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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경찰발표로 본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일지2007-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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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청계산→북창동서 펼쳐진 한밤의 `느와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하자 경호원 등을 동원해 보복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과연 보복 폭행이 있었던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을 모아보면 보복 폭행 사건은 한화측의 해명과는 달리 한밤의 느와르를 방불케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김 회장이 실제 폭행 현장에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 사법기관을 거치지 않은채 사적인 보복을 가할 수 있다고 여기는 재벌 총수의 비뚤어진 인식에 대한 비난여론도 강하게 일고 있다.

연합뉴스가 그동안 만난 피해자 주변 인물들과 목격자들의 진술, 한화그룹의 해명 등을 종합하면 `보복 폭행' 사건은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일어난 작은 충돌이 발단이었다.

◇ 사건 시발은 청담동 G주점 = 3월 8일 새벽 5~6시께(전날 저녁이라는 증언도 있음) Y씨 등 서울 북창동 S주점 종업원 대여섯 명은 일을 마치고 종종 찾아가던 청담동의 G술집에 손님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이곳에서 Y씨 등은 김 회장의 둘째 아들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시비가 붙었고 김 회장의 아들은 이 과정에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눈 주위를 10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아들은 귀가해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고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김 회장은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남자답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직접 가해자 `색출'에 나섰다.

이날 초저녁 김 회장과 아들은 Y씨 등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차량 7,8대에 나눠타고 10여명의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청담동 G주점에 들이닥쳤다.

김 회장 측은 G주점 관계자들을 다그쳐 단골인 북창동 S주점 종업원들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이들을 불러냈다.

G주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들과 다툼이 있었던 사람이 대기업 회장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S주점 종업원 4명은 상대방이 요구하는 대로 사과를 하기 위해 오후 8시께 이곳에 도착했다.

◇ 청계산 보복폭행 있었나 = 김 회장 측은 이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청계산 자락의 한 창고로 끌고가 폭행하기 시작했다.



한 피해 종업원은 "산으로 한 200미터쯤 올라가니 사람들이 양쪽에 길게 늘어서 있었고 불도 없는 어두운 창고로 우리를 끌고 갔다"며 "잠깐 라이터로 불을 켜더니 `좀 맞아야 겠다'고 하고는 수십 분 동안 때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없이 맞는 데 너무 무서워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며 "나중에 차로 어딘가에 내려주는 데 죽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행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아들을 때린 Y씨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김 회장은 이들을 서울 모처에 내려주고 곧바로 북창동으로 향했다.

하지만 한화그룹측은 김 회장이 북창동 S주점 외의 다른 곳에서 Y씨 등 종업원들을 만난 적이 없으며 S주점도 상황이 모두 수습된 후 찾아갔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김 회장의 폭행 가담 여부 규명이 경찰 수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조폭 `전쟁' 방불케 한 북창동 접수 = 등산복 차림의 김 회장과 경호원 30여명이 대형 승용차 예닐곱대에 나눠타고 북창동에 나타난 것은 이날 자정께.

이들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S주점에 들이닥쳐 순식간에 S주점을 장악하고 사장을 통해 종업원 Y씨를 불러내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S주점 사장의 뺨을 때리는 등 직접 폭행에 가담하기도 했다.

인근 주점의 종업원들과 업주들이 상대 조직에 의한 `전쟁'으로 오인해 몰려왔지만 이들은 밖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의 제지로 김 회장이 들어간 S주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S주점 인근 상인은 "눈가를 많이 다친 회장 아들과 모자를 쓴 회장을 봤다"며 "주변에 목격자들이 많았는데도 너무 무서워 아무도 신고하거나 동영상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들을 때린 Y씨를 찾아내 아들에게 `맞은 만큼' 때리도록 한 후 양주와 맥주를 시켜 폭탄주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주면서 `남자답게 화해했으니 없던 일로 하자'고 제안하고 술값 명목으로 100만원을 주고 현장을 떠났다.

한화그룹 측은 "회장이 `사과를 받아오라'며 아들과 경호원들을 먼저 보냈지만 아무런 폭력 없이 사과를 받았고 회장은 아들이 걱정된 마음에 상황이 모두 수습된 후 찾아가 화해의 술잔을 돌렸을 뿐"이라며 "어디까지나 회장의 아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경찰청은 30일 오후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수사 결과를 토대로 사건 당일과 경찰 수사 과정을 정리한 일지이며 이 중 사건 당시의 상황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구성됐다. 김 회장측은 피해자들의 진술과 달리 청계산 공사장과 북창동 S클럽에서 자신이나 아들의 직접 폭행 사실이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3월 8일 오전 7시께 = 김승연 회장 둘째아들(23), 서울 청담동 G술집서 윤모(33)씨, 조모(33)씨 등과 시비붙어 부상.

▲3월 8일 오후 7시께 = 경호원 등을 대동한 김 회장 G술집 도착. 술집 주인으로부터 `와서 사과하라'는 연락을 받고 조씨 등 일행 4명 G술집 도착.

▲3일 8일 오후 9시께 = 김 회장 측, 조씨 등 데리고 청계산 주변 공사 중인 건물로 이동해 집단폭행.

▲3월 8일 오후 11시께 = 김 회장 측, 북창동 S클럽으로 이동한 뒤 아들을 폭행한 윤씨를 불러 아들에게 직접 폭행하게 함.

▲3월 9일 0시 7분께 = `서울 북창동 S클럽에서 손님이 직원들을 폭행했다. 폭행을 매우 심하게 했다.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 자녀다'라는 112 신고 접수.

▲3월 9일 0시 11분께 = 남대문서 태평로지구대 경찰관 2명 현장 출동(이후 별 조치 없이 돌아감).

▲3월 9일 = 윤씨 등 일부 사건 관련자 병원 치료.

▲3월 20일께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련 첩보 입수.

▲3월 28일 = 첩보 남대문서 하달.

▲4월 24일 = 연합뉴스 첫 보도.

▲4월 25일 = 남대문서, 수사상황 일부 공개.

김 회장 둘째 아들 중국 출국.

▲4월 26일 = 남대문서, 김 회장 경호원 3명과 경호업체 직원 3명 소환.

▲4월 27일 = 수사팀 확대 개편 전면수사 착수. 김 회장 출금요청.

▲4월 28일 = 경찰, 김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

김회장, 2차례 경찰 출석요구 불응.

▲4월 29일 오후 3시57분께 = 김 회장, 남대문 경찰서 출두, 다음날 오전 3시 20분까지 조사.

▲4월 30일 오후 4시 = 중간 수사결과 발표.


경찰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혐의에 대한 1차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피해자 협박·회유, 흉기 소지 및 조폭 동원 여부 등은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사건 배당 문제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이 힘을 얻어가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협박·회유 있었나=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화 측으로부터 합의를 제의받은 적이 없다”며 일관되게 매수설을 부인해왔다. 피해자인 S클럽 업주 조모씨는 “당시 동행했던 한화 협력업체 사장이 치료비로 1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제시했으나 받지 않았다”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위로금 500만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사건을 발설하지 말라’는 협박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 한 명이 30일 새벽 김 회장과의 대질신문에서 “회장님, 저는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또 피해자 김모씨도 경찰에서 “보복이 두려워 처벌의사를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기·흉기 사용과 조직폭력배 동원 여부=권총, 회칼 등 흉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일단 피해자들은 권총이나 회칼은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 중 한 명은 언론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금장식이 달린 권총으로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총기로 위협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풀어야 할 대목이다. 피해자 조모씨는 북창동 S클럽에서 “폭력배 풍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화측은 경호업체 직원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폭이 아니고서는 북창동의 한 클럽을 순식간에 장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건 배당 의혹=이 사건의 배당을 둘러싸고 경찰 내부 잡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광역수사대에서는 처음 첩보를 입수한 자신들에게 수사를 맡기지 않고 사건 관할 구역인 강남 및 남대문 경찰서 중 남대문을 지목해 사건을 배당한 것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광수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개입설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며 “광수대가 사건을 맡으면 수사 강도가 세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최 전 청장의 학교 후배로 2003년 인사청문회 당시 준비팀장을 맡았다고 자인하면서도 사건 초기 최 전 청장과 한 차례 전화 통화한 것 외에 접촉이 없었다고 단호히 잘라 말하고 있다.

출처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김원철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