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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기자가 체험한 TV 미팅 프로그램의 실체2006-02-02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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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방송체험] KBS 2TV '좋은사람 소개시켜 줘‘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히트 TV 프로그램을 기억하는가.
최근 ‘사랑의 스튜디오’에 이어 일반인 미팅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KBS 2TV의 ’좋은사람 소개시켜줘‘(연출 한경천 원종재)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과 맞물리면서 ‘연예인 짝짓기의 아류’, ‘짜고 치는 고스톱’ 등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실제 진행은 어떨까. 기자가 직접 남자 도전자로 출연해봤다.

녹화 3일여를 앞두고 기자는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고 이어 담당 구성작가는 출연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했다.

기본적인 신상명세에서부터 시작해 ‘좋아하는 이성상’, ‘연인을 달래는 방법’ 등 30여가지 질문에 대한 출연자의 답변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두 MC 박수홍과 박경림을 위한 대본 작업에 쓰여진다.

녹화 시작 전까지 남녀 출연자 확실히 분리, 접촉 차단

녹화 당일 오전, 남자 출연자 4명이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분장실에 모였다. 이날의 출연자는 기자, 대기업 사원, 개인 사업을 하는 대학생, 화장품 업체 영업을 담당하는 팀장 등.

실제 녹화는 본관 스튜디오에서 이뤄지지만 이미 남자 출연자들의 소집 시간 1시간여 전에 모인 여자 출연자들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준비 장소를 달리 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어차피 일반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짝을 찾는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자들 사이에 미리 교감이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제작진의 대답은 단호하다 “연예인 출연 프로그램과는 달리 짜여진 연기에 의한 방송이 익숙치 않은 일반인 출연자의 경우 조금이라도 사전에 짜여진 것이 있으면 녹화시 어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

간단한 분장과 스타일리스트들의 도움을 받아 의상을 착용한 후에는 담당 구성작가들과의 대본 연습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의상은 정장 혹은 캐주얼 정장.

남자 출연자들을 담당한 김희은 작가는 “너무 오락적인 느낌을 줄 수 있어 완전한 캐주얼 차림 보다는 캐주얼 정장과 정장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대본이 없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시청자들이 ‘짜고 치기’의 의혹을 갖는 이유도 이 대본의 존재 때문이지만 실제 대본상에 선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대본’은 있지만 ‘미리 정해진 선택’은 없다

여기서의 대본 연습은 프로그램 녹화 순서 숙지와 출연자들이 미리 준비해 온 장기자랑을 연습해 보는 것.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지 않는 발언이나 출연자끼리 겹치는 장기 등은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이 된다.

녹화 시작 전 담당 PD와의 간단한 만남. 이 자리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한경천 PD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더 과감해지고 때로는 스스로 ‘망가진다’는 느낌이 들어도 크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 모습 보다 화면에 비치는 동작이나 목소리가 소극적으로 보여지기 때문.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지나면서 진행된 준비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실제 녹화.

일단 녹화가 시작되면 그 과정은 TV에서 보여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시간여의 녹화 시간에 1시간 내외의 방영 시간이면 코너 사이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해 크게 편집되는 부분 없이 현장의 모습이 거의 TV로 그대로 보여지는 셈이다.

‘좋은사람 소개시켜 줘’에서는 ‘첫인상 선택’과 ‘최종 선택’ 두 번의 파트너 선택 시간이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제작진이나 출연자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일이 다반사.

출연 기자 역시 선택이 엇갈리는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 “단지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라던 기존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현실감의 경험이다.

결국 대본에 있는 MC들의 질문은 형식적인 것이 되고 상황에 따른 MC들의 재치 넘치는 질문에 출연자들은 꾸며지거나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의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송이 낯선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는 너무 벅찬 상황이 아닐까. 이 역시 MC들의 몫. 박수홍과 박경림은 코너 사이 쉬는 시간을 통해 출연자들을 다독이며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최종 선택의 시간이 지나고 프로그램이 끝난다. 여기서 항상 고개를 드는 질문은 “정말 커플로 연결된 사람들이 사귀는 것일까”.

짧은 시간의 '짝짓기' 보다는 '건전한 사교'에 더 집중

실제 상황은 이렇다. 녹화가 끝나고 회식이 시작되면 방송 중 연결된 커플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전체 출연자들의 친목회가 된다. 3시간여의 짧은 녹화 시간 동안 진정한 ‘짝’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연출자인 원종재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단순히 ‘짝’을 찾아주자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프로그램 제목을 ‘좋은 신부감 소개시켜 줘’ 쯤으로 했어야 할 것”이라며 “건전한 이성들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예전 ‘사랑의 스튜디오’가 그랬듯 ‘좋은사람 소개시켜 줘’ 역시 제작진의 후원으로 출연자들의 모임이 결성되 활동중이며 이 모임 자체가 또 하나의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셈.

그런 면에서 ‘좋은사람 소개시켜 줘’가 방송되는 과정에서 ‘사랑’이나 ‘고백’ 등의 단어가 남발되고 강조되는 것은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특집 방영을 위해 유명인 혹은 연예인이 출연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재미를 위한 짝짓기 프로그램’ 보다는 ‘건전한 사교 프로그램’을 지향해야 하고 그렇게 불리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더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사람 소개시켜 줘’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 40분에 방영된다.

출처 :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