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 대한 두 가지 평가, 미국의 "디스 가이" vs 중국의 "따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부시 정권에 사자후를 토해냈다.
25일 최경환 비서관에 따르면, 김 전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예방한 카드 전 비서실장과 아미티지 전 부장관을 만나 "우리 국민은 미국에 협력하고 있는데 이라크에 파병도 하지 않은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동맹국으로서 일본, 프랑스, 독일과 같이 한국을 대접해줘야 한다"고 강도높게 미국의 대한 정책을 질타했다.
DJ '사자후'에 오만한 아미티지 '쩔쩔'
김 전 대통령은 "우리는 월남.이라크 파병, 미2사단과 용산기지 이전, 한미FTA에 협조하고 있다"며 우방으로서의 한국이 그동안 해온 역할을 열거한 뒤, 반면에 미국에 대해선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그어 분단이 됐고 당시 미국이 `한국은 애치슨 라인, 즉 미국 방위선 밖이다'고 해서 북한의 오판을 가져왔다"고 과오를 지적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 북한이 바라는 목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국교정상화인 만큼 미국이 자신감을 갖고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북-미 직접대화를 주문했다.
이같은 질타에 대해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미국 내에서 `한국이 은혜를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고 미국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전 책임론'과 관련해서도 "미군 철수가 조기에 이뤄졌고 애치슨 라인도 실수였다"고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티지는 부시 정권내 대표적 매파, 즉 네오콘이다. 그는 최근엔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11테러 직후 당시 미 국무부 차관이었던 아미티지가 자신의 정보 담당 장관에게 아프간-이라크 공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폭격을 받을 준비를 하라", "석기시대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 협박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 정도로 우방국 정상들에게 무례한 인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미티지조차 김대중 전대통령의 논리정연한 질타에는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하고 쩔쩔맨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논쟁이나 협상시 논리를 중시한다. 논리에서 밀리면 아무리 속으론 밀어부치고 싶어도 상당히 당혹해하곤 한다. 김 전대통령의 아미티지 질타는 이런 미국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한 외교 교범인 셈이다.
DJ에 대한 두 평가, "디스 가이" vs "따꺼"
김 전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시절 조지 W. 부시 미대통령 취임직후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부시대통령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에 한국이 동참할 것을 요구하자, 중국 등 주변국과의 평등 외교 차원에서 "NO"라고 거절해 부시대통령으로부터 공개석상에서 "디스 가이(This Guy)"라는 모욕을 당한 바 있다.
반면에 한국의 외교 노선을 분명히 확인한 중국의 장쩌민 국가주석은 그후 공-사석에서 김대통령을 "따꺼(大兄)"라는 최고의 존칭으로 부를 정도로 감사와 존경을 표시했고, 이같은 한-중 신뢰는 그후 북핵위기 등에서도 최악의 상황 전개를 막는 안전판으로 작용해 왔다.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외교력을 필요로 한다. 자칫 삐끗하다간 주변국들이 한국을 젖혀놓고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며, 최근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잇따른 역사-영토분쟁은 이런 불길한 징후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평소 고도의 외교적 노회함을 보이면서도 우리의 생존이 걸린 근본 원칙에 관한 한 사자후를 터트릴 수 있는 외교적 지도력이 요구된다 하겠다.
출처 : "뷰스앤뉴스"/ 김홍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