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하혜숙씨 박사논문… 男 ‘신체접촉’ 女 ‘반복성’ 꼽아
#사례1.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기지개를 키는 친구에게) “야! 은숙이 너 이제 보니 몸매 꽤 괜찮네. 겉보기와는 다른데?” 남자가 친구 관계인 여자에게 이 같은 말을 하는 경우, 남자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밝힌 반면 여자들은 달랐다. 여자들은 “한 번으로 끝나면 문제 없지만 반복적으로 이뤄지면 성희롱”이라는 입장이었다.
#사례2. “야 요즘 실험실 분위기도 칙칙한데, 보기좋게 치마 좀 입고 다니면 안 되냐? 우리 실험실에 여자라고는 달랑 너 하나잖아.” 남자 선배가 여자 후배에게 이 같은 말을 하는 경우, 남자들은 “반복적이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반응한 반면, 여자들은 “성희롱이다”고 밝혔다.
#사례3. “요즘 청년 실업문제가 정말 큰 일이에요. 여학생들은 공부만 잘해서는 안되고 외모관리도 같이 해야겠죠. 남학생들은 나중에 집안에서 큰소리치려면 여학생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분발하세요.” 남자 교수의 여학생을 향한 이 같은 말에 대해 역시 남자들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있었다. 반면 여자들은 한 번으로 끝나든 반복적으로 이뤄지든 간에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문구는 성희롱을 판단하는 기준에서 남녀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했다. 10일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하혜숙씨는 ‘남녀 대학생의 성희롱 인식차이 분석을 통한 효과적 상담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논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씨는 특히 이 학교 성희롱·성폭력 상담연구소에서 2004년부터 4년째 전문위원으로 학생들의 상담을 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상 사례를 구성해 전국 대학(원)생 1547명의 반응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남자들은 신체적 접촉 여부를 뜻하는 ‘행위유형’(76.6%)을 성희롱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고, 반복성(18%)과 관계유형(5.5%)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자들은 반복성(46%)을 가장 큰 성희롱 판단 기준으로 삼았고, 행위유형(30%)과 관계유형(23%)도 못지않게 중시해 남자들과 입장 차를 확연히 드러냈다.
출처 : 문화일보 음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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