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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허위학력 파문2007-08-20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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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 이후 김옥랑, 윤석화, 장미희, 지광스님,강석, 오미희씨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일 폭로와 고백이 이어지면서 허위 학력 파문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술계에서 시작해 공연, 영화, 종교계까지 확산된 이번 사건을 보면서 문화예술계는 “이번엔 또 누구냐”며 술렁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마녀 사냥식 폭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엄연히 개인의 허영심 혹은 욕심에서 시작된 거짓말임에도 ‘학벌 위주 사회의 희생양’처럼 비치는 일부 ‘고백’의 주인공들에 대해 “이번 기회에 털고 가자”는 ‘묻어가기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마녀 사냥? 묻어가기 식 고백?=한 원로 국악인은 수차례 공개적으로 ‘초등학교 중퇴’임을 밝혔음에도 최근의 파문과 맞물려 모 인터넷 매체에서 그의 최종 학력에 의혹을 제기했다. 10여 년 전 한 언론사 프로필에 ‘모 여고 졸업’으로 잘못 기재된 후 몇몇 인터뷰 기사에 이 프로필이 그대로 나간 사실을 보도한 것. 이 국악인은 “이미 다 밝힌 사실인데, 또다시 얘기가 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스타 강사로 유명한 정덕희(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씨도 이번에 학력 위조 사건에 휘말린 뒤 “출판사나 일부 언론에서 임의로 기재한 경력을 수정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TV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차례 ‘고졸’임을 떳떳이 밝혀 왔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를 걱정하는 일각에서는 “실력과 현장 경험을 인정받은 것 아니냐” “허위 학력으로 무슨 큰 득을 본 것이 있느냐”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거짓 학력을 이용해 대학교수나 공직을 얻어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별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옹호론의 바탕에 있는 ‘모든 것이 학벌 위주 사회 탓’이라는 시각은 허위 학력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허위 학력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적인 이득을 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


연극배우 윤석화 씨는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30년 전 철없던 시절에 한 거짓말”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2006년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대 출신’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등 최근까지 거짓말을 해 온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의 ‘고백’은 자발적이라기보다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먼저 ‘선수’를 친 것이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중퇴’ ‘기자 출신’이라는 독특한 엘리트 경력을 바탕으로 강남 능인선원(신도 25만 명)을 일궈낸 지광 스님도 17일 서울대 중퇴 학력은 허위라고 고백했지만 6월 자신의 책 ‘정진’을 낸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학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얼버무렸다.


또한 일부 당사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잘못 유통되고 있는 정보’를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몇 년간 방치해 온 본인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송인 강석 씨는 “포털 사이트에 내가 연세대 출신으로 나와 있는 것을 알고 고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컴맹’이라 어떤 과정을 거쳐야 되는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장미희 씨는 “장충여고 나왔다고 한 적이 없다” “미국의 호손대가 비인가 대학인 줄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영진위 홈페이지에 표시된 프로필은 위원 본인의 확인을 거쳐서 게재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연극영화과 조희문 교수는 “학력 위조로 덕을 본 것이 없다고 하는데 자기들에게 손해가 되는 일에 대해서도 그렇게 둔감하게 있었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허위 학력, 그 이후=허위 학력이 드러난 이후의 행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문의 시발점이 됐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는 지난달 1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옥랑 동숭아트센터 대표 역시 언론 취재를 피해 허위 학력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 해외로 나갔다.


지광 스님은 서울대 중퇴 학력이 허위임을 고백한 뒤 “부처님께 참회 드리고 저를 아는 많은 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18일 지광 스님의 기자회견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참회를 할 것인가”에 질문의 초점이 맞춰졌다. 스님은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참회 정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 신도는 “능인선원의 신도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똘똘 뭉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광 스님의 사례는 종교계에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의 주호영 의원이 교육부 산하 학술진흥재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 인사 154명이 국내에서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미국의 퍼시픽웨스턴대, 퍼시픽예일대, 코언신학대, 러시아의 극동예술아카데미 등 외국 4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활동 중이다. 이 중 코언신학대 박사학위 취득자 89명은 여전히 대형교회나 교직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허위 학력 파문 당사자 대부분은 “당분간 자중하겠다”는 말 외에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언급하지 않고 있다.


▽허위 학력 파문의 그늘=허위 학력 의혹은 40, 50대 중견 예술인들에게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대학에서 스타급 문화예술인을 교수로 채용하는 것이 붐을 이루면서 허위 학력을 내세운 사례도 많이 생겨나게 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데뷔한 서태지, 보아, 정우성 등 20, 30대 연예인들은 떳떳하게 학력을 공개하며 활동하는 사례가 많다. 인터넷이 보편화돼 중고교 졸업사진까지 유통되는 마당에 학력을 속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임권택 영화감독은 “가방끈이 짧다는 사실은 어딜 가도 정말 내놓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며, 나도 어렸을 때는 늘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며 “(학력을 속인) 그들의 처지를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은 안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이번 학벌 파문은 양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학벌 숭배적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학력을 위조하지는 않는다. 결국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책임이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일보 전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