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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금희 아나운서를 둘러싼 '비만 편견'2005-09-1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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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금희 아나운서는 깜짝 놀랄만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몸무게를 두 자리 숫자만큼 줄였다고 한다. 이렇게 살을 뺀 것은 아픈 경험 때문이다.

몇 개월 전 '퀴즈가 좋다'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였던 이금희 아나운서에게 이런 말이 쏟아졌다. "외모에 대한 자기 관리 부족은 공인으로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방송인으로서 자기 관리를 하지 않은 몸매가 부담스럽다"

일부 시청자들의 날선 지적이었지만, 성차별, 외모지상주의, 성 상품화라는 비판이 가해질만했다. 특히 남자 진행자에게 이런 말이 쏟아질리 없으니 성차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성차별, 외모지상주의, 성 상품화 여기에 관음증까지 더해서 모두 여성에 대한 남성 중심의 사회질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위의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여성 시청자들이었다. 이는 남성 여성을 떠나 심각한 인식적 치우침과 곡해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비만 편견과 차별'이다.

이는 사람에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사람 중에는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이 있다. 이는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게으름과는 관련이 없다. 체질에 따라 사람의 고유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사상의학에서는 태음인은 비만 체질이 많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마른 체형의 소음인 혹은 소양인은 많이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태음인에 비해 살이 덜 찐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찌는 사람을 우리는 본다. 그렇다고 태음인을 비난할 수 있을까? 게으르고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일까? 이는 편견과 차별이다. 살이 쉽게 찌는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 혹은 폭력이다.

인종 차별은 피부 색깔이 다르다고 편견에 차별하는 것이고, '비만 차별'은 체질에 대한 편견으로 상대적으로 차별을 가하는 것일 수 있다. 몸집은 그 사람의 유전적인 체질과 개성이 배어있는 것이다. 설혹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할까? 하지만 오프라 윈프리에게 살을 빼라는 것이 미국에서 가능할 것인가.

더구나 이금희 아나운서가 살을 많이 빼니, 매체들은 어떻게 살을 뺐는지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겪었을 고통과 이 사례가 남긴 부정적인 측면은 이금희 아나운서의 다이어트 성공기 쯤으로 낭만적이게 포장한다.

식사량을 줄여 살을 뺐다고 하지만 아마 이를 두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이금희 아나운서가 거짓말을 했다기보다는 그만큼 살을 빼기가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소에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웠을까를 상상해보면 끔찍하다.

일부 시청자들에 가한 비만 편견에 따른 언어폭력이 결국 이금희 아나운서가 살을 빼게 했고, 결국 공인은 반드시 날씬해야 한다는 편견을 강화했다. 방송의 이 같은 사례는 일반인의 사례보다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날씬함의 강요가 정당하다는 인식이 더 증폭되었다. 그래서 더 슬픈 일이고 우려스러운 일이다.

비만에 대한 편견 그리고 사회적인 차별이 여성, 그리고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한 이런 일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체질과 몸에 대한 다양성과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다이어트 산업은 그것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기생하고 있다. 그렇게 기생이 번창할수록 수많은 이들은 고통과 한숨의 시간을 보낸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

출처 : 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