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부족, 불법 납골당 우후죽순
전국 묘지 2000여만기 면적 서울시 1.5배
지난해 9월 경기 이천시는 심모(66)씨를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심씨가 자신 소유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876㎡를 묘지로 조성하고 납골탑까지 세웠기 때문이다.
또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김모(46)씨는 지난 주 동두천에 있는 조부모 묘를 인근의 선산으로 이장하기 위해 파묘를 한 뒤 화장을 하려고 경기 벽제 화장장을 찾았다. 하지만 김씨는 예약자들에게 밀려 당일 화장을 못하고 다음날에야 겨우 화장을 할 수 있었다. 입춘이 두 번 드는 쌍춘년(雙春年) 윤 7월(8월 24일부터 9월 21일)이 이장의 적기라는 속설 때문에 ‘개장(改葬) 유골 화장’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국이 묘지를 확보하기 위해, 또는 화장장 확보를 위한 장묘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장묘 실태와 국토 산림훼손 = 전국적으로 묘지는 2000여만기. 서울시 면적의 1.5배를 차지한다. 이중 개인묘지만 해도 140만여기나 된다. 실제 수도권의 북한강과 남한강 일대는 온통 공원묘지 투성이다. 특히 남양주시 일대는 지금도 공원묘지 조성을 하는 곳이 많다. 현재 묘지를 조성중인 A공원묘지의 경우 부지만 1만여평이 된다. 곳곳에서 나무들이 베어지고 인공절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불법 개인 납골당도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대규모 납골묘 외에도 몰래 산 속에 지어지는 개인 납골당들이 국토 산림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 자신 소유 야산에 납골당이나 납골탑을 지으면서 마구잡이로 산림을 훼손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개인 납골당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산 속에 지어져 단속도 쉽지 않다.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박복순 사무총장은 “납골묘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매장묘를 억제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과시욕에 사로잡힌 일부 계층이 거대 석조물을 사용해 국토훼손은 물론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화장장 부족도 심각하다. 전국에 50여개의 화장장(화장로 202기)이 있지만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하루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포화 상태다. 연간 12만명이 화장을 하기 때문에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 앞으로 화장장이 증설되지 않을 경우 ‘죽어서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셈이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화장장 건립이 쉽지 않아 지자체마다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원지동 화장장을 끝내 건립하지 못했고, 충북 청주시는 이미 착공된 화장장마저 주민들이 9월들어 공사금지 가처분신청으로 중단위기를 맞고 있다.
◆대책은 없나 = 납골당과 납골탑 등은 시신을 자연으로 빨리 돌려보내려는 장묘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더구나 화장을 한 후 납골묘를 다시 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 유행처럼 부는 납골묘는 지나친 석조물 사용, 상업성, 사후관리 미흡 등이 겹치면서 흉물로 변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사후관리 보장을 위해 평장(봉분 및 조형물을 세우지 않는 장묘의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500기 이상 대형 납골묘는 법인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연·수목葬 관심 커져
수목장, 나무아래 유골… 전파 운동단체도
“나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한 그루 나무가 되리라.”
화장한 유해를 흙과 섞어 땅에 안장하는 ‘자연장’이 국토 훼손을 막는 새로운 장묘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묘비나 납골당 같은 석물도 없이 땅을 파고 그대로 묻는 방식으로 국토를 잠식하거나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전혀 없다. 잔디를 걷어내고 50㎝ 깊이로 판 뒤 화장한 유골을 부드러운 흙과 섞어서 그대로 다시 묻기 때문이다. 경주 최씨들은 경북 영천시에 500여평의 잔디밭을 가족 공원으로 꾸미고 고인들을 안장하고 있다.
자연장의 일종으로 뼛가루를 나무 아래에 묻는 ‘수목장’을 실천하겠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수목장을 실천하겠다는 저명인사들을 중심으로 최근 수목장을 전파하는 시민운동 단체도 창립됐다.
지난 2월 창립총회를 가진 ‘수목장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부영 산림포럼 공동대표, 권병현 한중미래숲 대표,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 우보명 한국산림정책연구회장, 이보식·조남조·조연환 전 산림청장, 최열 환경재단 대표, 황인성 전 총리, 송월주 조계종 전 총무원장, 강문규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유럽 쪽에서는 시신을 나무 아래 직접 매장하는 매장형 수목장이 활발하고 국내와 일본 등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곱게 갈아 환경분해용 용기에 담아 묻는 방식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이 단체는 26일 경기 양평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수목장 제도가 올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자는 취지로 토론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수목장 관련 조항을 포함한 장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홈페이지(www.sumokjang.info) 참조. 문의 02-969-0119
출처 :문화일보 김순환기자, 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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