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보도... '유진룡 문화부 차관 경질' 정치 쟁점으로 부상
지난 8일 차관급 인사에서 유진룡 문화부 차관이 경질된 배경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씨가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된 것을 놓고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의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유씨 본인이 청탁자의 실명을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은 유씨의 경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쟁점으로 삼을 태세이다.
1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누가 청탁을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씨는 "나한테 직접 이야기를 한 사람은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 처음에는 이 수석이 부탁을 했으나 (계속) 말하기가 그랬던지 양 비서관이 여러 번 나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문제가 된 아리랑TV 등의 자리에 (청와대에서) 너무 '급'이 안 되는 사람들의 인사청탁을 해 왔다"며 "이 수석을 따로 만나 '이건 정말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짓을 더는 하지 말든가, 나를 자르든가 하라'고 말했더니 나를 잘랐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익명의 문화부 간부의 말을 빌어 "아리랑TV 부사장직을 아예 없앤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유 전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위협했다는 말이 부내에 돌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씨는 청와대의 인사청탁을 거절한 뒤 민정수석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공직기강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9일 문화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이임사에서 "농담이지만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였던가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오강호'의 주인공은 강호를 제패하려는 스승의 야욕을 세상에 밝혀 바로 잡은 뒤 떠나는 인물로, 청와대의 압력으로 인해 관가를 떠나는 자신의 심정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상태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대응할 여유 없다" 입 닫아
청와대는 유씨의 경질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자 대응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인사청탁'이 아니라 '직무회피' 때문에 유씨를 차관에서 경질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씨가 문화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시절부터 신문법에 따라 출범한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의 운영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음에도 이를 수수방관해 기관의 파행 운영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도 10일 브리핑에서 "(유씨는) 정책 관련 사안 때문에 경질됐다"며 "책임질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유씨에 의해 인사청탁의 당사자로 지목된 이 수석과 양 비서관은 11일 오전 10시 현재 전화를 안 받고 있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관계자도 "오늘 오전에 회의가 많아서 (언론보도에) 대응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름이 거론된 사람들이 직접 해명하다가 혹시라도 말실수로 또 다른 오해를 사느니 좀더 책임있는 단위에서 전체 상황을 파악한 뒤 발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1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가장 안정된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무원 체계를 뒤흔들고 능률 저하시키는 것이 바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며 "야당이 이 문제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이 정권 들어 자행된 낙하산인사, 코드인사를 면밀히 조사할 것이며 부추긴 사람까지 증언대에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공무원들이 소신에 따라 일해도 나라가 어려운데,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문화부 차관을 6개월 만에 경질한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출처 :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