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700마켓, 새로운 유통혁명? 찻잔속 태풍?2007-04-25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국내 최초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 수원 송죽점 현장취재

지난 23일 오후 3시경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한 700마켓 송죽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장에 가득 찬 상품 박스들이 지게차 운반용 받침대인 팔레트(pallet)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적재된 박스 맨 윗칸은 고객이 낱개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개봉돼 있었다.


200평이 조금 넘어 보이는 매장에 2명의 직원들이 상품을 진열중이었다. 고객이 계산을 위해 포스단말기(POS, 판매시점관리시스템) 옆에 물건을 얹어놓자, 그제야 매장 정리중인 직원이 계산대로 달려왔다. 인력운용도 비용절감을 위해 최소화시킨 듯한 느낌이었다. 이른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매장을 방문한 고객은 3~4명에 불과했다.


‘700종류의 물건을 싼 값에 공급한다’는 취지로 이름 붙여진 700마켓은 국내에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소매업태인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HDS)로 최근 농수산홈쇼핑이 별도의 유통사업부를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6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제한된 품목에 대해 할인점보다 더 싼 초저가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1만원을 들고 몇 가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지 직접 쇼핑을 해 봤다. 낯익은 가공식품 위주로 낱개 상품을 집어 들었다. 웬만큼 됐다싶어 계산대에서 확인해 보니, 아직 3000원 정도의 여유가 남아있을 정도로 체감 가격은 무척 낮은 편이었다.


쇼핑봉투 50원을 포함해 모두 12가지 상품을 구입한 뒤 이를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직접 비교해 보니, 실제 낱개 상품의 가격경쟁력은 700마켓이 우세한 편이었다.

700마켓 송죽점에서 판매하는 동원 양반 야채죽(285g), 동원 양반 전복죽(285g) 등 2개 상품 가격이 이마트 서수원점보다 더 저렴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5개 상품이 700마켓보다 더 비쌌다. 롯데마트도 1개 상품이 700마켓의 가격보다 더 높았다.

가격비교대상에서 제외한 할인점의 묶음판매 상품을 낱개로 환산해 비교할 경우 700마켓 상품이 저렴한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났다. 농심 신라면(120g)의 경우 700마켓의 가격(470원)이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많게는 50원이 더 저렴했다.

농수산홈쇼핑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올해 내 10개까지 700마켓 매장을 추가 오픈하는 것과 동시에 대주주인 하림의 농축산 브랜드인 ‘델목원’과 함께 PB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700마켓의 이같은 가격공세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아직 어리둥절한 편이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올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면서도 700마켓 자체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특히 700마켓의 가격설정이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책정된 것 같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마트의 한 바이어는 “정상적인 상품조달, 유통방법으로는 불가능한 가격 수준”이라며 “초기 시장 확대를 노려 역마진을 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도 700마켓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일부 상품에 한해 가격적인 장점은 있지만 상품 구색이 부족하고 고객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며 “고객 홍보도 미흡해 동네 슈퍼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수산홈쇼핑 측은 매장의 실내 인테리어와 근무 인원을 최소화하는 등 전 부문에 걸쳐 비용 발생요인을 최대한 제거해 초저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수산홈쇼핑 오관석 부사장은 “역마진을 유지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써서 가격을 낮춘 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전략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최초로 도입된 700마켓이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 홍기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