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스트레스, 링 위에서 풀어요
격투기 대회 3번째 출전하는 박우동씨 첫대회땐 아내 몰래 출전 “일에 대한 자신감 커져”
“학교 다닐 때 주먹 좀 썼냐고요? 조용히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어요.”
낮에는 변호사, 밤에는 파이터. 박우동(33)씨의 ‘이중 생활’이다. 낮에는 법무법인 GL의 변호사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을 누비고, 퇴근 후엔 격투기 글러브를 끼고 사각의 링에 오른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는 오는 15일 경기도 용인시 용인대 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대회 ‘스피릿 아마추어리그’에 출전한다. 지난 봄 격투기대회에 생애 처음 출전한 이래 이번이 세 번째 출전이다.
“피가 튀는 과격한 싸움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종합격투기는 안전한 운동입니다. 한바탕 땀을 흘리면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가 싹 없어져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박씨는 2001년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4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주로 개인 회생이나 파산과 관련한 민사 소송을 맡고 있다.
그는 “골치 아픈 소송 자료와 씨름을 하다가도 링 위에서 한바탕 뒹굴고 땀 한 번 쫙 빼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진다”고 했다. 그는 “격투기는 내게 변호사로서 자신감을 갖고 정신 무장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2년 전부터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의 격투기 선수 최무배가 지도하는 체육관에서 격투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1주일에 3~4번 체육관에 나가 레슬링 기술부터 시작해 복싱과 무에타이 등을 차례로 익혔다.
박씨는 “골프를 하거나 헬스클럽에 다니는 사람들처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라며 “온몸을 다 쓰는 격투기는 운동량이 많을 뿐더러 다양한 기술을 배우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생전 처음으로 격투기 대회에 갔을 땐 보기 좋게 패배했다. “막상 링 위에 서서 관객들 시선까지 받으니까 얼떨떨하더라고요. 힘 한 번 제대로 못 썼죠.” 그러나 그는 3개월 뒤 같은 대회에 2번째로 나가 목 조르기로 첫 승을 따냈다.
그는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테이크다운 기술에 능하고, 유도 기술을 응용한 허리 후리기가 장기라고 했다. 좋아하는 선수는 유도에서 격투기로 전향해 최근 ‘K-1 히어로스’ 대회에서 우승한 재일동포 추성훈.
박씨는 대학 4학년 때부터 시작한 유도가 3단이고, 고시 공부할 때는 택견으로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무술 유단자다. 격투기까지 익혀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지만 집에서는 꼼짝 못하는 남편이란다.
그는 “다칠까봐 걱정하는 아내의 반대 때문에 첫 대회 나갈 땐 아내 몰래 갔다 왔다”면서 “(아내한테)혼날까봐 집에서 격투기 중계방송도 제대로 못 본다”며 웃었다.
출처 : [조선일보 진중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