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누구를, 무엇을 위한 교통 개혁인가?2005-09-02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서울버스체계 1년, 어떻게 달라졌나? ①

[자유공간]
국제 회의 참석 차 터키의 이스탄불을 방문한 이명박 시장이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노하우를 터키에 전수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또한 독일에서 열린 ‘8차 메트로폴리스 총회’에서는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도시 삶의 질을 향상시킨 데 대하여 2등상에 해당하는 메트로폴리스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해외 선진 시스템을 배우고 도입하는 데 익숙한 우리가 이제 자체의 시스템으로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높아진 삶의 질과 위상을 증거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찜찜하고 불편할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는 서울시의 버스체계 개편이 어디가 어떻게 꼬인 것이기에….

소외받는 교통약자, 달라지지 않은 시스템

서울시의 버스체계는 서울을 권역별로 묶어서 권역별로 일단 이동을 한 다음 환승을 통하여 다른 권역, 세부 목적지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승하차시 불편이 큰 지체장애인이나 고령자 등의 이동약자에게는 더욱 불편을 가중시킨다. 지체 장애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이 불편을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진행된 환승 중심의 시스템이다.

간선, 지선, 순환, 광역으로 나뉜 버스는 성격에 따라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새로 설치된 정류장을 이용하거나 기존의 버스정류장, 마을버스 정류장 등을 따로 이용하게 되어 있어서 환승 시 보행거리가 길어졌다. 보행거리가 길어진 것도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개편 1년이 지난 지금도 환승하고자 하는 버스의 정류장이 어느 쪽에 위치하는지 등의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또 문제다. 실제로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설치되어 있는 정류장에는 인근의 환승 정류장에 대한 위치나 방향 등의 안내가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버스체계 개편과 함께 도입된 저상버스 이용에 대한 불편도 여전하다. 버스 운송 시스템은 환승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지만, 휠체어 사용자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중앙차로를 달리는 비슷한 노선의 버스에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서울시에 도입된 것이 총 80여대에 불과하고 운행시간도 일정치 않다. 광역이나 간선버스에서 초록색 지선버스나 노랑색 순환버스를 환승하여 이동하게끔 하는 시스템 하에서 이런 버스들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투입되지 않고 있으니 당연히 휠체어 사용자가 버스를 이용해서 원하는 세부 목적지까지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GPS를 이용한 시ㆍ청각 정보 절실

전광문자안내판 등을 활용한 안내방송의 자막화도 시급하다. 현재 극히 일부 버스에만 설치되어 있는 전자문자안내판은 캠페인이나 광고 등을 내보내고 있을 뿐 정류장 안내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청각장애인의 경우 노선 안내 전화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자로 된 정류장 및 환승 정보 제공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보접근에 대한 문제는 시각장애인에게 직접적인 위험으로 다가왔다. 1년 전 개편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잦은 환승 시스템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위험은 여전하다. 전용차선의 정류장을 이용하는 경우 환승 정보나 횡단보도 위치 등을 안내받지 못해 정류장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방황하거나 차도로 내려서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장애인접근성연구센터 서인환 소장은 1년 전 <자유공간>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스마트카드와 GPS(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 시스템을 도입함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버스의 안내방송은 정차할 정류장만을 알려주는데, 일부 구간에만 설치되어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경우 진입 시점과 끝나는 시점을 알려주어 하차 시 정류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환승 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GPS 시스템을 도입하여 정류장마다 실시간 교통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누구를 위한 교통 개혁인가?

지난 7월 초에는 청량리~망우역, 오류나들목~서울교 구간의 중앙버스전용차로 2구간이 개통되었고 청량리와 여의도에 대중교통 환승센터가 문을 열었다. 환승센터는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버스 정류장을 통합하고 지하철을 바로 연계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설치된 정류장에서 나타나는 버스의 기차가 된 듯 늘어서 정체되는 현상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중앙차로의 정류장에 버스가 한꺼번에 몰리면 승하차가 끝난 버스 차량도 앞차가 출발할 때까지는 꼼짝 없이 기다려야 한다. 승객들은 버스의 정차 위치에 따라 이리저리 쫓아다녀야 하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장애인 등이 버스를 타기는 더욱 고되다. 이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 문을 연 청량리 환승센터의 경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망우리 방향으로 가는 버스의 정류소가 3곳으로 늘어났고 지선버스에서 간선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두 번이나 건너야 갈아 탈 수 있다. 별도의 점자촉지도나 점자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데다 신호등마저 설치되지 않았다. 좁은 정류장에 가득 찬 승객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버스를 타기 위해 차도로 내려서는 사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무질서하게 건너는 사람 등이 뒤섞여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물론 장애인이나 인터넷 등에 접근하기 어려운 노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공익성과 수익성 두 마리의 토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