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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효부賞이라니… 사랑나눠 행복했을 뿐”2007-05-0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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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시집 온 미야자키 히사미 ‘농협효행상’ 대상

“그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3일 제12회 ‘농협효행상’ 대상을 수상한 미야자키 히사미(여·43)씨는 수상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농협중앙회(회장 정대근)가 경로 효친 정신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농협효행상이 미야자키씨에게 돌아가게 된 것은 마을 사람들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시부모는 물론 친정아버지까지 극진히 모신 미야자키씨의 효행이 마을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일본의 유명 자동차회사인 스즈키에서 근무하던 미야자키씨는 이미 한국인과 국제결혼에 성공한 지인의 소개로 농사꾼 남편 이진기(46)씨를 만났다. 1년여 동안 이씨와 편지를 주고 받던 미야자키씨는 지난 1997년 결혼에 골인, 강원 양양의 산골마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미야자키의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우선 언어가 문제였습니다. 시장보는 일도 어려웠고, 마을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웠습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농사일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믿음직한 남편 이씨와 시부모들의 따뜻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행복했다. 은별(9), 은솔(8), 은비(6) 세자매를 낳아 기르며 오손도손 살았다. 그런 미야자키씨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지난 2004년 10월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갑자기 앓아 누었습니다. 복통과 고열, 구토에 시달리던 남편은 결국 서울 아산병원까지 실려갔어요.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남편은 그 후유증으로 시력과 청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미야자키씨는 졸지에 시부모와 딸 셋 그리고 남편까지 6명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05년 8월에는 일본에 홀로 살던 친정아버지가 뇌종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를 위해 일본으로 가려니 한국의 시부모님과 자식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미야자키씨는 친정아버지를 한국으로 모셔와 병수발을 했다. 친정아버지는 한국의 딸 곁에서 다섯 달의 여생을 편히 마칠 수 있었다.

“남편이 혼자서 집 밖에 나갈 수가 없어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래서 일을 하다가도 자주 집에 들르게 되지요.”

고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미야자키씨 머릿속에는 남편 걱정뿐이다. 미야자키씨는 이번에 받은 상금 3000만원은 남편이 혼자 집에 있을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시부모님과 남편, 딸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서툰 한국말 속에 미야자키씨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났다.

출처 : 문화일보 음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