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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25 표심.."한 김칫국 마시지 말라"2007-04-25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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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민심', 한 `오만'에 엄중 경고



4.25 재보선서 나타난 민심은 냉정했다.


당 지지도가 45%를 넘나들고, 두 대선 유력주자의 지지율 합이 70%에 육박하는 제1당 한나라당을 향해 "대선에서 다 이긴 것처럼 김칫국을 마시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한나라당은 25일 치러진 재.보선에서 3곳의 국회의원 보궐 선거 가운데 경기 화성 단 한곳에서 이겼고, 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 가운데 충남 서산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완패했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 신화가 무참하게 깨진 것이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치러진 전국 단위 마지막 선거여서 대선 민심의 풍향계로 해석돼온 재보선에서다. 그것도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선거구 9곳 가운데 한나라당이 압도적 여론지지 우위를 보여온 수도권(서울 양천.경기 화성.동두천.양평.가평)과 경북(봉화)지역의 선거만 6곳이나 됐던 재보선이었다.


표 차이도 간단치 않았다. 최대의 승부처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대전 서구을에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60.2%를 얻은 반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는 38%를 득표했고,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 역시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52%를 얻은 데 비해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는 39% 득표에 그쳤다.


한나라당의 패인을 열거하자면 여럿을 들 수 있다. 우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선거에서 빠졌다. 노 대통령의 탈당으로 더 이상 열린우리당은 여당이 아닌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졌다. 그마저 후보도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만 냈다. 참여정부들어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표심을 좌우했던 `반여, 반노 정서'가 없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전 서구을에서 열린우리당 공천을 희망했던 청와대 비서관 출신 박범계 변호사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로 범여 후보의 단일화가 이뤄졌고, 전남 무안.신안 에서도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 범여 후보를 자임하고 나섰다. 범여권이 느슨하게나마 연대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의 경우 지역 현안인 쓰레기 소각장 문제가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에 입당하겠다"며 유권자를 유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표심 분석은 "한나라당의 오만에 유권자들이 고개를 돌렸다"는 한마디에 무기력해 진다. 나경원 대변인도 개표 직후 공식 논평에서 "오만한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매서운 심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정신못차리고 안 변하고 국민기대에 못 미친 데 대한 국민의 경고이자, 실망한 국민들이 화를 낸 것"이라며 "그동안의 지지는 노무현 정권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1년여 동안 한나라당은 당내 경선에서만 이기면 `대통령은 따논 당상'이라는 식의 혈전이 빚어졌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현역의원이나 당내 중진들은 물론이고, 원외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에게도 줄서기를 강요했던게 사실이다.


양 캠프측은 "치열한 경선에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지만 사실상 당을 두 토막 낸 것이나 진배없다는게 당내 분위기다.


그런 마당에 선거에서 당의 힘이 모일 리 만무하다. 같은 지역에서 유세를 하면서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피해다닌 그들이었다. 후보 유세가 아니라 자신들의 경선 유세였다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당 지도부는 온데 간데 없고, 양 주자진영이 당을 대신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도부의 영(領)은 서지 않았고, 캠프의 영만 섰다. 그것이 기강해이로 이어졌고, 선거를 앞두고 각종 비리 사건과 사고로 이어졌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관계법 제.개정을 둘러싼 혼선에 이어 경기도 안산 돈 공천 파문 및 경남 거창지역 후보매수 사건, 강재섭 대표 지역구 사무소 과태료 대납사건, 의사협회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 등 재보선 기간에 터진 각종 잡음과 비리는 당을 휘청거리게 했다. 후보 공천과정에서의 잡음과 후유증까지 겹쳤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무능과 눈치보기가 오늘의 현실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초선 의원은 "결단의 순간에 지도부는 양대 캠프의 눈치보기만 했다"며 "단적인 예로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둘러싼 박.이 양측의 대치국면에서 지도부가 소신을 갖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도 양 캠프 눈치보기만 하면서 스스로 지도력을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맥상속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이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152석의 대승을 거뒀던 열린우리당은 불과 1년후 치러진 4.30 재보선에서 국회의원 재선거 6곳과 기초단체장 재보선 7곳 가운데 단 한곳도 이기지 못하고 참패했다. 당시에도 여러 패인 분석이 있었다. "공천만 잘했어도..", "지역구도의 한계를 넘지 못해서.."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여당의 오만"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나라당은 "오늘의 참패를 준엄한 국민의 경고로 듣고 새출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8개월이라는 장기레이스에서 지금의 참패는 약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보선 이후에도 상당기간 범여권에선 뚜렷한 후보가 출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내에서는 박.이 양자 대결구도가 여전할 것이고, 그들의 경선전 역시 불을 뿜을 것이다. 별반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인명진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다시 살려면 우선 지지율 50%라는 것을 잊어야 한다. 대선주자들도 내가 1위다, 2위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정말 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순탄하게 대선가도를 달려오던 한나라당에게 이번 국민의 `매'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온전히 한나라당 몫이다.


출처 : 연합뉴스 김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