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디스커버리호 발사로 세계최강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려던 7월 4일, 미국의 자존심은 다시 한 번 구져진 듯 하다. 아침부터 뉴스에서는 미사일 발사 두고 10발이다, 5발이다 떠들썩하더니 오전부터 아예 특별방송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두고 분석과 대응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내일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나 한편 이 번 일이 과연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의문이 든다.
우선 미국으로서는 북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할 말이 없다. 이미 자국의 미사일 실험과 발사가 국가의 정당한 권한인 국제사회에서 북이라고 하여 이것이 특별한 문제가 될 수 없다. 또한 클린턴 행정부 시절 각고의 노력 끝에 북미간의 공동협정을 통해 대화를 물꼬를 튼 성과를 부시는 하루 아침에 악의 축이라는 말로 일축하였고 북에 대한 일관되게 적대적인 정책만을 고수해 이러한 대화단절의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시절 대북특사였던 찰스 카트먼이 얼마전 한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의 행동변화를 바라는데 비해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체제 변화를 바라기 때문에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한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한 일견이다.
한국정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논평하였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 발사는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매년 이루어지는 대규모 미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은 상시적인 훈련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는가. 세계 최강 미군이 수 십만명씩 한국에서 벌이는 군사훈련은 미사일 발사보다 북에게는 더욱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을 왜 짐작하지 못하나.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진정한 동북아 위협의 요인임에도 이에 대해서는 외교적 언사 한 번으로 끝내면서 북의 미사일위협만은 왜 이리 난리인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인가.
그러나 언제나 우유부단하고 중립적인 태도만을 고수해온 한국정부로서도 별달리 할 말이 없다. 그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점을 미국에 적극 설득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미국이 이를 고려하지는 않는 분위기이고 그저 한국정부가 이런 노력을 기울였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만으로는 문제해결에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
사실상 북미간의 문제에서 뚜렷한 철학과 주견 없이 이곳 저곳 눈치보며 미꾸라지 빠자나가듯이 하는 한국정부의 태도는 일본의 강경노선보다는 낫다 자위할 수는 있겠으나 기회주의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일본이야말로 잠잠히 있어야한다. 겉으로는 무슨 평화운운 하면서 표정관리 하고 있지만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이용해 자국의 군사대국화를 본격적으로 채비하는 모양세다. 일본의 이 빌붙어 먹는 근성은 이미 6자회담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납치문제를 끼워달라고 생떼쓰는 데서부터 알아봤지만 이런 기회를 이용해 군사대국화를 노린다면 이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미국도 별로 원하는 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뉴스에서 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는가에 대해 갖가지 분석과 논평이 쏟아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단순하고 명쾌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내놓는 것을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답은 명쾌하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을 진정한 대화 상대로 여기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핵이 먼저냐. 지원이 먼저냐. 미사일 유예가 먼저나. 경제제재 해제가 먼저냐. 공이 누구에게 있느나하는 식의 어설픈 논쟁은 이제 그만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 되어왔고 북한 정부도 공공연히 주장해온 바였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이번 미사일 사태의 원인이자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미 분석은 넘치고 넘친다. 이제 해결의 열쇠를 쥔 미국의 행동변화만이 남았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