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년부터 주택 청약제도가 현행 추첨식에서 가족 수, 무주택 기간, 가구주 연령에 따라 가중치를 반영해 점수로 당첨자를 가리는 가점제로 바뀐다.
바뀌는 제도는 공공택지내 전용 25.7평 이하 주택에 우선 적용되며 2010년부터는 가점항목에 가구 소득, 부동산 자산 등이 추가돼 민간주택에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가족 수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며, 가구주 연령이 높은 가구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부양가족이 적고 가구주 연령이 낮은 30대 도시근로자 가구의 당첨기회는 크게 줄어 기존 청약 예.부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공청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교통부의 용역 과제 '주택청약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예.부금 가입자의 청약제도를 가구주 연령(30세 미만-45세 이상), 무주택 기간(1년 미만-10년 이상), 통장 가입기간(6개월 미만-10년 이상), 부양가족(가구구성 1-3세대, 자녀수 1-3명) 등 4개 항목을 감안한 가점제로 변경한다.
각 항목은 단계별로 1-5점(부양가족 가점은 가구구성, 자녀 수별로 1-3점)이 부여되며 여기에 가구주 연령 20, 부양가족 35, 무주택기간 32, 가입기간 13의 가중치를 둬 이를 곱해 총점을 산출한뒤 점수에 따라 당첨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개인 자산 전산화가 완료되는 2010년부터는 가구소득, 부동산 자산(5천만원 이상)도 가점 항목에 들어가고 가중치도 바뀐다.
공공택지내 25.7평 초과 주택은 현행 채권입찰제로 하되 2008년부터 동일 순위내 경쟁이 있을 경우 부양가족(가중치 47), 무주택기간(31), 통장가입기간(22)으로 순위를 가리는 가점제를 일부 적용한다.
가점제에서 동일 순위 동점자가 나오면 가구주의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에 따라 당첨 순위가 가려진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가점제가 도입되면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이 확대되고 과도한 청약경쟁에 따른 주택시장의 혼란을 방지하는 한편 청약가입자와 금융기관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교통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론 수렴을 거쳐 10월까지 정부안을 확정한뒤 '주택공급 규칙'을 개정, 2008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2009년에 분양하는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2008년 이후에 주택을 공급하는 신규택지에는 바뀐 청약제도가 적용된다.
2008년 하반기부터 청약 가점제가 시행되면 무주택 기간과 가족수,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비세대주의 부금ㆍ예금(전용 25.7평 이하) 통장은 쓸 수 없게 된다. 가점제가 ‘세대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비 세대주는 사실상 제도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 35세, 노부모 부양, 자녀 2명, 무주택 기간 5년, 부금 가입기간 5년의 똑 같은 조건을 가진 세대주 A씨와 비세대주 B씨를 비교해 보자.
가점제가 시행되면 세대주 A씨는 나이 60점, 부양가족 175점, 무주택 기간 128점, 가입기간 52점으로 총점 415점을 받는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77점에 해당한다.
그러나 비세대주인 B씨의 점수는 조건이 똑같아도 가입기간 52점이 전부다. 100점 만점에 9점이다.
예치금 200만~300만원짜리 청약예금.부금 가입자들의 내집 마련의 길이 멀어지고 있다. 중소형 청약자격을 주는 또 다른 통장인 청약저축에 비해 분양받을 물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예.부금으로 신청할 수 있는 민간업체의 민영주택은 급감하고 있다. 2001년에는 수도권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10채 중 9채였으나 지난해에는 6채로 떨어졌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급감했다. 재건축 억제,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의 규제 때문에 민간사업이 위축된 것이다.
반면 공공의 비중은 더 커진다. 정부가 투기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주요 신도시에서 주택공사 등이 사업을 맡는 공영개발을 늘릴 방침이기 때문이다. 판교 낙첨자들이 노리는 송파신도시(4만6000여 가구)도 공영개발되면 중소형 아파트는 모두 청약저축자 몫이 된다. 서울에서는 SH공사가 발산지구 등 택지지구와 은평뉴타운 등 대형개발사업을 도맡아 한다. 민간이 주도한 도심 재개발에서도 7월 시행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에 따라 공공주택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예금.부금 가입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13년 무주택 세대주로 예금 가입자인 박모(45.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청약할 아파트가 없는데 무주택 기간이 길고 가족수가 많아 점수를 많이 받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입지 여건이 좋고 값싼 주택은 웬만하면 저축자 몫이어서 예금이나 부금이 쓸모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예.부금으로 신청할 수 있는 민간 물량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비싸다. 중대형 선호 추세에 따라 민간이 공급하는 중소형 물량도 적다. 청약저축으로 바꿀 수도 없다. 다시 가입해 1순위가 되더라도 저축액에서 밀려 당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형에 청약할 수 있는 예금으로 바꾸면 당첨확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비싼 분양가가 걸린다. 청약부금 가입자인 김모(38.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씨는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부금에 가입한 것이어서 중대형은 분양받아도 골치"라고 말했다.
건교부 관계자는 "저축의 가점제를 예금.부금으로 확대하는 게 이번 개편의 골자였고 저축과 예금.부금을 합칠 경우 오랫동안 당첨을 준비해 온 저축 가입자들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저축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6월 말 기준으로 중소형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 1순위자는 352만여 명이고 이 중 80%인 277만여 명이 예금.부금 가입자다.
◆청약저축=무주택 세대주만 가입할 수 있고 매달 2만~10만원씩 넣는다. 국가.자치단체.주택공사.지방공사가 공급하는 전용 25.7평 이하에 청약할 수 있다. 1순위 가운데 저축액.납입기간 등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청약부금=정액적립식이나 자유적립식으로 1만~50만원 범위에서 매달 납입한다. 국민주택기금 지원 없이 민간업체가 짓는 전용 25.7평 이하가 청약 대상. 가입 후 2년이 지나고 적립액이 지역별 예치금액 이상이면 1순위. 추첨제다.
◆청약예금=평형에 관계 없이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건설업체가 짓는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다. 신청가능한 평형에 따라 통장이 세분화돼 있다. 지역과 평형별로 다른 예치금액을 한꺼번에 납입하고 가입 후 2년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생긴다. 추첨제.
출처 : 연합통신,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