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아프칸 피랍자 전원 석방 합의2007-08-29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맞교환' 맞먹는 '성의 표시'로 탈레반 설득

김경자.김지나씨 석방(13일) 이후 답보 상태에 빠졌던 인질 협상이 피랍 41일째 전격 타결됐다. '탈레반 수감자-인질 맞교환'이라는 조건에 묶여 16일 이후 대면 협상조차 열지 못했던 한국 정부와 탈레반 협상팀은 28일 다시 마주 앉았고, 협상 개시 후 2시간이 채 못 돼 인질 전원 석방이란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냈다. 그간 꾸준한 전화 접촉을 통해 한국 정부가 수감자 석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다른 식의 '성의 표시'를 하겠다는 점을 탈레반에 납득시킨 결과로 보인다.

이번 협상 결과 인질 일부 또는 전부가 곧 풀려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은 진작부터 흘러나왔다. 탈레반 협상 대표인 물라 나스룰라는 26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9명의 인질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오길 기대해 보자. 라마단(이슬람 단식월) 이전에 인질 사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며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간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의 물밑 접촉에서 나머지 인질을 한꺼번에 석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인질이 남아 있게 되면 생명의 위협에 계속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전원을 동시에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데서도 이런 입장이 드러난다. 그러나 인질을 오래 잡아 놓고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야 하는 탈레반 쪽에선 일괄 석방에 선뜻 합의해 줄 이유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탈레반이 인질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여성부터 단계적으로 풀어주면서 챙길 것을 최대한 챙기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들이 인질 사태 초기에 시간 간격을 두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를 차례로 살해한 것도 한국 정부에 압박을 조금씩 더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술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아프간 및 다국적 군대와 끊임없이 교전을 벌이다 보니 많은 숫자의 인질을 끌고 다니는 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한국의 '지원사격' 요청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타 이슬람 국가가 조기 석방을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다.

내달 13일 전후 시작되는 이슬람의 최대 명절 라마단도 결정적 계기가 된 듯하다. 본지 통신원 아부하산에 따르면 탈레반 최고지도위원회는 최근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에 인질들을 모두 풀어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방침이 인질의 납치와 협상을 주도한 일선 탈레반 지휘관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탈레반이 협상 초기부터 줄기차게 요구했던 '수감자 석방'을 양보하는 대신 얻어낸 것은 무얼까. 양측은 이날 협상이 끝난 뒤 연내 한국군 철수와 향후 기독교 단체의 아프간 선교 금지 등이 협상 타결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애초부터 한국군은 올해 말 철수할 예정이었던 데다, 선교단체는 물론 아프간 내 한국인들의 입국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라 이는 '발표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탈레반과 한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으나 인질 석방의 대가로 몸값을 지불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현지 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외신에선 탈레반이 1인당 1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아부하산은 인질 1인당 50만~100만 달러 선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협상장 주변에서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이 돈 때문에 인질을 납치했다는 비난을 피해 가기 위해 막후에서 또 다른 '선물'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라마단을 맞아 아프간 정부가 일부 탈레반 수감자를 특별사면 형식으로 석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라마단=이슬람력으로 9월을 뜻한다. 라마단은 알라(이슬람교의 유일신)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예언자 마호메트에게 코란을 계시한 달이다. 이를 신성하게 여겨 한 달 동안 일출부터 일몰까지 단식한다. 물도 마시지 못한다. 그러나 해가 진 뒤에는 마음껏 먹고 마신다. 라마단 기간 중 어린이.임산부.환자는 단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매년 시기가 다르다. 올해 라마단은 9월 13일 전후에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중앙일보 신예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