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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황 교수는 왜 진실고백 '타이밍' 놓쳤나?2005-12-28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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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의 만시지탄 "의혹에 성실히 답변했어야

서울대학교 조사위의 23일 중간발표로 황우석 교수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조작극'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황 교수는 교수직 사퇴를 발표하면서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은 대한민국의 기술"이라며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황 교수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줄기세포가 뒤바뀌었다"는 황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황 교수가 주요 고비마다 진실을 숨기고 자신의 정당성만을 강조해온 것은 이번 사건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황 교수가 서울대 중간발표를 앞둔 22일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한학수 MBC PD는 "황 교수의 대담한 성격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어왔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가 진실 고백의 타이밍을 번번이 놓친 것에 대해서는 황 교수팀 내부에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황 교수는 "MBC < PD수첩 >으로부터 DNA 1차 검증 결과를 통보받은 다음날(11월 18일) 자신의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후속논문으로 연구성과를 검증받는 길을 택했다.

그는 15일 오전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동결 처리된 줄기세포 5개를 녹여 재검증한 뒤 결과를 발표하자"며 열흘의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황 교수의 느닷없는 고백에 당황한 노 이사장은 결국 폭탄선언을 하고 만다. MBC도 이날 저녁 < PD수첩 > 특집방송으로 발빠르게 대응했다.

황 교수팀은 갑작스런 상황 변화로 비상이 걸렸다. 한 측근은 황 교수에게 "내일 조간신문에 노 이사장 얘기와 < PD수첩 > 얘기만 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 올지 모른다, 오늘밤에라도 당장 해명 기자회견을 하자"고 권유했지만, 그는 다음날 정리된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 교수의 16일 기자회견은 그 동안의 의혹에 대한 명쾌한 해명보다는 '시간 벌기'로 비쳐져 결과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황 교수의 오판은 이때만이 아니었다. 황 교수는 지난 6일 "이제 사사로운 논란에 대응하지 말고 연구에 복귀하자"고 말한 뒤 다음날(7일) 수면장애와 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5일 새벽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회원들이 '중복사진' 의혹을 제기하고 섀튼 교수도 피츠버그대에 사건 조사를 의뢰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갔지만 그의 생각은 요지부동이었다.

"황 교수팀 사람들, 사회성이 없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사사로운 논란이라도 의혹이 제기되면 성실하게 답변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연구팀이 너무 지치고 미뤄놓은 일이 많다보니 빨리 연구에 복귀하려는 마음이 급했다. 나는 내심으로는 의혹을 적극 해명하길 원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동의해줬다." (황 교수팀의 관계자)

그동안 황 교수가 능란한 언론플레이를 펼쳐왔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부에서 황 교수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비쳐졌다고 한다. 황 교수는 평소 신문·방송을 거의 안보고, 인터넷도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축구선수 박주영이 누구냐고 묻는 황 교수를 보고 실소를 터뜨린 사람도 있다.

이렇다보니 황 교수 측이 언론 보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수혈된 사람이 윤태일 리더스미디어 사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윤 사장도 '줄기세포'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숙지하지 못한 채 < PD수첩 > 제작진에게 황 교수 입장만을 일방으로 전달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심지어 윤 사장은 안규리 서울대 의대교수가 YTN 기자와 함께 피츠버그대 연구원을 인터뷰하러 간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는 등 내부의 고급정보로부터 소외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황 교수팀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의 성격이 너무도 신중하다보니 외부인들에게는 그가 마치 거짓말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그를 변호했다. 그는 "황 교수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며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황 교수팀 사람들은 한마디로 사회성이 없었다"고 평했다.


출처: OhmyNews 손병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