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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청테이프, 대혼란 야기할 핵폭탄급 대악재"200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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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 "공씨로부터 회수한 뒤 상부 보고 없이 전량소각"

▲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

"결코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될, 실수로 태어났다면 태어난 즉시 없어졌어야 했던, 지금이라도 당장 저희 선에서 당장 없어져야 할 불법의 산물이며 대악재임."

안기부 특수조직 미림팀이 도청녹음한 테이프와 녹취록에 대해 전 국정원 감찰실장 이건모(60)씨는 28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이같이 표현했다. 이씨는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소름이 확 끼쳤다"라면서 "이런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회수하지 말 걸 하는 등 만감이 교체됐다"고 털어놨다.

전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빼돌렸다가 99년 여름 국정원에 회수된 2박스 분량의 도청테이프 200개와 녹취록 등에 포함된 내용이 실로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씨는 '대악재'라는 표현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그 파급력에 대해 "세상에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이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붕괴가 일지도 모르는 핵폭탄"이었다고 말할 정도. 또 "6년 지난 지금 일부 노출로 혼란이 이 정도인데 당시 더 남은 테이프가 노출되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씨는 상부에 보고되지 않은 채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도청자료들을 전량소각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에게 "구체내용에 접근을 피하시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등 당시 고위층에게 테이프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원장이나 더 높은 분이 내놓으라한들 절대 불가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씨는 도청자료의 전체 내용을 정리·분석하고 천 원장에게는 개요만 보고한 뒤 그해 12월 국정원 소각장에서 전량 소각처리했다고 밝혔다. 소각 당시 보안과 P팀장과 직원으로 하여금 목록과 테이프를 일일이 확인하도록 했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씨는 "국정원 회수분은 전량소각 조치했으나 외부상황에 대해서는 장담 못한다"고 밝혀 도청 테이프의 추가 존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외부에 잔존한다고 해도 이번 일로 세상에 나타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 이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된 X파일 내용 중에는 공씨로부터 반납받은 자료에 없는 것들이 있어 공씨가 유출자료 전량을 국정원에 넘기지 않은 게 아닌가 하고 판단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씨가 유출한 테이프에 천 전 원장 관련 도청내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있었다한들 보고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직무유기와 관련,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면서 자진반납됐기 때문에 회수과정에서 뒷거래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건모씨는 99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국정원 감찰실장을 지냈다.

▲ 이건모 전 국정원 감찰실장이 28일 기자들에게 보낸 자술서
[전문] '소위 X파일 관련 나의 입장'

글머리에

○ 국정원 감찰실장 재직시 전직 공운영씨로부터 불법도청 자료를 자진반납받아 99년말 전량소각 처리한 바 있습니다.
○ 최근 저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분들이 집과 직장으로 전화 및 찾아오기까지 해서 제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심대한 심적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 더 이상 어쩔 수 없고, 또한 관계당국의 절차를 거쳤고 해서 이렇게 제 입장을 표명하니 혜량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청자료 입수경위
○ 1999년 여름경 상부로부터 :재미교포라는 사람이 안기 시절 도청문건을 갖고 삼성측을 협박하다니,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 경제과 해당 직원을 불러 상홍을 파악해보니 "사실입니다, 삼성측은 절대로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방침이라 합니다"라는 보고받음.

○ 다각적 방법을 검토한 끝에 공씨와 함께 근무했던 현직 직원들을 앞세워 자진반납을 유도한 바 "조지과 후배들에게 면목없다"며 테잎 200여개와 녹취록 등 2박스 분량을 자진반납, 보안팀 사무실에 보관 엄격히 통제관리.

○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소름이 확 끼치며 "악재다, 대악재다. 차라리 이런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척만 하고 회수하지 말 걸" 하는 등 만감이 교체. 그러나 "이런 일 하라고 나를 감찰실장 시켜준 것 아니겠나, 하자, 정면돌파하자, 마지막엔 죽기뿐 더하겠나" 결심하고 자료정리, 분석 착수.

천용택 원장께 보고사항

○ 본 도청자료는 결코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될, 일순 실수로 태어났다면 태어난 즉시 없어졌어야 했던, 지금이라도 저희 선에서 당장 없어져야 할 불법의 산물이며 대악재임.

○ 세상에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이 야기,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붕괴가 일지도 모르는 핵폭탄임.
○ 따라서 전량 세상에 공개는 말할 것도 없고, 테잎 한개라도 외부에 유출되어서는 안됨. 또한 이 경우에도 원장님이나 저나 통비법을 위반하는 범죄자가 됨.

○ 원장님께서는 본 자료의 구체내용에 접근을 피하시는 게 좋겠음. 원장님이나 설령 원장님보다 더 높은 분이 테잎을 내놓으라한들 제가 감찰실장으로 있는 한은 절대 불가함.
지금은 당장 아시는 만큼 흥미롭게 활용도가 크시겠지만 자칫 잘못되면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음,

○ 감찰실장 임명시 제게 약조하신대로 저를 믿으시고 본건 처리를 제게 일임하여 주시기 바람. "절대로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단 한개라도 외부유출 없어야 된다"는 대 명제하에 그 방법을 찾아 철두철미하게 처리하겠음.

처리결과

○ 1999년 12월 제 앞에서 보안과 P팀장과 직원으로 하여금 목록과 테잎을 일일이 확인토록 한 후 "이제 이 원망과 저주스런 불법의 산물이며, 도둑질한 장물이며, 나라에 씻지 못할 위해를 가할 수도 있었던 요물은 20세기로 보내며 장사지내자"

"언젠가는 꼬리 부분이 세상에 나와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겠으나 그때는 큰 폭발력도 없을 것이며, 또한 직무유기 등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겠으나 그 때는 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겠다. 우리의 선조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흔쾌히 바치지 않았느냐" 등 결의를 다진 후 전량 소각 지시, 소각 처리 후 결과 보고받음.

일부의 문건에 대한 해명

○ 회수 과정에서 공운영씨와 뒷거래설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로 하여금 설득 결과 자진 반납받았기 때문에 뒷거래할 이유도 없었고 뒷거래할 사안도 아님.

○ 온세통신 이권지원 문제
- 퇴직간부 C씨와 함께 추진한 사업으로 C씨와 공운영씨 모두 내외부에 교체범위가 넓음. 그분들과 통신 실무직원간 협의하에 또한 기존 업체 양해하에 이권이 아닌 전직 직원 관리 지원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

- 물론 "전직 직원문제는 법과 원칙 범위내에서 최대한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여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제 입장이었습니다. 온세통신 전화선 문제도 이 범주내에서임. 지원해 주도록 지시한 바 있음.

○ 도청테잎 잔존여부
- 전술한 바와 같이 국정원 회수분은 전량소각 조치
- 다만 외부 상황에 대하여는 장담 못함. 설령 외부에 잔존한다 해도 이번 일로 세상에 나타나기는 불가할 것임,.

○ 직무유기 비난에 대해
- 만약 직무유기죄가 성립된다면 제가 전적으로 책임지겠슴.
- 6년 세월이 지나고 정권이 바뀐 지금 일부 노출로 혼란이 이 정도인데, 그때 당시 더 남은 테잎이 노출되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
- 당시 아닌 어떤 분이 감찰실장에, 천용택 원장님 아닌 다른 분이 원장이셨더라도 아마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으로 생각됨.

○ 당시 박지원 장관 등 고위층에 테잎 제공 등은 결코 없었음을 다시 천명함. 혹여 테잎을 구하려 애쓰셨던 분들은 지금쯤 내게 감사하고 있지 않겠나 생각하니 쓴 웃음.

소회

○ "정보기관 생활 수십년 동안 매순간순간 소신껏 하지 못했다는 것이 퇴직 후 제일 후회스럽다" 퇴직선배의 말이 곱씹어짐.

출처: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