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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누구에게나 아침은 온다2006-11-06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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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야에는 왜 원숭이가 살지 못할까

광활한 우주공간에는 지구인 외에도 지성체로 간주할 만한 존재들이 부지기수로 산재해 있는데, 그 중에는 아직 물질과 결합해 본 적이 없는 지성체도 부지기수로 산재해 있다.

때로 속인들이 그런 존재들을 접하게 되면 신적(神的) 존재로 오인하기 십상이지만 물질과 한번도 결합해 본 적이 없는 지성체들보다는 우리들 인간처럼 물질과 결합된 지성체들이 생명계에서는 훨씬 완성도가 높은 존재들이다. 그래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성체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현자(賢者)에게서 전해 들은 믿거나 말거나 버전의 조화론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뚱딴지같이 한국의 산야에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의 자연환경이나 기후조건은 일본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의 자연 속에서 자생하는 동식물들은 거의가 한국의 자연 속에서도 자생한다. 그런데 원숭이는 예외다. 일본의 자연 속에는 수많은 원숭이들이 득시글거리지만 한국의 자연 속에서는 원숭이들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다. 왜 그럴까. 나는 원숭이들이 어쩌면 한국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성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특별한 목적으로 훈련을 시킨 원숭이들은 다르겠지만 야생에서 제 멋대로 살아가는 원숭이들은 한국 사람들의 비위를 상하게 만들만한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놈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성정이 간교하다. 게다가 지능지수까지 높아서 가증스럽게도 인간을 상대로 잔대가리를 굴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소유물을 감쪽같이 도둑질하는 재능도 가지고 있다. 행여 잘못을 질책하거나 체벌을 가하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기어오르기도 한다. 인간이 자기들의 비위를 맞추기 전에는 절대로 인간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 시건방진 태도까지 보여준다. 때로는 성기를 드러내고 자위도 불사한다.

생각해 보라. 장구한 역사 속에서 선비정신이나 유교사상을 신앙으로 떠받들고 살아온 한국 사람들에게 그놈들의 어떤 부분이 기특해 보이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기특한 부분이 없더라도 한국 사람들이 원숭이를 보기만 하면 때려 죽이는 풍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성정이 상반되는 생명체들은 같은 공간 속에서 오래도록 공존할 수가 없다. 원숭이는 한국 사람의 성정과 상반되는 성정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

비약이 지나칠지는 몰라도 이 문제는 원숭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간도 언젠가는 자연과 상반되는 성정을 가졌다는 이유로 지구상에서 발붙일 자리를 잃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성체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인간이라는 이름의 지성체들은 다른 생명체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도대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부끄럽다. 다른 생명체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같은 종족끼리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싸움박질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입에 올리는 자연의 이상현상들은 자연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자연이 인간에게서 발견한 이상현상들을 그대로 인간에게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대체로 자연을 등한시하면서 살아간다. 자연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문명에 눈길이 머무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난다. 거기에 어떤 불안요소가 숨어 있는가. 문명 속에는 인간의 욕망이 내재해 있지만 자연 속에는 신의 섭리가 내재해 있다. 신이 인간을 만들기 전에 먼저 자연을 만든 이유를 생각해 보라. 자연 속에는 조화가 있고 조화 속에는 순리가 있다. 인간의 창조물인 문명은 자주 순리를 역행한다.

그러나 신의 창조물인 자연은 절대로 순리를 역행하지 않는다. 순리의 역행은 곧 조화의 파괴를 의미하고 조화의 파괴는 곧 생명의 소멸을 의미한다.

그대가 진실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순리를 역행하지 말라. 그대가 진실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조화를 파괴하지 말라. 순리를 따르고 조화를 얻어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대가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자연도 그대를 바라본다. 그대가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하늘도 그대를 바라보고 그대가 강물을 바라보는 순간, 강물도 그대를 바라본다. 그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그대는 저절로 순리와 조화를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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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일은 자연을 바라볼 때는 절대로 그것을 돈벌이에 어떻게 이용할까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냥 아름답다고만 생각하라. 그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대는 저절로 현자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이다.

오늘도 기쁜 일만 그대에게.

이외수 감성편지

출처: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