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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례식장서 보낸 어느 날의 단상2005-07-29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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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아름다웠던 모습 눈에 선하게 남아있는데…

“퉁- 탁탁탁 ----.”


이승과 저승의 건널목인 장례식장의 빈소와 접객 실 사이를 대 여섯 살 먹은 어린이 3명이 뛰어다니는 소리다. 그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는 모습을 빈소 앞에 앉아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참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이 곳이 다른 곳이었다면 어린이들이 그렇게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고 있었다면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달리는 것을 통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곳에는 상복을 입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어린이들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묘한 느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달리고 있는 어린이는 이 곳이 이승임을 분명하게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빈소의 사진을 바라보노라면 저승은 바로 저기가 아닌가. 이승과 저승이 상존하고 있었다. 아마 어린이들을 제지하지 않는 것에는 저승으로 간 망자들에게 이승의 마지막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길을 떠나시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해주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하루 종일 장례식장의 빈소 앞에서 보냈다. 연락을 받고 달려가 보니 모든 것이 허망할 뿐이다. 이승과 저승의 차이가 이렇게 쉬울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꼈다. 이승과 저승으로 나눠지면 모든 것이 공이란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운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저승의 세상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삶과 죽음을 사람의 의지로 할 수는 없다. 죽음의 길을 피하기를 강력하게 원하지만 누구나 그 길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만은 조금은 다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망자 앞에 앉아 있으니 나 또한 절대로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생전의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정이 깊으시고 남에게 손해 끼치지 않고 살다 가신분이다. 자식이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어머니였고 친척을 대할 때에도 정이 넘치시던 분이었다. 법 없이도 살아가실 분이라는 말을 들으실 때마다 웃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6년여 동안 병으로 고생하시다 길을 떠나셨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부처님은 진여의 경지에 들면 불생불멸의 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망자 앞에서 그렇게 되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본다. 물론 그런 경지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생전의 망자의 모습을 반추해보면 틀림없이 불생불멸의 법력을 얻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게 남을 위해 헌신하셨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종일 빈소 앞에 앉아서 이승과 저승을 생각했다. 저승이 먼 곳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이승의 삶을 '나'가 아닌 '남'을 위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윤회하는 삶에 있어서 이승의 시간은 순간이다. 순간의 삶을 집착과 욕심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돌아가신 분이 좋은 곳으로 가실 것을 기원하면 삼가 명복을 빈다.

국정네포터 정기상(keesan@hanmail.net)
출처 :국정브리핑


<정기상님은> 완주군 대덕초등학교 교사로, 월간<아동문학>으로 등단했습니다. 한국아동문학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고 동화쓰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