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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필상 고려대 총장 논문 표절 의혹200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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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총장 논문 표절 의혹…제자와 거의 같은 내용 학술지 기고

고려대 총장인 이필상 경영학과 교수가 1988년 자신이 지도한 제자 두명의 석사학위 논문과 거의 같은 논문 2편을 교내 학술지에 기고한 것으로 확인돼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또 2005년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과 거의 일치하는 논문을 대한경영학회지에 기고하며 자신을 제1저자로,학위논문을 쓴 제자를 공동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최근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교수는 87년 말 제자 김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실증적 분석’과 같은 해 또다른 제자 김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환위험관리에 있어 외환선물거래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연구’의 지도교수를 맡았다. 이 두 사람은 논문이 통과돼 88년2월 석사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88년 말 제자 논문들과 거의 같은 논문 두편을 잇따라 교내 학술지에 기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88년12월 고려대 경영대가 발간한 경영논총에 발표했다. ‘외환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같은해 12월 고려대 부설 기업경영연구소가 펴낸 경영연구에 게재했다. 두 논문 모두 이 교수가 단독 저자로 돼 있다.

이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이 교수의 채권수익률에 대한 논문은 전체 283개 문장 중 제자 논문의 문장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동일 문장이 227개로 집계됐다. 통화선물에 관한 논문도 전체 223개 문장 중 동일문장이 127개였다. 특히 의미가 비슷한 문장까지 포함시키면 일치율이 99.2%나 됐다. 표,각주,공식,참고문헌은 물론 개념 정의,결론도 제자의 논문과 동일했다.

이 교수는 또 제자 신모씨가 2005년 8월 박사학위를 받은 논문과 거의 유사한 논문을 같은 해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기고했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자신을 논문에서 가장 주된 역할을 한 저자를 의미하는 제1저자로,신씨를 공동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25일 “똑같은 문장이 이렇게 많은 것은 표절 판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위논문의 저작권을 가지는 학생이 아닌 지도교수가 제1저자가 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수 변호사는 “이 교수의 논문 표절 논란은 교육자로서의 윤리의식을 규정한 교육기본법,고등교육법 등에 저촉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논문 초안을 주면서 이렇게 써봐라 한 적이 있었다”면서 “교내 학술지에서 논문이 부족하다고 해서 내가 미리 써 놓은 논문을 제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필상 총장은 자신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교내 학술지에서 논문이 부족하다고 해서 미리 써놨던 논문을 제출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이 제1저자가 된 논문에 대해서는 "제자가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명 1:표절 의혹 논문=이 교수는 "1988년 때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당시 석사과정 학생이 많았는데 논문을 제대로 쓰는 학생도 있고 못 쓰는 학생도 있고 해서 내가 초안을 거의 줬다"며 "학생들은 그 초안을 중심으로 공부를 해서 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내 학술지인 경영연구와 경영논총에서 게재할 논문이 부족하다고 해서 논문을 제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제자들의 학위 논문보다 10개월 정도 늦게 발표된 점에 대해 "미리 써놨는데 그 쪽(학술지)에서 달라고 해서 그 때 보내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거의 똑같은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중복 게재한 것과 관련,"학생들과 방학을 반납해가며 같이 세미나를 하고 공동 연구를 해왔다"며 "당시 논문이 승진에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표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명 2:제1저자 등재 논문=이 교수는 "내가 제1저자로 등재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제자가 아마도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경을 별로 안 썼기 때문에 학술지 교정단계나 출판된 이후에 못 봤다"면서 "지금까지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24년 동안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해본 적이 없다"면서 "학생들의 취업이나 승진 등을 위해 공동연구를 많이 해 왔다"고 덧붙였다.

◇학계 및 법조계 평가=교수들은 "학계의 고질적 병폐인 표절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면서 당혹스러워했다. 서강대 한 교수는 "고려대 총장이 논문 표절 의혹을 받는 것은 우리 학계에 표절이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학계는 표절 의혹 대상이 제자 학위 논문인 점을 문제삼았다. 고려대 한 교수는 "교수가 자신이 지도한 학생의 논문과 유사한 논문을 교내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수는 "제자에게 초안을 주거나 공동연구했다 하더라도 학위 논문이 발표된 시점 이후에 거의 똑같은 논문을 단독 저자로 발표해서는 안된다"면서 "특히 박사도 아닌 석사학위 논문을 교수가 대신 써줄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에 비슷한 논문이 있다면 교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 논문을 베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교수는 "설령 제자가 교수를 제1저자로 올린다고 해도 이를 말려야 하는 게 교수의 본분이다. 교내 학술지도 아닌 대한경영학회지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용은 물론 그래프와 공식까지 똑같은 것은 표절 정도가 심하다"면서 "또 제자의 논문과 거의 동일한 논문을 제1저자로 등재한 후 학술지에 발표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수 변호사는 "제자의 동의를 받았다 해도 표절은 표절"이라고 판단했다


출처 :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우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