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의사들은 투약권 등 고유의 진료권을 빼앗겼다며 집단 반발하고, 시민단체들은 환자의 권익보다는 병원의 돈벌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정안 추진의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로서는 양쪽의 협공을 받는 양상이다.
의협 “국회에 대체법안 낼것"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7일 의사협회 장동익(張東翼) 회장은 “의협 자체적으로 작업 중인 대체 법안이 완성되면 복지부가 내놓은 개정안과 국회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개정안에 따르면 간단한 질병은 간호사들도 진단할 수 있는 반면, 의사들은 개정안에 예정돼 있는 진료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 받을 수도 있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사의 ‘의료 행위’에 ‘투약’이 빠진 것은 부당하다”며 “비록 의약분업에 따라 조제권이 현재는 약사에게 있지만 환자에게 처방하고 약을 주는 ‘투약’ 행위는 의사 본연의 권한”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양·한방 협진, 프리랜서 의사제 도입 등 일부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당초 계획대로 릴레이 집회를 전국적으로 벌인다는 입장이다. 오는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공의와 의과대학생, 치과의사까지 합류해 의사 3만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연 뒤 광주, 울산, 부산 등 지방으로 이어나갈 방침이다. 환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집회는 휴일과 오후 시간에만 열기로 했다. 의협은 정부가 의료법 입법예고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전공의들까지 나서서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료인들 오해 심각”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고민에 빠져 있다. 자칫 강경책으로 가면 의약분업 때처럼 ‘의료대란’이 전국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7일 “개정된 의료법 내용을 의사들이 오해를 해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당혹스러워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쟁점인 ‘투약’이라는 표현을 의료행위 규정에 넣는 문제에 대해 “약사들의 조제권을 인정한 약사법과 충돌이 된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투약’이 의료행위에서 제외되고 ‘간호진단’이 추가되어도,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전혀 바뀌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단지 일부에서 ‘투약’이 제외되면 의사들이 병원에서 약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오해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전국 의사들이 모이는 11일 과천집회를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때까지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예고 등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어 얻을 이득이 없어, 설득과 타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정부가 너무 일찍 꼬리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이익단체에 굴복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입법예고를 하더라도 쟁점 조항을 제외해 마찰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조선일보 이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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