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대통령과 맞짱토론’4년 그 때 그 검사들 지금은…2007-03-10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검찰인사 靑입김 여전하다”


지난 2003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10명의 평검사들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맞짱 토론’을 가졌다.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당시 검사들은 노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시절 검찰에 사건 청탁 전화를 했는지 여부를 묻는 등 검사(劍士) 같은 공세를 폈고 노 대통령도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라는 특유의 직설적 말투로 응대하는 등 그 파장이 크게 일었다. 격렬했던 토론은 결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 특히 검찰 고위직에 대한 정치권의 ‘밀실인사’ 문제로 집중됐다.

그로부터 꼭 4년이 지난 현재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사라졌을까. 토론에 참석했던 10명의 검사 중 미국에 연수 중인 이석환 검사를 제외한 9명의 검사에게 ‘소회’를 물은 결과,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지만 인사는 여전히 문제”라고 답했다.

◆“인사개혁은 실패”

8일 전화통화를 시도한 A검사는 계속 한숨만 쉬었다. 그는 핵심 쟁점인 정치적 중립과 인사문제를 묻자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고, B검사도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라며 입을 다물었다. 일부 검사들은 ‘익명’을 전제로 입을 열었다.

C검사는 “검찰 고위 인사를 청와대에서 좌지우지하는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검사도 “검찰이나 법원 모두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에서 능력보다는 경력, 연줄로 사람을 움직인다”며 “당시 강금실 장관의 인사 실험은 나름대로 바람직한 충격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등 인사 개혁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고위 간부중 친인척이 있거나 초임 검사 때 한번 줄을 잘 타면 요직만 돌다 승진하고 야전 검사는 야전에서 수사만 계속 하는 2원 체제가 굳어지면서 내부 균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은 이뤄지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 이후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찰 인사위원회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검사들이 요구했던 실질적 권한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적 중립은 절반의 성공”

E검사와 F검사는 “최소한 검찰이 ‘권력의 시녀’,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말은 사라졌으니 당시 화두였던 정치적 중립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C검사도 “적어도 (인사와 달리) 수사에 있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2005년 10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때 법무부와 정면 충돌, 사표를 내는 등 “검사 직을 걸고 수사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만큼은 확고해졌다”는 설명이다.

F검사는 “동부지검 허위진술 유도 사건도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감히’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수사한다는 자체는 변화”라고 말했다. E검사는 “대통령에게도 대드는 검사들의 모습이 TV로 나간 뒤 사건 청탁도 줄었다”고 밝혔다.

◆“검찰 신뢰 회복이 관건”

반면 C검사는 “토론회 이후 대통령은 물론, 국민들도 검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며 “법원과의 갈등, 경찰과의 수사권조정 문제 등에서 검찰이 수세에 몰린 데는 이같은 불신이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D검사는 “정권 초기 검사들이 대드는 모습이 이 정권 내내 공무원 사회 상명하복이 깨지고 마구 들이대는 분위기에 일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검사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화두’에 집중하다 보니, 수사 역량 강화나 공판중심주의 대응 등에 소홀했던 측면도 있었다”며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이 향후 검찰의 관건”이라고 발했다.


*** 당시 ‘대표선수’ 지금도 잘나가

토론참여 10명 검사 대부분 승진·요직으로


4년전 200여 평검사들의 대표로 뽑혀 8시간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던 10명의 검사들은 어떻게 됐을까. 이들은 토론회 이후 ‘불이익’도 ‘배려’도 없었다고 하지만 선발 당시 ‘선수’들이었던 만큼 지금도 “대체로 잘 나간다”는 평이다.

당시 평검사 대표였던 허상구(사시 31회) 검사는 서울지검에서 지난해 영동지청장을 거쳐 최근 법무부 관찰과장에 임명됐다.

동기인 이정만 검사는 서울지검 재직 이후 거창지청장을 거쳐 최근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부패범죄 특별수사본부 팀장을 맡아 복귀했다.

역시 동기인 박경춘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부부장검사를 거쳐 정읍지청장에 발령났고 금융조사통인 이석환 검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부부장검사를 지낸 후 미국 연수중이다. 31회중 ‘홍일점’으로서 “검찰을 사랑으로 안아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던 이옥 검사는 수원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근무중이다.

당시 대검 검찰연구관이던 이완규(33회) 검사와 부산지검에 근무하던 윤장석(35회) 검사는 현재 각각 광주지검과 서울 서부지검 소속이지만 대검에 파견돼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수원지검에서 성남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을 담당했던 김영종(33회) 검사는 토론회 직후 핵심 부서인 법무부 검찰국에 발탁됐으며 현재 강릉지청 부장검사다.

당시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김윤상(34회)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권상우 협박사건 등 연예계 조폭 사건을 맡았으며 최근 부산지검 부부장으로 옮겼고 김병현(35회) 검사는 2004년 서울중앙지검으로 옮겨 안기부X파일 수사와 일심회 수사 등 굵직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최근 수원지검으로 발령났다.


출처 : 문화일보 정혜승·노윤정·조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