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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박지윤-최동석 사진 유출에 아나운서 홈피 '비상 경계령'2007-04-30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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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침해는 무관심…"외설적" "흐트러진" 등 명예훼손 보도 줄이어

한 유명 여자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다룬 언론 보도가 사생활 침해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29일 새벽 박지윤 KBS 아나운서의 미니홈피에 비공개로 실렸던 사진 20여장이 한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유출됐다. 해킹을 통해 유포된 사진은 박 아나운서와 그의 연인으로 알려진 최동석 KBS 아나운서와의 데이트 장면이나 '셀카' 류의 사진이었다. 일반인의 미니홈피에서도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지만 '타인의 사생활에 대해 개념 없는' 네티즌과 '개인의 사생활과 명예보다는 조회수를 존중하는' 언론이 달려들면서 박 아나운서의 일상은 '도덕적으로 문제있는 동시에 재미있는 볼거리'로 변질됐다.


다수 언론은 이 사건의 본질이 인터넷상의 개인 공간에 대한 해킹과 이로 인한 사생활 및 인권침해 위험성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법적으로 문제있는 해킹사진을 무분별하게 게재하거나 '적나라' '노골적' '상당한 노출 수위', 심지어 '외설적인' '흐트러진' 등의 부정적 표현을 동원해 박 아나운서를 비난했다.


이런 보도는 1보를 전한 뉴시스의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뉴시스는 기사에서 '20대 후반의 지상파 인기 여자아나운서 X'로 박 아나운서를 지칭하며 과도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뉴시스는 "X와 그녀의 애인이 노골적인 애정행위를 하는 장면 등을 촬영한 20장 가까운 사진들" "사진 속의 X는 승용차 안, 침대 등지에서 키스를 나누는 등 흐트러진 모습으로 연인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신체 노출 수위도 상당하다" "X가 침대에서 애인과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에는 정체불명의 또 다른 남자가 함께 누워 있다. 특히 이 사진을 놓고 온갖 외설적인 추측이 난무하는 중" 등의 박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를 내놓았고, 해킹사진을 그대로 게재하기까지 했다.


< 'X여자아나운서'의 은밀한 사생활 사진 유출 파문>이라고 제목을 단 데일리안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X여자아나운서'의 사생활 사진이 유포되면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평상시에 찍은 사생활 사진이다 보니 그동안 방송에서만 보아오던 이미지와는 상당부분 다른 모습이라 그 충격은 더하다"며 철저히 남성적 시각으로 보도했다. 이 언론은 "현재 인터넷에 유포된 사진은 그나마 수위(?)를 조절한 20여장으로 알려져 있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오해를 증폭시켰다. 한경닷컴도 < X여자아나운서 흐트러진(?) 사생활 사진 유출>이라는 비난섞인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수영복, 키스…박지윤 아나 사생활 사진 유포 /애인과의 노골적 애정행위 적나라하게 공개>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에서 수많은 박 아나운서의 사진 중에서 입술을 내밀고 있는 사진을 실었고, 한경닷컴 등 다른 언론들도 해킹 사진 일부를 모자이크해 실었다.


이외에 "공중파방송의 P모 아나운서와 C모 아나운서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사진이 유출돼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이데일리),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장면이 많아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스포츠조선) 등 사생활 침해를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 내지는 화제'로 바꿔놓은 무책임한 언론들도 적지 않았다.


박 아나운서를 한껏 비난한 언론들은 30일 오후에는 '누리꾼 응원'류의 기사와 박 아나운서의 뉴스 진행사진과 함께 '울어서 부은 눈이 안타깝다'류의 기사를 내보내는 이중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건진 KBS 아나운서팀장은 "두 아나운서가 뉴시스 담당기자에게 연락해 사진과 기사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거절해 명예훼손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아나운서가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사건이 접수되면 아나운서팀 차원에서 수사를 촉구할 것이고, 법무팀을 통해 두 사람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팀장은 "별 것도 아닌 사진이 모자이크돼 보도되면서 더 많은 오해를 낳고 있는 것 같다"며 "피해자인 두 사람이 마음을 추스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에서 비공개로 올린 박 아나운서의 사진이 해킹으로 공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싸이월드의 보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 홍보팀 관계자는 "시스템에 의한 해킹은 아닌 것 같고, 정상적인 로그인을 통한 접속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안혜경씨 등 연예인 사진 유출의 전례를 보면 비밀번호를 아는 누군가에 의해 해킹이 이뤄졌다. 이번 사건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정 김보민 아나운서 등도 미니홈피 사진 통해 사생활 알려져

연인 사이인 박지윤-최동석 KBS 아나운서의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 최동석 아나운서의 미니홈피 해킹으로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아나운서들이 외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대한 관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KBS 아나운서팀이 아나운서 개인의 미니홈피 사진 유출로 인해 곤혹을 느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노현정 아나운서가 결혼을 할 때에도 미니홈피에 게시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었다. 또 김보민 아나운서의 경우 열애설이 불거진 축구선수 김남일과 비슷한 스타일의 반지를 끼고 있는 사진이 미니홈피를 통해 알려져 열애 의혹이 확산됐다.

이렇게 아나운서를 둘러싼 사건·사고의 중심에 개인의 미니홈피가 한 원인으로 자리잡게 되자 KBS 아나운서팀으로서는 이에 대한 관리 문제를 재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적인 공간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KBS 아나운서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용실 KBS 아나운서 협회장 역시 30일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나운서들이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것에 대해 내부적인 입장 정리를 하고 있다"고 밝혀 이 문제를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현재 박지윤 아나운서는 미니홈피에 프로필만 남긴 채 방명록, 게시판 등의 기능을 모두 폐쇄했다. 최동석 아나운서는 아예 미니홈피 회원을 탈퇴, 홈페이지 자체를 없애버렸다.

한편,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나자 일부 네티즌들은 사진에 보인 네티즌들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크루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그 사진을 본 느낌은 논란거리라기 보다 평범한 남녀 커플의 자연스런 행동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 이선민 기자,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오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