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목LPGA 한국女골퍼들에게 들어본 미국생활2006-09-25
작성자관리자
첨부파일1
첨부파일2
첨부파일3
첨부파일4
첨부파일5
참 묘한 관계다. 그들은 서로에게 '언니'이자 '동생'이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를 꺾어야 내가 이기는' 경쟁자로 돌변한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9승을 합작해낸 한국 여자 선수들. 그들의 관계는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저녁 샌프란시스코 인근 댄빌에 있는 블랙호크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기자는 이역만리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일구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LPGA투어 롱스 드럭스챌린지를 앞두고 한국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교민과 LPGA가 공동으로 마련한 만찬이었다. 대회에 나서는 한국 선수 21명 가운데 대부분이 참석했다.

대회를 앞두고 자칫 긴장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경쟁자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서로 언니, 동생, 친구로 통했다.

"태국에 쿠데타가 일어났대요. 그럼 다음달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 2006'은 어떻게 되는 거죠?"막내 이선화(20ㆍ6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가 말을 꺼냈다.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대회 소식이다. 그 다음으로 관심사는 뭘까 궁금했다.

당연히 결혼이었다. 대부분 운동하느라 남자를 만나지 못해서인지 미혼이거나 애인이 없는 선수가 많아 '남자 얘기'는 빠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날 모두 연말에 결혼하는 박희정(25ㆍ미 LPGA통산 2승)의 근황을 궁금해 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 거예요?" "결혼식 준비는 잘 돼가요?" "아이는 언제, 몇 명이나 낳을 거죠?"서로에게 묻고 싶은 얘기도 많지만 가장 자주 나오는 화제는 투어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다. 동병상련이기 때문이다.

유일한 기혼녀인 한희원(28)은 '언제 애를 낳을 거냐'는 후배들 질문에 "때가 되면…"이라며 웃음으로 살짝 답을 피해갔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투어생활에 애를 갖는 게 쉽지 않은 눈치였다.

선수들을 돕기 위해 투어를 따라다니는 가족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투어에 따라다니는 이선화 가족은 어머니가 식사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아빠는 햄버거도 잘 드시는데 엄마는 김치에 밥 한 공기가 아니면 왠지 기운을 낼 수 없대요."양영아(28)에게는 하루빨리 스폰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어머니는 저의 스폰서가 없어 너무 걱정을 하세요. 돈도 돈이지만 괜스레 자존심이 상한대요."양영아는 일찍 미국으로 건너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탓에 제때 스폰서해 줄 국내 기업을 구하지 못했다.

맏언니 정일미(34)는 그녀의 매니저 송영군 씨를 은근히 걱정하는 눈치다.

"(매니저는) 투어 일정이 나오면 1년치 호텔을 미리 잡아 놓더라고요. 호텔을 정할 때도 운동시설이 있는지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보면 무척 힘들 것 같아요."박희정은 이 대회에서 저 대회로 옮기는 게 가장 힘들단다.

"경기 자체는 크게 힘들 게 없어요. 이동하는 게 어렵죠. 어떤 때는 차로 10시간 이상 운전해서 가는 경우도 있어요."지난해 멋지게 벙크 샷한 볼이 홀로 빨려들어가 US여자오픈을 거머쥔 이래 아직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김주연(25)은 "이제 저도 신문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싶다"며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영어도 은근히 스트레스다.

이젠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아졌지만 연습 중간중간에 짬짬이 영어공부도 해야 한다. 투어대회에 앞서 프로암대회가 있는 날이면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한편 25일(한국시간) 끝난 이 대회에서는 김미현이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캐리 웹에게 돌아갔고 아니카 소렌스탐이 2위를 차지했다.

출처 : 매일경제 [댄빌(캘리포니아) = 김경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