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들은 미국인이나 독일인에 비해 잠은 적게 자고 일은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 성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은 독일 남성보다 두 배에 육박하는 일벌레지만 가사노동시간은 고작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자 성인들은 독일 여성보다 가사노동시간이 31분 많으면서도 생업을 위해 일하는시간도 1시간33분이나 많아 집 안팎에서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가 하는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인당 월 111만원으로 추산됐다.
통계청 여성가족부 한국여성개발원은 27일 여성개발원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4년 생활시간조사 종합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 잠 적게 자고 일 많이 하는 한국인=우리나라 20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이 수면을 취하는 시간은 하루 7시간44분으로 미국 8시간34분, 독일 8시간15분보다 31~50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하는 시간은 하루 4시간57분에 달해 미국(3시간39분)보다는 1시간 이상, 독일(2시간53분)보다는 2시간 이상 많았다.
우리나라 여성 수면시간은 7시간41분으로 남성보다 6분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지만미국이나 독일 여성은 남성보다 7분을 더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주 5일제 시행 후 수면시간이 늘고 일하는 시간이 줄었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면시간은 7시간38분으로 1999년보다 2분 늘었고 여가생활시간도 4시간20분으로 5년 전보다 16분 증가한 반면 일하는 시간은 40분 감소했다.
일본 취업자와 비교하면 한국 취업자는 일은 1분, 학습은 2분 적게 했으며 이동시간은 37분, 수면은 8분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남성 가사노동시간 독일에 비해 4분의 1=성별로 보면 한국 남자 성인이 일하는시간은 6시간 21분으로 미국 4시간22분보다 1시간59분, 독일 3시간45분보다 2시간36분이나 많아 가족 생계를 위해 일하는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한국 남성 가사노동시간은 46분에 불과해 미국 남성(2시간22분)이나 독일남성(2시간43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여성 가사노동시간은 4시간9분으로 미국과 독일보다 각각 7분, 31분 많으면서도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도 3시간37분에 달해 미국보다 38분, 독일보다 1시간33분이나 많았다.
이는 한국 여성들이 최근 들어 취업전선에 내몰리면서도 가사노동 부담을 덜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가사노동시간이 가장 긴 집단은 미취학 자녀가 있는 한국 전업주부로 8시간25분에 달했고 가장 짧은 집단은 미취학 자녀가 없는 한국 취업주부로 3시간26분이었다.
연령대별 근로시간은 4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9∼24세 187.0분, 25∼29세 249.2분, 30∼34세 272.2분, 35∼39세 294.9분, 40∼44세 315.4분등으로 40대 초반까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40대 중반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45∼49세 311.7분, 50∼54세 287.0분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공부와 봉사 부족한 한국인=한국 성인들이 외국어나 컴퓨터, 강습 등 학습에 들이는 시간은 하루 13분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29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수준이고 독일인 16분보다 적다.
학습시간을 연령대별로 보면 15∼24세가 5시간19분으로 미국 2시간9분, 독일 1시간53분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25∼44세는 9분으로 미국 10분이나 독일 18분보다 적었다.
지역별 학습시간을 분석하면 정규수업이 광주ㆍ전남에서 높게 나타났고 서울은 낮았으며 과외시간은 서울이 가장 높고 강원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45세 이상 한국인은 학습시간이 전혀 없었으나 미국이나 독일은 1∼6분이었다.
참여ㆍ봉사시간은 한국이 5분에 불과해 미국 27분, 독일 21분에 비해 20~25% 수준에 머물러 사회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 전업주부 무급 가사노동 월 111만원=김종숙 여성개발원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통해 전업주부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8.2%인 219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전업주부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월 111만원, 연간 1337만원이었으며 무급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5시간49분으로 나타났다.
논문에서는 미취학 아동 돌보기, 취학아동 보살피기, 배우자ㆍ부모ㆍ그외 가족 보살피기 등 ´돌봄´과 관련된 가계 산업에 투입된 노동과 자본 등을 모두 계산한 결과 GDP 대비 5.48%인 42조6587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윤재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