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쓰인 곳 추적 본격화
검찰, 비자금 조성·정관계-조폭 연계 의혹 수사
검찰이 바다이야기 제조ㆍ판매사가 거둬들인 900억원의 순익 가운데 예금과 부동산 등으로 남아있는 500억원 안팎에 대한 법원의 추징 보전 허가를 받음에 따라 이제 관심은 남은 400억원의 행방으로 쏠리고 있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제조사인 에이원비즈와 판매사인 지코프라임이 오락기 1대당 550만~770만원씩을 받고 팔아 모두 3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렸고 이 가운데 약 9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추산하고 있다.
1년 반만에 9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매달 50억원의 돈 잔치를 벌여온 셈인데 문제는 이들이 벌어들인 돈이 어떻게 흘러나갔는지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지코프라임이 우전시스텍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62억원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번 돈 가운데 340억원 이상의 용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들 회사가 매출을 누락하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행성 게임 기능을 속이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통과하고 1년6개월만에 4만5천대를 판매하며 게임기 시장을 평정하기까지 `로비 자금'으로 쓰인 돈이 있을 가능성도 유심히 살피고 있다.
게임기 시장은 상품권 시장과 연동되기 때문에 상품권 발행 업체 및 유통망 관리에도 이들의 돈 일부가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있다. 상품권 유통망 및 게임장 관리에 개입한 정황이 짙은 조폭에게 흘러간 돈이 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특히 에이원비즈는 탈세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등 자금 관리에 상당 부분 문제가 있던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들이 탈세를 목적으로 매출을 누락하고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도 검찰 조준권에 들어있다.
따라서 검찰은 차용관ㆍ최준원씨 등 구속된 경영진 및 이들의 친인척, 회사 임직원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숨겨진 돈이 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차명계좌를 통해 별도로 돈을 관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들의 계좌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특히 오락기 판매업자들은 영수증을 남기지 않고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들이 올린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뿐만 아니라 이번에 함께 문제가 된 황금성 제조사 현대코리아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다만 황금성을 제조한 현대코리아는 사실상 이모씨 개인의 회사로 500억원 정도의 순익 가운데 상당액이 부동산 투자에 쓰인 것으로 나타나 비자금 조성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회사들에서 거둬들인 회계자료를 분석하고, 이들 계좌에서 빠져나간 수표 추적을 통해 회사 운영 자금 외에 부적절한 용도로 쓰인 돈의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이미 일부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 빼돌린 재산은 샅샅이 찾아낸 뒤 가중 처벌할 방침이나 범죄수익을 모두 환수하기까지 굉장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다이야기’ 차용관 대표는 ‘일장춘몽’같다고 술회.
땜질공으로 출발..1년여새 1000억 떼돈
욕심속 탈세 등 들통 ‘바다’ 침몰
"바다이야기로 대박을 터뜨린 것에 만족했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사행성 오락기인 '바다이야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박을 터뜨린 뒤 오락기의 당첨 상한액을 늘리는 등의 혐의로 구속된 에이원비즈 대표 차용관(35)씨의 '굴곡' 인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역의 모 공고를 졸업한 차씨는 자동차부품회사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뒤 지난 1999년 대덕밸리 게임전문 벤처기업의 납땜 기능공으로 옮기면서 게임업계와 인연을 맺는다. 이 곳에서 특유의 성실함을 인정받은 차씨는 공장장까지 올라가는 등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차씨는 지난 2002년께 이 업체의 사장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되면서 사세가 기울자 퇴사를 강행,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에 오락기계 제조업체를 차렸지만 회사 운영 1년여 만에 30억원의 미수금을 남긴 채 2003년 초 조용히 문을 닫게 된다.
대박의 기회는 일본에 있었다.
재기를 노리던 차씨는 친척이 살고 있는 일본을 오가며 오락기계 시장의 동향을 살피던 중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대바다이야기'와 유사한 오락기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2004년 대전에 에이원비즈를 설립했다.
인생역전의 꿈이 서서히 현실화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차씨는 같은 해 12월 기존 게임기에 비해 재미있는 요소를 많이 첨가한 바다이야기를 만들어 내놓았고 시장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회사가 바다이야기로 벌어들인 돈은 대략 1천억원.
대박을 터뜨린 차씨는 지난 2005년 7월부터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회적인 신분상승과 자신의 사업보호를 위한 정치권 유력인사들과의 교류를 시도한다.
또 차씨는 '사행성 오락기를 제조.판매해 돈을 번 기업'이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불우이웃돕기 성금기탁 등 각종 사회사업에도 참여하게 된다.
지난 2004년부터 자신의 회사인 에이원비즈 관계자를 대전시내 모 대학의 지방대 혁신역량강화사업(NURI)인 '첨단 영상.게임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의 사업추진위원으로 참여시키는 한편 올 1월에는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사)남북농업발전협력민간연대에 현금 5천만원을 지원키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사업들은 불법적인 수단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인 흑막을 감추려는 꼼수였음이 곧 드러난다.
차씨는 지난해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 올해 5월엔 매출액을 누락시키는 수법으로 법인세 3억9천만원과 부가가치세 8천4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대전지역 벤처업계에서 소위 잘 나가는 사업가로 불리던 차씨는 바다이야기에 대한 사행성 시비가 일면서 결국 지난 20일 검찰에 구속됐다. 1천억원대의 수익을 올린 에이원비즈를 창업한 지 단 1년7개월 만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도 바다이야기가 이처럼 큰 대박을 터뜨릴 지는 꿈에도 몰랐다"면서도 "차씨가 너무 오랫동안 사행사업을 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 조성현,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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