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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성희롱 MT' 대학가 시름'2007-04-03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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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MT' 대학가 시름..성적 수치심-불쾌감 유발 게임 많아

2007년 대학 신입생 진모씨(19ㆍ건국대)는 최근 엠티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진씨가 게임 도중 벌칙을 받게 되자 선배들은 남자 동기 무릎에 앉아 술을 마시라고 시켰다. 모욕감과 불쾌감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신입생이 감히 벌칙을 뿌리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진씨는 "캠프파이어 같은 낭만적인 엠티를 생각하면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진씨는 나중에 친구들과 엠티 얘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받았던 벌칙은 그나마 얌전한 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캠퍼스에 저질 게임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엠티나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가 신입생에게,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하는 벌칙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대학생이 엠티에서 저질스런 게임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 특히 새내기 여학생들이 엠티에서 이런 모욕적인 게임을 경험하고 있다.

 건국대 황모씨(21)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엽기적인 벌칙들을 봤다. 게임을 하다 걸리면 옆 사람의 미간을 핥거나 과자를 씹어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대학생들은 다들 이렇게 하는 줄 알고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게임에서 '가해자'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친목 도모와 분위기 띄우기다.

 숙명여대 박모씨(22)는 "남학생들과 조인트 엠티를 갔다가 옆 자리에 앉은 이성의 귀를 핥는 벌칙을 본 적이 있다. 또 여자가 누워있고 남자가 그 위에서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벌칙도 있었다"고 밝혔다.

쪽지를 이용한 게임도 저질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왕'을 뽑은 사람이 '숫자'를 뽑은 사람들에게 뭐든지 시킬 수 있다. 무작위로 번호를 불러 "1번이 3번 얼굴에 케첩을 뿌리고, 5번이 핥아 먹어"라고 하는 식이다. 얼굴이 아니라 여학생의 가슴에 케첩을 뿌리기도 한다.

 남녀가 마주서서 서로의 몸을 손가락으로 찍게 하는 '전화기 게임'도 엠티에선 흔히 볼 수 있다. 얼굴과 신체부위를 전화기 다이얼로 설정해 진행자가 부르는 번호대로 상대의 몸을 짚어야 한다.

 심지어 교수와 함께 간 엠티에서도 이런 저질 게임이 등장한다. 한양여대 최모씨(22)는 "교수님이 바닥에 눕고 여학생들이 교수님 배 위에 올라앉아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며 "교수님은 학생들이 졸라서 억지로 게임에 참여했지만 결국 민망함이 극에 달하자 화를 내시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저질 게임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불만을 표시한다. 하지만 이런 저질 게임의 관행은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새로운 벌칙, 새로운 도구가 추가되긴 하지만 '강도'가 약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시립대 이모씨(21)는 "신입생 때 입에서 입으로 술을 전하는 게임을 하면서 정말 기분이 나빴다"며 "하지만 불쾌한 게임을 했던 사람들도 막상 선배가 되고 나면 후배에게 똑같은 게임, 벌칙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신입생 시절 벌칙 때문에 눈물을 쏟으며 '나는 후배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학생들이 결국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심리학과 이종택 교수는 이런 저질 게임의 확산 추세에 대해 "대학교 저학년들은 자기정체성과 사회정체성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반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저질 게임이 확산되는 것은 대학생들의 자율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출처 :스포츠조선 곽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