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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청와대 명절선물 황당사건2009-01-2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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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 소녀가장에 다기세트 보냈다 ‘곤욕’
MB정부| 지난해 불교계에 ‘황태·멸치’ 보낼뻔


설·추석 명절 때마다 신문에 빠지지 않는 기사가 ‘대통령의 선물’ 얘기다. 매번 얘깃거리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선물에 그때그때의 정치·사회·경제 상황과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의미를 담아 각 지역의 특산물을 섞어서 명절 선물로 보내왔다. 국가원수 선물로서의 상징성과 품위, 한정된 예산, 운송·보관의 편리성 등을 두루 고려한다. 가급적 현지 직거래나 농협, 중소기업 제품을 위주로 4만~5만원짜리 선에서 선정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물과 관련해 몇몇 일화를 남겼다. 2003년 취임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명절 선물’ 전통을 내켜하지 않았다.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건 그는 명절 선물을 낡은 정치 문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주’(임금이 신하들에게 내리는 술)를 내리던 제왕시대의 잔재나, 주고받기식 ‘3김 정치 문화’ 정도로 여긴 것이다.

그러나 그해 추석을 앞두고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가 “선물은 한국 문화인데 노 대통령은 전혀 선물이 없어 정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정 대표의 고언 탓인지, 노 대통령은 지리산 복분자 술과 경남 합천의 한과로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노 대통령은 명절 선물에 거의 빠짐없이 민속주를 넣었다. 지역 특산 민속주를 가운데 넣고, 좌우에는 경기도 가평 잣, 경북 문경 표고버섯, 강원도 홍천 은행 등 다른 지역의 특산물을 골고루 배치했다. 지리산 국화주(2004년 설), 충남 한산 소곡주(2004년 추석), 전주 이강주(2005년 설), 전북 완주 송화백일주(2007년 설), 경기 김포 문배주(2008년 설)가 차례로 배달됐다. 차례상에 올릴 제주를 제공하고, 지역화합을 도모하려는 뜻이었다.

그러다 2006년 추석 때는 집중호우 피해자들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차·다기 세트를 보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들이 차 마실 한가한 여유가 있겠냐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수재민에겐 쌀, 소년소녀 가장에겐 엠피3(MP3) 등으로 선물을 교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절 선물에 술을 일체 배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란 해석들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명절 선물에서도 실용주의”라며 “선물받을 집 주부의 눈높이에서,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추석에는 강원 인제 황태, 충남 논산의 연산 대추, 전북 부안 재래김, 경남 통영 멸치를, 올 설에는 대구 달성의 4색가래떡과 전남 장흥·강진의 표고버섯을 보냈다.

종교편향 논란을 의식한 듯한 불교계 배려도 눈에 띈다. 불교계 큰스님 200여명에게는 지난해 추석과 올 설에 각각 차·다기 세트를 따로 보냈다. 지난 추석 때 황태·멸치가 담긴 세트를 그냥 보내자는 내부 의견에, 총무비서관실에서 “불가에 생물을 보내는 것은 결례”라며 화들짝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 선물의 선정과 배송 작업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에서 총괄한다. 명절 석달 전부터 구매담당 직원들이 각 지자체 특산물 목록을 정리하고, 현지 실사를 통해 품질, 생산량, 저장·보관·포장 시설 점검 등을 거친 뒤 시제품 2~3가지를 만들어 대통령의 최종 선택을 받는다.

대통령 선물은 제품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가 높기 때문에 “우리 제품을 써달라”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홍보전도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 정보 유출이나 광고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명절 선물로 지정된 제품에 대해서는 대중매체를 통한 상업적 목적의 광고행위를 금지한다’는 조건으로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추석에는 지역 언론에 특정 지자체의 제품이 대통령 선물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먼저 나가자,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 일이 있다.

정권마다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철칙도 있다. 선물받는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 : 한계레 황준범 신승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