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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청와대에서 온 선물을 뜯어 보니2006-09-27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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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호의CEO다이어리

나와 같은 범골(凡骨)이 대통령께서 보낸 선물을 받다니 매우 기분이 묘했다. 나는 사회에 공을 세웠거나, 주요 유명인사, 외국공관장들만 나라의 선물을 받는 줄 알았다. 현대택배에서 전화가 왔을 때, 청와대에서 무엇을 보냈다 하길래 흠칫 놀랐다. “어디 라구요?”. 사소한 것 외에는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안전벨트 미처 못 맸을 때 교통경찰을 마주칠 때 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단체로 보내신 연하장은 받아 봤지만 선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99년 노무현 의원실 분들과 ‘인터넷 전략’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자치경영연구원 분들과도 여러 차례 토론을 나누었으며,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만한 분이라 생각하여 지난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했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그의 독기도 좋았고, 당시 만나 뵌 이광재, 천호선, 백원우, 강소엽, 윤태영 씨등 함께 일하는 분들의 로열티와 열정은 가히 놀라웠다. 오로지 덕장의 리더쉽 아래에서만 볼 수 있는 팔로우쉽이었다.



이후 한국경제신문사와 함께 주최했던 2002년의 ‘인터넷 정치자금 개혁 캠페인’에도 그는 가장 먼저 참여하였고, 인터넷 지지도를 가늠할 수 있던 ‘포스닥 정치증권 사이트’에서 상장하자 마자 1등으로 치고 올라갔다. 당시 포스닥 정치평가지수는 중앙일보, MBC 라디오,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언론에 1주일에 1회씩 게재가 되었는데, 노무현 의원이 1위로 올라서자 갤럽 등 시중 여론조사 기관과 너무 다른 결과라 하여 ‘포스닥 지수’는 언론에서 하나 둘씩 게재가 중단되어갔다. 그러나, 나는 그가 대권의 주역이 될 것을 조심스레 예측했었다. 그의 정치적 일관성, 함께 하는 동료들의 열정, 그리고 인터넷에서 형성된 수 만 명의 자발적 지지그룹이 선거운동의 승기를 만들어내는 흐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를 지지했지만 그 역시 100억 원 대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실이 검찰에 의해 알려졌을 때는 기대만큼 꽤 실망이 컸다.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것의 열 배인 한나라당의 1천억 불법 정치 자금과 견주어 ‘티코 수준이니 넘어가자’ 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그분 답지 못하다’라고 생각했다. 또한 중앙선관위의 공식적 주의를 받았을 때에도 나는 그가 ‘사과’를 했으면 했다.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에 절차적 민주주의 속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탄핵’될 사유로는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욱 사과로서 빨리 마무리 되기를 바랬다. 실제로 탄핵을 추진했던 의원들은 사석에서 ‘밀어 붙이긴 했지만, 설마 통과 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라는 다소 무책임한 얘기를 하곤 했다.



뜻밖의 선물에 놀라 보도자료를 검색해 보니 추석선물은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5부 요인, 국회의원, 장·차관, 주한 외국공관장 및 종교계 등의 사회 지도층 인사를 비롯해 국가유공자, 소년소녀가장, 정신대 할머니, 서해교전 사상자, 독도의용수비대 등에 보낼 예정이다라고 되어 있었다. 전국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품목으로 추석선물을 결정한 것은 참여정부가 지향하는 지역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이라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고 이에 전국 9도를 대표하는 차 하나씩을 담았다는 것이다.



글을 읽고 난 후에 더욱 내가 받을 자격이 없어 보였다. ‘받아야 해? 말아야 해?’ 고민이 들었지만 일단 호기심에 포장지를 뜯어 보기로 했다. 포장지에는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보내는 분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영부인 권양숙”이 적혀 있었고, 상자 속에는 경기도 대표로 뽑힌 '백련입차', 강원도의 '타타리 메밀차', 충북의 냉동 허브차, 충남의 ‘구기자차’, 전북의 '하소백련차', 전남의 '보성녹차', 경북의 '국화차', 경남의 '하동녹차', 제주의 '오가피차' 등이 도기와 함께 담겨 있었으며, "넉넉한 한가위 되십시오"라는 문구도 있었다.



암만 고개를 갸웃해도 내가 선물 받을 명단에 속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수많은 지지그룹 중 한 명이었던 것 뿐이고, 이후 내가 불법정치자금과 중앙선관위 관련한 글을 언론에 기고했을 때는 청와대의 주요 요직에 오르게 된 지인들이 봤다면 나를 미워할 충분한 근거자료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한술 더 떠 ‘내 편, 네 편’의 이분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네 편’으로 치부될 만 했다.



취임 몇 해가 지나서 온 선물이라 결국 내린 결론은 청와대에 있는 선배나 절친한 친구가 내 이름을 명단에 그냥 끼워 넣었나 보다 였다. 어찌 되었든 감사한 선물이었다. 다시 주섬주섬 포장지의 테잎을 원래대로 붙였다. 창업 후 지금까지 개인 친분이 아닌 공적 관계로 선물을 받아서 집으로 들고 가본 적이 없는 지라, 건물 입주 후에 유난히 잘 대해 주신 수위 아저씨에게 드리거나 요즘 중앙일보가 펼치는 ‘위아자 운동’에 보내면 훨씬 값진 추석 선물이 되겠다 싶었다.



우리가 먹고 살고, 기업이 잘 되려면 똑바른 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 선거가 혁명적으로 깨끗해지고, 부정부패가 줄어든 것은 가히 놀랄 만한 성과이나 주변 중소기업은 죄다 쓰러져 가고, 우리들은 생계와 교육비, 전세 급등에 치여 깊은 한숨으로 가득하며, 정치인들의 쓸데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진저리가 나 있는 상태이다.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통령께서 집중해 주셔야 할 세가지를 말씀 드린다면 첫째, 서민의 웃는 삶이 다시 이뤄지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제 부흥에 집중하고, 둘째, 어느 편이든 서로 관대할 수 있도록 국민형성과 통합에 관심을 두며, 셋째, 자꾸 찔러대는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되려 그들을 활용한 현명한 전략으로 국민소득 5만 달러의 비전을 일구도록 그리하여 국민이 주인의식을 갖는 밑바탕만 만들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내 지나온 날 생각하며

이길을 걷고 있네

돌아보면 아름다웠던

희미한 그 기억들이

저기 손짓하며

나를 부르네 저만치 웃음지며

바람으로 달려와

내 어깨위에 어느새 손을 얹네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 얼굴 얼굴들

내 이제 가는 이길에

거센 비바람 불고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고

빈들에 홀로 서있네

날은 저물고 초저녁

별하나 저만치 내려와

어두운 세상 길벗 되자고

내 온 맘을 사로잡는

그 고운 사랑의 빚으로 오네



내 다시 가야할 이길이

멀고도 험할지라

내 앞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동무 하고 걸어가면

저 언덕을 넘어

황금빛 들녘이 바람에 춤을 추네

어서 오라고 나를 부르네

바람은 불어 오고

햇살 머무는 은빛강을 건너

저 언덕을 넘어 나는 가려네

바람이 불어 오는곳

그 곳을 찾아 가려네



- 장필순, “길”

출처 : 신철호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