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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7만7000원짜리 월셋방, 진짜 있습니까?"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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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최저생계비 바꾸기' 릴레이 편지②·③]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급여수준의 기준이 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최저생계비 결정이 오는 22일로 다가왔다. 최저생계비는 사회복지 수준의 가늠자이자,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는 극빈층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마지막 방패막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계적인 물가인상률 적용으로 실질적 생활보장 수단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최저생계비 한 달 나기' 캠페인 등을 벌이며 최저생계비 현실화 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에게 릴레이 편지를 보내고 있다.

첫 번째로 19일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가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고,(☞ 릴레이 편지① "휴대폰은 생필품이 아니다'라는 국민정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해 직접 최저생계비 생활을 체험한 학생 두 명이 각각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과 문형표 KDI 재정복지팀장에게 20일 편지를 보냈다.<편집자>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님께

김석동 차관님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여름에도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시고 관리하시는 노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2004년 여름, 참여연대 주최로 실시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했던 참가자 중 한 명입니다. 저는 2004년도에 최저생계비만을 가지고 한 달을 생활하면서 최저생계비가 최저라는 이름하에 사회안전망의 보조역할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수급자 수와 급여액 등 수치상의 변화만 있어왔을 뿐 현실은 2004년도 그대로라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 편지를 띄웁니다.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아보니… 돈 때문에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해

저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에 2인가구로 참여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가난 속에서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2인가구의 최저생계비 기준인 6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면서 아주 기본적인 욕구까지 거절당해야 했고, 이는 의욕에 넘쳤던 초심마저도 무너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우선 집세로 15만원을 지불하고 각종 공과금마저 제외하니 40만 원이 못 되었습니다. 식료품비·문화오락비·교통통신비·피복신발비·의료비를 모두 포함하는 생활비가 40만 원. 두 사람의 한 달 식료품비를 위해서는 장마에 망가진 신발은 당연히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먹는 것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망가진 신발은 체험이 끝날 때까지 가슴에 박히는 못이 되었습니다.

체험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싸워야 했던 것은 휴식처가 되어야 할 집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적은 돈으로 얻은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습도도 높아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답답했습니다.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았고, 새 옷을 사고 싶었지만 남은 생활비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있던 옷도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집안에서 갈 수가 없어 동네에 하나있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씻을 때에도 좁은 화장실에 가득 찬 곰팡이들을 피하느라 다 씻고 나오면 온 몸이 뻐근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도 여름이라 난방비 걱정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1인가구의 주거비로 책정된 금액이 월 7만7000원이라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생계비는 용돈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금액입니다

무엇을 사더라도 가장 싼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보니 개인의 기호나 욕구가 거절당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플 때마다 돈 계산을 해야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동네주민들의 가계부를 조사하면서 현실은 이보다 더 극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저생계비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누군가는 최저생계비가 부족한 금액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최저생계비를 용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는 용돈이 아닌 먹고 살기위해 필요한 생계비용입니다. 하루 밤이 아닌 한 달을 보내는 데 7만 7000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최저생계비입니다.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 실질 빈곤층 사회안전망에서 배제해

최저생계비에 왜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는 최저생계비의 계측에 현실이 아닌 물가상승율만이 고려되고, 최종 결정과정에서 예산에 맞춰 역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정부와 대다수의 국민들 중에서 최저생계비의 금액만을 보고, 최저생계비가 최저생활의 이상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2007년도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만 보더라도 약 120만 원으로 보통의 국민이 보기에 분명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 금액에 현물급여와 소득인정액이 차감되고 나면 실제로 받게 되는 급여액은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2006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현황 자료를 보면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17만 원이지만, 평균적으로 4인 가구 수급자들이 받는 생계비는 약 38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 자체만을 보는 이들 때문에 겉만 최저생계비이지 그 속은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기준 조차도 최저 이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수준이며, 그 수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물급여와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실질적 최저생계비는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며, 국민들의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삶을 보장하는 최저생계비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김석동 차관님.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저생계비는 사회보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여러 기준이 되고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압니다.

더욱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저생계비를 정한다 해도 한정된 예산 때문에 최저생계비의 무조건적인 인상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 인상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최저생계비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삼국지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청년 유비가 물살이 센 강을 건너려 할 무렵 한 노인이 강 앞에서 유비에게 호통을 치며 자신을 업고 강을 건너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유비는 그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인은 갑자기 유비에게 반대편에 짐을 놓고 왔으니 다시 자신을 업고 되돌아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유비는 이번에도 노인을 업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노인이 유비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처음 강을 건넜을 때 자네의 길을 갈 수 있었는데 왜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았는가?"

유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약 제가 처음 강을 건너서 그냥 가버렸다면 제 일을 다 못한 것이기에 일의 수고가 절반으로 줄지만, 또 다시 한 번 더 왕복을 한다면 그 수고는 두 배로 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는 일의 수고를 반으로 줄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최저생계비가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과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때 그 수고는 두 배, 아니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김석동 차관님께서 최저생계비를 아까운 예산낭비가 아니라, 국가라는 울타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써, 국민들 모두가 사회안전망의 보호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며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에 현실을 반영하고 실질금액의 인상을 위해 힘써주실 것을 믿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07년 8월 20일
송 정 섭 (학생, 참여연대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 참가자)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 문형표 KDI 재정복지팀장님께

위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광운대 행정학과 학생 김연수라고 합니다. 저는 7월 한 달 동안 '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 복지학교에 참가해 최저생계비에 대해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렇게 위원님께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행정학을 배우면서 저는 정부가 공공분야를 다루는 것으로 배웠습니다. 최선으로 가져야 할 가치가 공익이라는 것도요.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과연 그러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주류 행정학이 전제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과도한 복지는 경제에 저해된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길이 행정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익을 위한 길일까요. 공익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사람과 힘이 센 사람들만을 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저는 빈곤층에 대한 편견과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가난과 편견 때문에 희망을 버린 '사람'들을 생각해주세요

흔히들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하면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갖지만 반면에 기피하고 심지어는 혐오하기도 합니다. 게으르고 능력 없는, 인생의 패배자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일을 하려는 의지 없이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돈을 받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복지학교에서의 쪽방체험을 통해 제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게으르거나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쪽방 일일체험에서 주민간담회를 했었는데 주민분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사업을 하시면서 유복한 생활을 하시다가 한 순간 부도가 나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셨다는 겁니다. 막노동을 해왔지만, 이제는 몸이 망가져서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쉽지만 다시 올라가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도 했습니다.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족 중의 한 사람이 불치병이라도 걸리게 되면 사정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재산을 다 써서 빈곤층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게으르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겨우 안전망 역할을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도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많이 오해들 하는 것이 수급자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받으려 한다는 편견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급자는 일을 할 수 없는 독거노인,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도 많은 제약조건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젊은 사람이 일을 안 하고 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난 수급자 분들 역시 연로하시고 혼자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셨습니다. 때문에 그런 편견을 전제하고 제도 자체를 무익한 것인 양 주장하거나 그렇게 많은 돈을 주면 안 된다면서 금액을 더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주거비 7만7000원, 식비 1900원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최저생계비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금액의 기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달 주거비로 7만7000원 정도가 책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어디에서 그 돈으로 주거할 수 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면 빈 집이 많으니 거기에 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그들의 처지를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들은 농민이 아닙니다.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노동을 하는 그분들은 인력시장 근처인 대도시의 쪽방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쪽방 주거비가 제일 싸다고 하는데도 최저생계비가 책정하고 있는 주거비의 세 배를 내야 합니다. 식비나 다른 부분으로 책정된 금액을 주거비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 끼 식비는 계산해보면 1900원 정도로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계속 집에서 밥을 해먹으면 겨우 끼니를 해결할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비를 주거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수급자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한 끼는 굶고 한 끼는 무료배식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려면 한두 달에 몇 번은 외식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밖에서 사먹으면 최소 3000원 보통 5000원은 들게 됩니다. 그리고 피복신발비는 1만8000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 또한 말도 안 되는 금액입니다. 아무리 싼 것을 사도 티 한 장 사고 슬리퍼 하나 사고 나면 끝날 금액인 것입니다. 겨울을 나려면 파카나 코트도 필요한데 저 금액으로 과연 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정보통신사회니 지식기반사회니 하면서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켓바스켓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는데 휴대폰이 필수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변화된 생활수준에 맞게 최저생계비도 바꿔야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최저생계비 수준이 실계측년도였던 1999년과 2004년 4인 가구 기준으로 살펴 볼 때, 평균소득 대비 38.2%에서 31.9%로 하락하였고, 중위소득대비로는 44.0%에서 37.3%로 하락했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액수는 늘었지만 상대적인 금액은 형편없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는 가계 지출이나 소비지출 어느 기준으로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앞으로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최저생계비는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는데 재정의 한계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정은 장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경제가 발전해서 OECD 국가 10위 근처에 진입했다고 선진국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복지지출 수준은 OECD 국가 중 꼴지 근처에서 헤맨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예산의 확충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독재시절 정경유착으로 엄청난 돈을 번 대기업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지 않을까요? 재정 부족은 핑계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 최저생계비의 현실화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에서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한 번 가져 봅니다. 위원님께서도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8월 20일
김 연 수 (학생. 참여연대 희망 UP! 복지학교 참가자)

출처 : [프레시안 송정섭·김연수/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