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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생방송 성기노출 파문'을 보는 잘못된 시각 6가지2005-08-01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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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중 성기노출사고 발생 파문.
지난 7월 30일 오후 4시에 시작된 MBC음악프로그램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펑키그룹 ‘RUX’가 ‘지금부터 끝까지’라는 노래를 부르는 도중 백댄서 2명이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다가가 상 하의를 벗어 성기를 포함한 전라를 노출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상황으로 시청자에게 브라운관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었고 이 전라노출 장면은 뉴스와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통해 급속히 유통되면서 방송을 보지 못했던 수많은 네티즌들까지 이 문제의 방송장면을 접하게 됐다.

방송사상 초유의 일인 이날 노출사고는 시청자, 가요계, 방송계 전반에 충격을 주었고 이에 대한 'MBC 책임론', '인디코너 폐지', '출연자 자질 검증' 등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모두 사건 본질에서 벗어난 해결책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다.


1. 카우치의 비정상적인 행동엔 '목적성'이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진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은 "왜 그랬느냐?"는 것이다. MBC의 관계자는 몇몇 정황증거를 들어 럭스(LUX)나 카우치가 사전에 모의를 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게 무대를 꾸며보자"는 것을 사전모의라고 해도 카우치 멤버들이 펼친 비정상적인 행동의 파괴력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런 행동으로 특정 방송사, 특정 프로그램에 심대한 타격을 입히고자 했다는 설명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런 행동으로 명예를 얻을 리도 만무하고, 인기를 얻을 수도 없다. 이것은 일반적인 상식과 기준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차라리 그들에게 내재되어 있던 공격적 성향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표출로 이어졌다고 이해하는 편이 빠르다. 실제로 그들은 홍대 클럽가에서도 대단히 공격적인 '악동'으로 이름이 나있었다.

2. 이들을 섭외하고, 이들을 출연시킨 MBC도 가해자다.

지난 30일 밤샘 조사를 받고 경찰서 밖으로 나온 '음악캠프' 관계자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마치 테러를 당한 듯한 멍한 모습, 그 자체였다. 과연 연출진에게 어느 정도 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 이번 '성기노출 테러'(어떤 의미에선 테러다)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MBC에게 물을 수 있는 법적인 책임은 '미필적 고의'다. 그렇게 될 개연성이 충분함에도 이를 방조한 혐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없다고 본다. 시청자와 함께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 MBC요, 연출진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해보겠다는 친구에게 잠시 운전대를 맡겼다가 사고를 낸 차주에 불과하다. (물론 의상의 상표를 가리는데 쓰는 스티커로 럭스 멤버의 군국주의 티셔츠를 가려주지 못한 것은 큰 책임이지만 이번 사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

3. 4초 동안 전국에 생방송으로 한 것은 연출자 및 카메라맨의 책임이다.

생방송중엔 출연자의 느닷없는 돌출행동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왜 다른 카메라의 장면으로 대체하지 못했냐며 MBC 카메라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으나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우선 연출자의 책임을 한 번 살펴보자. 공연무대의 경우 보통 5~7대의 카메라가 돌아간다. 그 화면들을 동시에 보면서 문제있는 장면이 나왔을 때 재빨리 다른 카메라로 커트와 인을 할 수 있는 연출자는 거의 없다. 이것은 운전중 좌회전을 하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보고 있다가 전면에서 갑자기 발생한 위험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도의적인 책임은 있어도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또 카메라맨은 어떤가? 4초간의 시간 속에서 그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란 말인가? 4초 동안 판단을 하고, 대안을 생각하고, 이를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이미 4초는 지나갔다) 그는 최고의 카메라맨일 것이다. 그가 운전한다면 시속 200Km로 달려도 그 어떤 사고도 내지 않을 것이다.

4. 방송에 출연시킬 땐 자질이나 인성까지 검증해야 한다.

그렇다면 방송국 정문에서 약물반응 검사실과 음주측정기, 여기에 인성검사까지 실시하란말인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대안으로 내놓는 것은 헐뜯기 그 자체다. 아예 우리 사회 전체에 이같은 '문화적 테러'를 막기 위한 도청장치와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편이 빠를 듯 하다. 문제의 '카우치'가 주로 활동한 홍대 클럽에서의 무대매너나 스타일 그리고 행태에 대해서도 검증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은 인디밴드 그 자체를 전과자라고 낙인을 찍는 일과 동일하다. 만약 그렇다면 방송무대를 통해 수많은 팬들을 거느린 초대형 가수들의 술버릇이나 인간성도 테스트해야 한다. 일면식도 없는 MBC ‘음악캠프' 제작진의 편을 들 생각은 전혀 없으나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게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준흠이라는 인디밴드 전문 대중문화평론가를 통해 음악성과 자질 부분에 대한 검증과 추천을 통해 출연진을 섭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된 '럭스'가 '끝내주는 무대'를 위해 홍대 클럽의 악동 '카우치'까지 동원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일정부분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가수의 백댄서까지 누구인지 확인하는 곳은 세계 그 어떤 방송국도 없다. 출연자가 결정하면 그뿐이다. 만약 무대에서 넘어지거나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그들을 선택한 출연자가 책임질 일이다.

5. '인디 코너'도 폐지하고, '음악캠프'도 폐지해야 한다.

나라가 개판이니 대통령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MBC로선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이유는 이번 '성기노출 테러'의 발생 장소가 SBS도 아니요, KBS도 아니요, MBC 공개 생방송 현장이기 때문이다. 연출진에 대한 징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필이면 '성기노출 테러'가 발생한 프로그램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안녕 프란체스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C가 "원인을 분석해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음악캠프'나 '인디코너'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입장이라면 그 어떤 방송 프로그램도 방송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테러를 막기 위한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까지 모든 사람들의 입국을 막겠다는 발상과 똑같다. 아무리 대안을 내놓아도 출연자에게 "방송중엔 그 어떤 일탈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출연자에게 있다"는 정도의 확인서일 뿐이다. 오히려 '인디코너'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적절한 대응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험성이 따르는 생중계는 포기하더라도 녹화무대 정도는 열어줘야 한다. 함께 노래를 하면서도 대중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질되어가는 인디밴드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작은 무대 정도는 열어줘야 한다. 자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클럽과는 다른 분위기의 방송무대를 통해 해야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배울 수도 있고 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기획사, 상업적인 매너, 막대한 자금, 훌륭한 홍보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기존 가수들과 그나마 경쟁을 할 수 있다. 이번 일로 인디밴드를 더욱 음지로 내몰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폭이 넓다면 더욱 많은 장르, 더욱 많은 뮤지션들도 포용할 수 있는 방송이 되어야 한다.

6. '인디정신'은 이미 죽었고, 홍대 클럽은 '퇴폐적'이다.

일정 부분 맞다. 클럽에서의 활동하는 몇몇 밴드는 공격적이다못해 폭력적이다. 맥주병을 깨기도 하고, 옷을 벗기도 하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것에 사람들은 열광을 한다. 요즘 인디정신으로 일궈낸 클럽문화가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인디정신으로 무장한 뮤지션들도 없고, 음악을 찾아 클럽에 오는 사람들도 드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또 강남의 대형 나이트클럽에 버금가는 상업주의 클럽도 우후죽순처럼 홍대와 강남에 들어서고 있다. 업주들 역시 진정한 음악을 보여주는 뮤지셔보다는 특별한 무대매너(?)로 선보이는 밴드들을 선호한다. 클럽을 찾는 사람들 역시 음악을 찾기보다는 한순간의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부비부비춤'을 출 수 있다는 꼬드김에 빠져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던 이들이 클럽을 가득 매우고 있다. 인디밴드는 마치 이들의 퇴폐적인 춤사위를 이끄는 '악대'로 전락했다는 자괴감의 목소리도 가득하다. 자본주의를 박차고 나온 인디밴드의 음악에 담긴 정신을 향유하기 보다는 퇴폐의 몸짓을 이끄는 풍악쯤으로 여긴다. 개인적으로 이런 비애감이 일부 인디밴드에게 폭력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상업주의에 멍들지 않는 인디정신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이미 인디밴드는 퇴폐스런 자본주의에서 잉태되어 상업주의의 자양분을 마다하고 외부의 위기가 닥쳐오면 더욱 단단해지는 문화 바이러스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기자 MrVertigo @cbs.co.kr


출처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