 김 추기경은 한참동안 서민들의 고통을 걱정하셨다"고 회상했다.

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해 "홍 원내대표가 매일 빨간색 넥타이를 매는데, 김 추기경 영결미사까지는 빨간 넥타이를 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문희상 국회부의장도 김 추기경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실한 불교집안 출신인 문 부의장은 지난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과 관련,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40일간 고문을 받는 과정에서 가톨릭으로 사실상 개종했다.

똑같이 내란음모사건 관련자로 합수부에 끌려와 조사를 받던 한 가톨릭 신부로부터 종교적인 감화를 받고 감방 안에서 화장실 물을 이용해 영세했다는 것.

문 부의장은 "김 추기경을 만날 때마다 예전에 화장실 물로 영세받았던 사실을 잊지 않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원외인 김근태 전 의원의 경우 종교가 없지만 80년대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김 추기경과 인연을 맺게 됐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87년 부인인 인재근 여사와 함께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지만 투옥 중이었기 때문에 인 여사만 상을 받았다는 것. 당시 김 추기경이 가톨릭회관을 시상식 장소로 내주고 직접 현장에 나와 축하를 해줬다는 설명이다.

김 전 의원이 출감 후 감사인사를 드렸을 때 김 추기경은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는게 김 전 의원의 회고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경우 김 추기경과 40년에 걸친 인연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는 40년전 혜화동 성당을 다니던 시절 김 추기경을 처음 만나 깊게 교류했고, 김 추기경은 이 총재의 부친과도 가까운 사이었다는 것.
이 총재의 법조계 후배들이 `법과 정의'라는 회갑기념 논문집을 출판하는 자리에는 김 추기경이 직접 방문해 축사까지 할 정도였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40년 이상 정신적 스승으로 모시면서 어려울 때면 찾아가 상의했고, 힘들 때마다 의지했다"며 "1997년과 2002년 대선 때는 직접 전화하셔서 위로와 함께 격려 말씀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출처 :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