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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청각ㆍ언어장애인을 위한 버스 문자안내2005-09-0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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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버스체계 1년, 어떻게 달라졌나? ③

문자안내판 설치로 동등한 정보접근을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이 바로 전광문자안내판이다. 이는 버스를 이용하는 여러 청각ㆍ언어장애인들을 상대로 직접 물어 본 결과 나온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버스 승하차 시에 전광문자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은 버스를 탔을 경우, 음성안내방송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은 어느 정류장인지 알 수 없어 늘 긴장하여도 잘못 내리는 경우가 많다.

버스 체계 개편과 함께 버스 운행 노선이 전격적으로 변경되었지만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보제공에는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버스 내부 또는 정류소에 부착되어 있는 노선안내는 주요 행선지를 제외한 다른 정류소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청각ㆍ언어장애인들은 혹시나 잘못 승차할까봐 걱정을 한다. 그러나 청각ㆍ언어장애인들이 다른 이용객이나 운전기사한테 물어보고 싶어도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하기가 어려워 무작정 승차를 하거나 잘못 전달받아 엉뚱한 행선지까지 갔다 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다음에 이야기할 내용은 청각장애인이 실제로 겪은 사연이다. 얼마 전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한 친구가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몰라서 손짓, 몸짓을 동원하여 지나는 행인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밤이라서 겁이 난 것인지 질문을 다 하기도 전에 도망을 치고 말았다고 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것 같아 그 친구는 결국 다음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가 막혔는가는 아마 짐작하고 남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에도 큰 문제가 있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데도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보다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한 개선사항

또 다른 예가 있다.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따라 매겨지는 요금에 차이가 있는 수도권 연계 버스의 경우다. 승차할 때마다 무조건적으로 기본요금을 현금투입기에 넣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제자리에 편하게 않아있는 청각ㆍ언어장애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정당한 요금을 지불하지 않은 얌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운전기사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고 기본요금만 낸 청각ㆍ언어장애인은 버스 안에서조차 영문도 모른 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이러한 경험을 했다고 고백한다. 최악의 경우 운전기사가 청각ㆍ언어장애인에게로 다가와 폭언을 섞어 따지기를 서슴지 않을 때도 있다.

청각ㆍ언어장애인과 의사소통할 때마다 사전에 메모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은 대안일지 모르지만,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이에 흔쾌히 응하고 쉽게 대답을 써 주기는커녕 오히려 이상하게 여기고 마는 경향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버스 운전기사들이 현금투입기나 카드 단말기에 신경을 쓰고 승객을 살펴야 하는 사이에 어떻게 메모로 안내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버스 내에 문자안내 전광판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의무사항임에도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버스 내에서의 문자안내는 정차하는 정류소에 대한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청각. 언어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는 청각.언어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나 외국인에게 있어서도 꼭 필요한 편의시설이다. 버스개편과 함께 달라진 사항이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문에 대해 미리 만들어진 매뉴얼에 따라 문자안내를 제공한다면, 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과 청각장애인의 버스 이용

지난해 단행된 서울시의 교통체계 개편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여 청각장애인의 이용에 있어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 요구하였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버스 개편에 대한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변경된 노선이나 중앙차로 신설 등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은 버스 이용 시 어려움에 부딪혀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개편 당시 혼란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일시적으로 노선안내 등을 위한 자원봉사자 등을 투입했지만 청각장애인은 이조차도 활용하기 어려웠다.

둘째로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승하차할 때에 음향신호로 제공되는 카드의 상태를 감지하기 어렵다. 다음 승차 시 교통카드 충전이 필요한 여부나 환승 확인 여부, 제대로 요금 체크가 되었는가 등이 전부 '삐~'하는 음향신호나 음성안내로 제공될 뿐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어 청각장애인들은 오해를 받거나 경제적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셋째로 버스 내부에 전광문자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정당한 안내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비상 시에도 이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았다. 건청인의 경우 라디오나 운전기사의 음성안내 등으로 교통상황이나 사고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이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적절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하여 일부 개선된 부분도 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버스 개편에 대한 정보는 책자와 인터넷 등을 통하여 어느 정도 알려졌으므로 정보 접근에 대한 부분은 일부 불편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밖에는 거의 변화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교통카드 단말기 접촉 시 충전이나 환승 여부 등의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은 여전하다. 청각장애인이 단말기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정보는 'O'와 'X'로 표시되는 내용뿐이다. 교통카드 인식 오류가 여전히 빈번한 가운데 요금 정산에 대한 문자안내 서비스도 받을 수 없고 늘 잔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신경을 써야만 한다. 앞으로 이동관련 법률이 시행되면 일부 개선이 되리라고 낙관도 해보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장애계 내부에서도 청각장애인의 이동권 및 교통정보에의 접근에 대한 문제점들을 아직 제대로 인지하니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자유공간 편집부ㆍ freezone@accessrights.or.kr
도움말ㆍ김철환 농아인협회 기획부장

정희찬 : 아시아ㆍ퍼시픽농아인 스포츠연맹 사무총장
이 글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http://www.accessrights.or.kr/)에서 발행하는 자유공간 91호(2005년 7월)에 실렸습니다.

출처: 프로메테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