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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 교회도 사회에 십일조 내야 한다"20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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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는 "이제 한국 기독교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새롭고 건강한 기독교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흐름에 서있다.

지난 24일 토요일 오후에 도올 김용옥 교수를 만나서 한국 기독교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김용옥 교수는 "구약폐기는 내 입장이 아니다"며 "단지 구약성서가 기독교의 직접적 신앙이 될 수 없음을 얘기한 것뿐"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요한복음을 강의한 것은 평생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사셨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으며, 한국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자극과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김 교수는 "얼마 전에 조용기 목사와 만남을 가졌는데 그는 다른 이웃종교에도 구원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며 "그같은 입장이 80만 순복음교회 성도들과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아쉽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로 '목회자 수준의 저하'를 들었다. 그는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는 많은 병폐들이 나타났으며, 적어도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하였다.


"구약폐기는 나의 입장이 아니다"


- 얼마 전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구약성경 폐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정확한 진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주시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하지만, 구약폐기는 나의 입장이 아니다. 구약은 소중한 유대교의 경전이고, 방대한 문명의 성과가 축적되어 있는 복합적인 문헌이다. 다만 기독교인으로서는 직접적 신앙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을 주장할 뿐이다.


우리가 그 경전을 '구약'이라고 부르는 것도 엄밀하게 본다면 적절하지 않다. 이것은 마치 대승불교가 남방의 부파불교를 폄하해서 '소승불교'라고 부르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차라리 '히브리 성경' 혹은 '타나크'라고 부르는 것이 더 바른 인식이다.


예수 때에도 우리가 말하는 '구약'이라는 문헌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약'의 핵심은 '모세5경'이며, 그것은 신약시대에 그냥 '율법'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애굽에서 노예상태에 있던 유대민족이 가나안땅으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그 역사적 체험은 '야훼와의 율법적 계약'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기독교인은 율법이 아닌 사랑으로서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내 주장의 건강한 비판적 측면을 회피하는 방편으로서, 엉뚱한 가설에 매달려 자기들끼리 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라도 씹히는 것을 좋아한다. 건강한 담론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 요한복음 강의를 하게 된 동기는?

"아무래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영향이 강하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어머니로부터 아주 청교도적인 신앙을 물려받았다. 신학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러한 기독교적인 집안배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주 전공은 철학이고 주로 철학사상을 강의해왔지만, 인류사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독교에 대한 나의 관점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나를 마치 반기독교인인 것처럼 매도하는 불순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기독교에 적대적인 세력인 것처럼 모는 그들이야말로 그리스도의 적이다. 나는 평소 인류3대지혜의 서로서 <노자> <금강경> <요한복음>을 병론해왔다.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나의 요한복음강해는 내가 어머님께 해드릴 수 있는 간곡한 효도이자 내 삶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기독교를 믿는 일반 신자들에게도 나의 요한복음 강의가 많은 자극과 격려가 되길 바랄뿐이다."


"조용기 목사, 종교다원주의적인 열린 신앙인"


- 얼마 전에는 조용기 목사를 만나신 걸로 아는데,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영은 조용기 목사의 친정체제와 재정운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교회개혁단체와 시끄러운 마찰을 빚고 있기도 하다.

"순복음교회의 조직이 파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연구해본 바가 없다. 다만 이번에 만난 것은 영적인 진영에 있는 분과 기독교를 수용하는 이성적 자유인과의 만남 자체가 큰 상징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하는 것처럼, 나는 예상대로 서로의 공통점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항상 삶이 대다수의 평범한 민중의 세계를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 순복음교회도 당초에는 소외받은 민중들의 구원으로부터 출발한 건강한 종교운동이었다. 그런 면에서 모든 성령주의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보수 개신교인들에게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배타성'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만난 조용기 목사는 매우 열려 있는 사람이었고 타 신앙체계에 대한 배타성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분의 불교 이해는 심오하고 정확했다. 기독교라는 틀을 선택했지만 그 틀 속에서만 정신세계를 구성한 분은 아니었다."


- 다른 종교들, 이를테면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종교다원주의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예수의 품은 무한하기 때문에, 인간이 인식하는 예수는 모두 시공의 제약을 받은 인간의 실존상황의 상대성과 관련이 있고 모든 해석의 상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하지만 그러한 조용기 목사의 입장은 현재 순복음교회 진영의 80만 성도들과는 전혀 소통되질 않고 있잖은가?

"그것이 문제다. 거대한 대형교회가 되면 될수록 결국 성령도 경직화된 조직의 틀을 뚫고 들어오기 어려워진다.


예전의 절박한 민중적 상황에서는 오중복음과 삼중축복은 기쁜 소식이었다. 순복음교회 교인의 70%가 전라도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만큼 당시에 오갈 데 없던 소외된 민중이 순복음으로 몰렸던 것이다. 순복음교회의 역사를 통해 이 사회에 사회악으로만 남았을 에너지가 건강한 중산층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예전과 상황이 바뀌었으면 이젠 그 설교나 지도사상도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율법에 얽매여 사는 바리새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점에서 나의 이번 요한복음 강의의 메시지와 조용기 목사와의 만남이 순복음교회 진영에게도 최소한의 자극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민중은 죄가 없다. 그들은 따라가는 순진한 양이며 포도나무의 열매일 뿐이다."


"한국교회, 성경 몇 구절로 교리 가르친다"


- 보수적인 한국교회 대부분의 현장에서 행해지는 성경공부는 조직신학적 성경공부에 속하는 '교리공부'이다.

"그런 점이 개선되기 위해선 오늘날의 기독교가 플라톤적인 다양한 합리적인 해석학적 눈으로써 성경을 읽어야 한다. 대체로 한국교회는 성경을 총체적으로 안 읽는다. 몇 개의 구절만 가지고 교리만을 가르친다. 교인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교 속에서 성서 전체를 총체적으로 녹여내야 한다.


한국 기독교도 이제는 토착화된 담론으로 발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허혁 선생님 같은 분이 성경을 매우 치열하게 공부를 하신 분이셨다. 성서연구에 대한 그 같은 학문적 치열함이 일반 성도들 혹은 대중들과도 결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그런데 신학대 공부를 왜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는지

"잘못된 길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를 개인의 힘으로 전환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내가 신학대를 나와서 목사가 되면 나의 카리스마로 인해 엄청난 성도들이 몰리는 대형교회를 만들게 될 것 같아서 미리 그만두었다(웃음). 나는 신학대학을 들어가자마자 큰 교회에서 설교를 했는데 인기가 높아 신도들이 많이 생겨났다. 나는 그런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의 결정은 두고두고 후회스럽지 않다. 잘한 일이다."


- 기독교와 사회에 대한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기독교는 엄연히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다. 면세나 공제제도가 없으면 한국교회는 지탱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고로 들어가야 할 돈이 교계 내에서 악순환하면서 서민생활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세제혜택을 받는 모든 종교는 수입의 일정부분을 반드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 교인들에게는 신약성경에 근거도 없는 십일조를 꼭 내라고 강요하면서, 교회는 사회에 십일조를 안 낸다면 그것은 참으로 음험한 착취가 아닐까? 종교의 순수성만을 말하면 안된다. 이 사회의 혜택을 받고 이 사회 사람들의 헌금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반드시 그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건물을 크게 짓는 데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신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목회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신학대학에 많은 장학금을 내놓아서 신학도들이 질높은 유학을 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세계 신학계를 이끄는 명저들을 번역하는 출판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독교의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목회자 수준의 저하다. 이것은 각종 신학대학의 난립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종교지도자들은 세속적 집념에서 떠나야 한다. 세속적 가치의 경쟁구도에서 해방되어야 하고, 자본주의적 논리를 초월하는 나눔의 혁명을 실천해야 한다. 예수는 2000년 후에나 실현될 21세기적 인간평등관을 이미 AD 1세기에 구현한 분이다. 그런데 교회는 점점 더 소수집단의 특권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라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철저히 반대다. 그런 식의 경제논리 개발논리는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할 뿐이다. 새만금도 그렇고 경부대운하의 발상도 그렇고, 하나님께서 주신 삼천 리금수강산을 그런 식으로 농단하면 결국 이 땅에서의 하나님의 사역만을 망가트리는 것이다."


- 끝으로 혹시 존경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면 누구인가?

"나의 친형 김용준의 영향도 있지만 친근하게 어려서부터 뵌 분으로는 함석헌 선생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항상 마음 속에 존경하는 분은 바로 장공 김재준 목사다.


나는 그분에게서 한국신학대학 1학년 때 동양사를 배웠다. 진시황, 한나라, 당나라 이야기를 그분에게서 처음 배웠다. 그리고 반독재투쟁으로 캐나다에 망명하고 계실 때도 내가 찾아가 뵈었다. 허세가 없고 항상 잔잔하시지만 매우 단호하고 매섭다. 언제나 그 분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마음에 담고 있다. 두 분 모두 한학의 대가들이다. 그리고 젊었을 시절 영락교회에 가서 한경직 목사의 설교도 많이 들었다."/정강길·오진환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독언론 크리티앙(http://critian.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강길·오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