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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얘들아, 꿈을 깨! 허망한 ‘스타의 꿈’을20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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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10대 청소년들. 보아나 문근영이 돼보겠다는 당찬 포부다.하지만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사이비 연예기획사의 상술과 욕망에 돈 잃고 마음의 상처까지 받기 일쑤. 연예기획사만 2000여 개가 난립한 ‘연예공화국’ 대한민국. 10대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스타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토요일인 지난 3월 10일. 정오가 지나면서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 회사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진행하는 공개오디션에 참가하려는 이들이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얼핏 봐도 300명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몰렸다. 오디션이 열리는 회사 지하 체육관에 미처 들어서지 못한 이들은 체육관 밖에서 줄지어 대기할 정도였다.

인파 중 70% 정도는 10대들이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앳된 얼굴의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종종 눈에 띄었다. SM엔터테인먼트 캐스팅 및 교육담당자인 강정아 실장은 “오디션이 열리는 날마다 수많은 10대 청소년이 몰려든다”고 밝혔다.

문근영, 김태희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나무액터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지난해 11월부터 개설한 오디션 지원 페이지. 이곳에도 연일 10대들의 이력서가 밀려든다. 나무액터스의 김석준 이사는 “현재 500여 건의 응모가 들어와 있는데 그 중 60% 이상은 10대 청소년 지원자들의 이력서”라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나 나무액터스 등과 같은 검증된 대형 연예기획사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공개오디션장마다 10대 청소년들이 만원을 이루고 연기학원, 실용음악학원에도 아이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다음 등 각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도 연예인을 지망하는 아이들이 만든 카페가 수두룩하다. 2003년 개설된 ‘별을 꿈꾸는 아이’(http://cafe.daum.net/bestno1zzang)는 현재 회원수만 9만 명에 달한다.

‘연예공화국’ 대한민국.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연예스타를 꿈꾸고 있다. 최근 온라인 리서치 전문업체인 엠브레인이 전국 중·고생 52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직업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교사(12.3%), 공무원(8.3%), 회사원(5.8%)에 이어 연예인(5.2%)이 4위를 차지하는 등 각종 설문조사에서 연예인은 늘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방송사·인터넷 매체서 욕망 부추겨

예전에도 장래희망으로 연예인을 꼽는 아이들은 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연예인이 되겠다며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과 유아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자신들과 같은 또래의 10대 연예스타가 주목을 끌고 있고, TV를 비롯한 언론매체에서 이들의 화려함을 집중 조명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에 ‘나도 저 애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튼 것이다.

9년째 연예전문기자로 활동중인 스포츠칸 강수진 기자는 “13살에 데뷔해 한류스타가 된 보아는 국위선양 등 훌륭한 일을 했지만 어린 청소년들에게 연예스타가 되려면 어릴 때 데뷔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점에서는 악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아나 문근영을 모델로 삼아 연예스타를 꿈꾸는 청소년이 많다. 이은하, 윤미래, 김완선 등 과거 톱가수들이 방송무대에 오르기 위해 실제 나이보다 많게 자신의 나이를 속여 출연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은 이 같은 방송출연 연령에 대한 규제도 사라진 지 오래다.


연예인의 데뷔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오히려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이 10대 청소년의 이런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부쩍 증가한 케이블TV와 인터넷매체까지 가세해 연예스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검색어 1위는 항상 연예인이다.

연예인이 되고 싶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는 국악예고 2학년 정누리양(17)은 “TV에 나오는 우리 또래 아이들이 톱스타로 불리며 명예와 권력은 물론 돈도 많이 버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떤 연예인이 CF에 출연하면서 억대의 개런티를 받았다는 보도는 이제 식상할 정도다. 최근엔 보아가 한 해 벌어들이는 돈이 400억 원이고, 배용준은 38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보도가 각 언론매체를 장식하기도 했다. 누리양과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윤영심양(17)은 “노래실력은 별로인데도 얼굴과 몸매가 예뻐서 뜨는 여가수들을 보면서 우리 또래 아이들은 자기도 운 좋으면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조건 기획사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 스타의 팬클럽에 가입해 연예인을 쫓아다니며 그 주변에 항상 있게 마련인 매니저의 눈에 띄기 위해 기회를 엿보는 아이 등 스타를 향한 10대 청소년들의 열망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전단계로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아이도 늘고 있다. 윤영심양은 “연예인이 되겠다며 중학교 1학년 때 쌍꺼풀 수술을 하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 코와 턱, 이마 수술을 하는 애들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동양성형외과 박성수 원장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여고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상담을 요청한다”며 “그 중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이 연예인이 되기에 적합한지를 문의한다”고 말했다.

아이들만 연예스타를 꿈꾸는 게 아니다. 자녀를 연예스타로 만들겠다며 돈보따리를 싸든 채 쫓아다니는 부모도 많아졌다. YG엔터테인먼트에서 캐스팅을 총괄하는 이보형 팀장은 “홍보 차원에서 연예인의 좋은 점만 부각하게 되는데, 이를 본 청소년들은 연예인이 되면 무조건 인생이 화려해진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부모들까지 자녀가 연예인이 되면 부와 명예, 권력을 거머쥘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적극 뒷바라지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돌잔치에서도 감지될 정도다. 과거에는 아기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 돌상에 실, 쌀, 연필, 돈을 놓았다면 요즘은 여기에 마이크가 추가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를 집는 아기는 장차 연예인이 될 재목으로 점쳐지는 것이다.

과거 연예인을 ‘딴따라’라고 비하하며 행여 자녀가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면 몽둥이 들고 호통을 치던 부모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집안에 사법고시 패스한 자녀가 있으면 온 동네가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것과 마찬가지로 요즘은 연예인 자녀 한 명이 나오면 집안이 ‘벌떡’ 일어선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로또’에 당첨된 것으로 간주한다.

아이 돌잔치에 마이크 추가하기도

연예스타가 되고자 하는 10대 청소년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연예기획사나 학원도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현재 연예기획사로 이름을 내건 회사만 해도 2000여 개가 난립한 형국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회사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당장 동대문 등 청소년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만 나서도 자신이 기획사에 소속된 매니저라며 캐스팅을 미끼로 아이들에게 명함을 뿌리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연예전문가는 “10대 청소년, 부모, 기획사, 언론까지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연예공화국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며 “정말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상만 가지고 연예인이 되겠다고 나섰다가 깊은 상처만 안은 채 돌아서는 아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기획사 매니저라며 접근하는 이에게 속아 돈을 뜯기는 일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 지난 1월 사이버경찰청 열린게시판에 글을 올린 고등학생 오주현군은 “흔히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이 돼 기획사를 찾아갔는데 6개월간 연기학원을 다니라면서 150만 원을 요구하기에 주었다.

하지만 기획사 실장이라는 사람은 나를 비롯해 함께 캐스팅된 아이들의 학원비는 물론 엑스트라 출연료까지 가로채 사라졌다”며 경찰에 처벌을 요구했다. 국악예고 정누리양은 “중학교 3학년 때 유명인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 오디션을 봐 합격했다”며 “그런데 일단 기획사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 6개월간 다니면 고1 여름방학 때부터 방송출연을 시켜준다고 해 250만 원을 지불했는데 그로부터 1~2주 만에 회사가 문을 닫아 부모님 돈을 날렸다”고 말했다.

정양은 오디션 당시 가수들이 축하공연까지 해 기획사를 철썩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룹 타이툰의 멤버 솔비는 고3 때 어느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뒤 6개월간 감금당한 채 지내다 가까스로 탈출한 사실을 방송에서 폭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20대 여성 오모씨(24)가 배우를 시켜주겠다는 사기꾼들의 말에 속아 가족의 전 재산 60억 원을 날린 기막힌 사건도 있었다.

현재 연예기획사라고 간판을 내건 회사의 적지 않은 수가 이처럼 연예계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의 꿈을 악용하려는 ‘검은 손’들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이보형 팀장은 “기획사가 교육이나 사진촬영 등을 명분으로 돈을 요구한다면 이는 제대로 된 기획사가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사이비 기획사에 속아 넘어간 여성의 경우 단순히 돈만 갈취당하는 게 아니라 성폭행까지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는 게 한 연예관계자의 전언이다.

설령 재능이 탁월해 유명 스타를 다수 배출한 검증된 대형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그것이 곧 연예스타가 되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동방신기’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동방신기’의 원래 이름은 ‘드림’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길게는 6년(시아준수,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받음), 짧게는 7개월(믹키유천)간 트레이닝을 받다 데뷔한 동방신기 멤버들은 원래 SM엔터테인먼트가 5개 팀으로 나눠 교육한 아이돌 팀의 리더들이다. 하지만 2002년 무렵 아이돌 팀에 대한 대중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5개 팀의 리더들만 모아 ‘드림’팀을 구성한 것이다. 5개 팀의 나머지 멤버의 일부는 연기로 전향하거나 군대를 갔거나 여전히 연습생으로 남아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기획사에 속아 성폭행까지 당해

10대 청소년들은 흔히 유명 기획사에 소속되기만 하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끼와 재능만 있다고 연예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SM엔터테인먼트 강정아 실장은 “재능뿐만 아니라 노력하고 인내하는 인성, 총명함, 그리고 당시의 사회분위기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으로 데뷔할 꿈을 안고 5~6년간 트레이닝을 받다가 뜻이 좌절돼 다시 학업으로 방향을 튼다고 할 때, 그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학교 공부에 충실했던 또래 친구들을 공부로 따라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다.

SM엔터테인먼트나 JYP엔터테인먼트 등에는 항상 20~30명에 달하는 연습생들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지만 이 중 과연 몇 명이나 데뷔를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스포츠칸 강수진 기자는 “대형 기획사에서 수년간 키운 연예지망생이라고 해도 그 중 극히 일부만 살아남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운 좋게 연예스타가 됐다고 해도 장밋빛 나날이 지속되는 것도 아니다. 이은주, 유니, 정다빈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연예인 자살 사건은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스타의 그늘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YG엔터테인먼트 이보형 팀장은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늘 새로운 얼굴의 후배가 치고 올라오는 연예계에서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며 “특히 대중의 갈채를 받았던 어린 가수들은 새 음반 제작기간에 활동을 쉬는 동안 불안감과 우울함을 많이 느끼고 작은 비판에도 울컥하며 큰 좌절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때 반짝 인기를 얻다가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는 연예스타가 수두룩한 게 현실이다.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연예인 신드롬과 관련해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우리 사회는 늘 쏠림현상이 있어 왔고, 지금은 그게 엔터테인먼트 쪽에 치우쳐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주은우 교수는 “연예공화국이라고 할 만큼 거품이 일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외모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것도 표피적인 외양에만 집착하는 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국가, 자본, 언론이 10대 청소년들을 부추기며 오도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주 교수는 “대다수 엔터테인먼트 분야 종사자가 비정규직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감춘 채 언론은 0.1%에 해당하는 스타의 이미지만 조명해 오히려 사회 양극화를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내부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은 연예계가 쉽게 성공할 수 있고 일단 성공하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환상을 좇기 때문에,아이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뉴스메이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