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년간 기획처 근무 마치고 떠나며…인사교류 타고 퍼지는 혁신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인연을 만들어 갑니다.
공직사회도 참여정부 이후 활성화된 부처인사교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직자 인연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는 7월부터 고위공무원단제도가 도입되면 더 많은 인연이 만들어지고 폐쇄적이던 공직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됩니다.
공직사회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거역하기 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흐름을 이해하고 핵심역량을 개발하는 좋은 기회로, 기관의 입장에서는 과거 폐쇄적이던 기관문화를 되돌아보고 변화에 적응하는 좋은 기회로 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우리 기획예산처에서 균형발전정책업무를 마치고 행정자치부로 돌아가는 박재영 국장의 경우는 변화에 대응하는 공직자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큼 부처교류를 통해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아직 제대로된 환송회도 못해 주었지만 박 국장이 기획예산처를 떠나면서 남긴 편지가 우리처 직원들을 또 한번 감동시켰습니다. 이 편지를 우리 처 직원들만 공유하기보다는 우리 공직자 모두가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에 박 국장의 양해를 얻어 소개합니다.
“박 국장! 석가모니는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의 운명을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셨지만, 헤어짐은 다시 만남의 운명이란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고도 하셨으니 좋은 인연은 계속되겠지요, 박 국장! 고생 많았습니다”
신철식 기획처정책홍보관리실장
<편지전문>
즐겁고 유익했던 기획예산처 근무를 마치며
세월이 빠르긴 빠른 모양입니다.
저는 행정자치부에서 국장급 교류로 지난해 5월 31일자로 균형발전재정기획관으로 발령받아 1년간 근무한 박재영 국장입니다.
행복한 마음을 안고 6월 1일자로 행자부 균형발전지원관으로 돌아갑니다. 그동안 제가 기획예산처에서 무사히(?) 근무할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기획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장관님께서는 열심히 일하겠다는 저의 다짐에 그것은 기본이고 일을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썩 제가 맡은 일을 창조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수행하지 못하여 큰 실적을 올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차관님 실장님 국장님 과장님 팀장님 직원 여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행자부로 막상 돌아가려고 하니 가슴이 찡해집니다. 사실 행자부를 떠나있는 지가 3년이 넘다보니 이제 복귀할 때가 되었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솔직히 1년 정도 더 근무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에서 행자부(내무부)를 떠나서 타 부처에 근무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과 미지의 부처에서의 근무라는 설레임이 함께하는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이제 기획처를 떠나면서 저에게는 귀중한 경험과 좋은 분들과의 인연이라는 소중한 추억을 안고 행자부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기획예산처 근무 중에 느낀 몇가지를 간략히 정리하여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기획처가 가지고 있는 큰 장점에 사실 처음에 많이 놀랐습니다.
첫째로 전직원이 타부처에 비해 매우 능력이 뛰어나고 경쟁적(competative)이라는 점입니다. 한분 한분이 사실 업무처리 능력도 뛰어나지만 타부처와 그리고 구성원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매우 심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베스트만 살아남아 근무하는 부처가 기획예산처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고위공무원단제도가 7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타부처에서 다들 기획처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획처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적자원의 우수함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기획처에서 느낀 우수한 시책 또는 제도화 등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①국무위원재원배분회의(12대 재원배분원칙확립)
②재정전략실을 통한 국가전체적 관점에서 재정·경제 정책의 관리·전략 수립
③국가재정법 제정 추진
④2030미래전략 수립
⑤예산낭비대응팀(센터) 운영
⑥유연하고 현실성있는 전략적 조직개편(실, 본부, 과, 팀제 혼합)
-성과관리본부, 공공혁신본부, 민간투자기획관 설치 등
⑦Best workplace T/F 설치로 최고의 직장만들기추진
⑧끊임없는 새로운 이슈 창출 및 대응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방과 후 교실, 사회서비스 창출 등등
또한 내부관리시스템도 타 부처에서는 벤치마킹 대상일 것입니다.
일 처리 방식메뉴얼, 상황대응메뉴얼, 장관님 지시사항 관리체계, 홍보체계(수요장관기자간담회)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이 배우고 돌아갑니다.
둘째는 기획예산처가 가지고 있는 open성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부처가 순혈주의 조직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기획예산처는 혼혈주의 조직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직원도 보면 타 부처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으나 기획예산처로 이동한 분들이 많습니다. 백그라운드가 다양하다는 점인데 바로 조직이 갖는 개방성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어느 부처에서 오든 손해가 없다는 점이겠지요. 21세기 조직도 이제 기획예산처 같은 다양성과 개방성을 지향해야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셋째는 부처이기주의나 지역 편협적 관점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총리실 국무조정실이 있지만 항시 기획예산처가 모든 정책조정에서 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타 부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국가발전 전체적 관점에서 일하는 부처가 있어야한다고 보는데 바로 기획예산처라고 봅니다.
그 외에도 기획예산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행자부로 돌아가면 "기획예산처를 배우자!" 라고 말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가 근무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도 몇 자 적고자 합니다.
먼저 타 부처에 대한 고객관리(CRM)입니다.
기획예산처의 제1의 고객은 중앙부처이고 제2고객은 지방자치단체 제3고객은 공기업이라고 봅니다. 물론 전국민이 고객이지만 좁혀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획예산처는 힘 있는 부처이기 때문에 사실 각 부처에서 어려워합니다. 예산·조직·인력 등을 협의할 때 항시 어렵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고압적으로 대하면 금방 서운해 합니다.
과거보다 정말 많이 부처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지만 아직도 고객들의 불만들이 남아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물론 삭감. 조정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확고한 원칙 하에 부드러운 태도 등 고객을 배려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베스트 부처가 가져야 될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기획예산처의 정체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보다 물론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과거 EPB기능이 아직도 재경부에 많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재정정책총괄, 관리, 전략수립 등이 쉽지 않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재정법제정 등을 통해 착착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를 해야 된다고 봅니다.
사실 1년밖에 근무하지 않은 제가 무엇을 많이 알겠습니까만 평소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솔직히 행자부(내무부)에서 주로 자치제도, 지방조직, 지방인력관리 등 지방행정(제정이 아닌)에만 20여 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예산, 재정, 균형발전업무에는 생소하여 1년 동안 열심히는 했으나 많은 일을 하지 못하고 떠납니다.
앞으로 제가 가서 할 일이 균형발전 지원업무인데 기획예산처의 입장을 잘아는 측면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행자부 입장에서 일하다보면 오히려 난처한 상황도 있으리라봅니다. 그때에도 저를 잘 이해해주시고 행자부를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제 국가행정의 중추인 기획예산처에 1년간 교류근무하였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갑니다. 잘 배우고, 훌륭한 분들과 잘 지내고 갑니다. 혹여 근무하는 동안 제가 행정자치부 공무원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가지는 않나 두려움이 있습니다만 좋게 보아주시고, 제게 서운했던 분들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즐겁게 근무하고, 좋은 분들과 함께 보낸 1년이 제 평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리라 봅니다.
기획예산처의 무궁한 발전과 직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6. 6.1 박재영 올림(pjy@mogaha.go.kr)
출처: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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