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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의 스위스전으로 본 16강 도전기2006-06-27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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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스위스에게 당한 2대0의 패배에 대해 아무런 불만을 터뜨릴 수 없다. 스위스는 기회를 살렸고 한국은 살리지 못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좌절 시킨 이 경기는, 전반전에 실점하고 후반전에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공격하지만 결국 역습에 의해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마는, 항상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패턴으로 진행되었다.


투쟁 정신이 가장 필요했던 경기였지만 한국은 그 부분에서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이 스위스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보여준 투쟁 정신은 부족하기만 했다. 한국이 특급 스트라이커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한국에는 알렉산더 프라이와 같이 위협적인 선수도, 하칸 야킨 처럼 창조적인 선수도 없었다.


흥미로운 시작이었으나 전반전의 승자는 스위스였다. 스위스 선수들은 골대 앞에서 수준 높은 볼 터치를 했고 이는 한국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한국은 스위스가 앞선 경기들에서 경험하지 못한 강한 압박을 가했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스위스와의 전반전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보여준 최고의 전반전인 것 같았지만 이게 커다란 칭찬이 될 수는 없다. 전반전에 득점 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단 한가지, 꼭 피해야 할 것은 실점이었다.

시작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하얀 유니폼을 입고 나온 한국 선수들은 활발해 보였으며 경기 초반 이천수가 왼쪽을 돌파하며 좋은 기회를 맞았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마지막 몇 분전까지, 별다른 공격은 없었다.

한국 팀에게서 횡적인 공격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스위스는 토고의 윙 플레이에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4-2-1-3 포메이션은 이천수와 조재진이 많은 시간을 경기장 중앙의 수직선상에서 플레이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경기 후, 아드보카트 감독은 4명의 스트라이커로 경기를 시작했다고 말했고 그것이 위험한 전술이었음을 인정했다.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두 명의 윙과 함께 플레이 하는 전통적인 4-2-4 가 나을 뻔 했다. 그러한 조합은 스위스 수비진을 벌려놓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스위스가 점한 중원에서의 수적 우위를 어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박지성과 박주영은 계속해서 뒤쪽으로 끌려갔고 조재진은 많은 지원을 받지 못했다. 조재진이 공중 볼에 강점을 보이는 스위스 수비수들을 상대로 헤딩을 따낸다 한들, 타켓맨 주변에 공을 떨궈줄 사람이 없다면 수비진에서 나오는 롱 패스는 별 의미가 없다

스위스의 득점은 단순했다. 좋은 프리킥에 의한 좋은 헤딩이었다. 그와 같은 프리킥에 그처럼 달려 나오는 선수를 수비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 골은 한국이 두 번이나 득점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했을 뿐 아니라 스위스가 편안한 마음으로 우세를 지킬 수 있게 해 주었다.

전반전의 마지막 5분은 한국이 스위스를 몰아세우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전반전의 종료가 다가옴에 따라 스위스는 더욱 신중해졌다. 한국은 세 경기 연속해서 전반전에 실점했고 전반전이 끝났을 때의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후반전엔 더 나은 모습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이영표와 김동진이 전진하며 더 많은 공격을 가했고 전반전에 부족했던 횡적인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스위스는 뒤로 물러났고 한국이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완벽한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러한 기회가 왔을 때는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스위스의 역습은 항상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득점이긴 하나 규칙에는 어긋나지 않는 골이었다. 이호가 건드린 공이었기에 프라이는 오프사이드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선심이 실수를 했고 한국 선수들은 선심의 기를 보고 플레이를 멈췄던 것 같다. 하지만 플레이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주심의 휘슬이지 선심의 깃발이 아니다.


그렇게 월드컵을 끝내기에는 아쉬웠지만 선수들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엔 스위스 팬이 훨씬 많았고 한국이 지고 있었지만 한국 팬들의 노래 소리는 스위스 팬들을 압도했다. 이 경기장에서, 다시 한번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한국 팀은 자신들이 세계 무대와 맞설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지금은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할 시간은 아니다.
미래에, 한국 축구가 한국 팬들에 필적하게 된다면, 그 때야 말로 세계 제패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필자 및 코너 소개

[Top Corner]는 존 듀어든이 꾸미는 컬럼 코너의 제목이다.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려운 공간, 그러므로 공격수가 날린 슛이 가장 멋지게 꽂히는 공간으로서의 의미와 함께 축구 분야에서 가장 높은(top) 위치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코너명처럼 두어덴은 축구에 관한 최고의 읽을거리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Top Corner]의 존 듀어든(John Duerden)은 블랙번 로버스의 열혈팬인 영국인 프리랜서 기자다. 런던 정경대를 졸업했고 영국 종합일간지 과 한국의 영자신문 등에 다양한 주제의 컬럼을 기고한다. 특히 아시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해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축구에 대한 기사를 정력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현재 <토탈사커> 외에 영국의 인기 축구월간지 와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홈페이지, 인터넷 축구 사이트 , 등에도 송고한다.

출처:토탈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