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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실패한 학생들에게 제2의 기회 줘야”2007-08-20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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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엄마’ 김현희 작가 “실패한 학생들에게 제2의 기회 줘야”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김현희 작가가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전 카이스트 총장 러플린의 칼럼을 인용해 소감을 대신했다.

SBS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극본 김현희/ 연출 홍창욱)는 애초 계획에서 2회 연장한 18회로 21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김현희 작가는 20일 오전 11시 15분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소감과 후기를 남겨 아쉬운 마음을 대신했다.

김 작가는 “이 글은 전 카이스트 총장 로버트 러플린이 칼럼에 쓴 내용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글이 없을 듯해 전문을 올린다”며 서두를 열었다.

‘제2의 기회’라는 제목의 이 글은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얘기하면서 “이따금씩 실패하는 것은 자신의 현재 능력을 넘어서려는 데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런 실패는 창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 정규교육에서 실패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한 예를 들며 튼튼한 사회가 되려면 제2의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한국사회는 시험성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미국에서는 독립심과 자기 실현을 지나치게 강조해 많은 학생들이 방황한다”고 꼬집으며 학생들에게 제2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희 작가는 드마라에서는 쉽게 다루지 못했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촌지, 학력 위조, 불법 과외 등의 공공연했던 비밀을 다뤄 이슈가 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나에게는 첫 정극이었고 미니 시리즈라 상당히 부족한 점이 많았다. 그래서 늘 부끄럽다”며 “응원해준 여러분들 감사드리고 모자란 부분 지적해주신 여러분들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김현희 작가가 소개한 로버트 러플린 칼럼 전문이다.

제2의 기회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작은 오솔길로 함께 하이킹을 가곤 했었다.
거기에는 냇물이 있는데, 커다란 소나무가 쓰러져 자연스럽게 다리가 돼 있었다.
한번은 그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데, 흐르는 물살이 얼마나 무서운지 막 깨달을 나이가 된 큰아들이 나를 쳐다보며 “아빠, 만약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돼요?“ 하고 물었다.
나는 아버지가 곁에 있으니 안심하라는 뜻으로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떨어지지 마”하고 말해주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것은, 자녀들이 적어도 초년에는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지듯 실패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에 골몰하여 자녀를 명문 유치원에 보내고, 학교교육 이외에 과외를 받게 하며, 대학생이 된 후에도 전화를 걸어 숙제를 잘하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부모들도 있다.

안 좋은 경우도 있다. 내가 살던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러앨토 (Palo Alto) 에서도 부모가 자녀들의 학업성적을 올리기 위해 매질을 하거나 약을 먹이는 일,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십대의 나이에 자살한 학생을 나는 둘이나 안다.
버클리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내 종탑 위에서 투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벽을 설치했다. 코넬 대학에는 캠퍼스를 가로지르는 골짜기가 있는데, 그 위로 놓인 다리에서 학생들이 투신하기도 한다.

여러 방지책을 마련하지만, 마치 어른들이 그러는 것처럼 학생들도 더러 통나무 다리에서 떨어지는 실패를 겪는다.
이따금씩 실패하는 것은, 자신의 현재 능력을 넘어서려는 데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리고 그런 실패는 창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예술적인 사람들 중에는 종종 학업성적이 낮은 사람들도 있다.
갈릴레이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많은 위인들이 대학에서는 낙제해 중퇴했다.
화가 모네의 아버지는 모네가 은행가가 되지 않고 고단한 예술가의 길을 택해 매우 절망하기도 했다.

바로 이 때문에 튼튼한 사회가 되려면 제 2의 기회가 필요하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종종 내게 다가와 이렇게 묻곤 한다. “어렸을 때 시험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늦게나마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위대한 발견을 하거나 사회에 이바지할 뭔가를 찾고 싶습니다만,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찌해야 좋을까요?” 라고.
나 역시 그 나이 또래에 비슷한 고민을 했고, 그 심정을 잘 알기에 늘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노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이 노벨상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간다.

국가를 발전시키기 위해 자유와 규율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다만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시험성적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미국에서는 독립심과 자기 실현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방황한다.
내가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조언을 할 자격은 없다.
다만 한국사회가 좌절한 학생들을 위한 제 2의 기회들을 좀 더 다양하게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한다면 많은 이로움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수년 전 다른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베이징에서 중국 교육부장관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엘리트 위주 정책이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기대에 못 미쳤다” 면서, “이제는 전체 인구의 상위 20% 를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재원 확보가 문제” 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공산주의 국가들에서조차 사상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제 2의 기회에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시험성적에 좌절하여 어둡게 흐르는 한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나는 "어서 집에 돌아가서 푹 자고 일어나 다시 한번 도전해보라!" 고 당부하고 싶다.
왜냐하면 누구나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니까.

- 한국인, 다음 영웅을 기다려라 - 中

출처 : 뉴스엔 김국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