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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미국 버클리에서 유학중인 분이 쓴 글2005-12-09
작성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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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클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입니다. 황우석 박사에 대한 소개와 글들을 인터넷 등을 통해 보면서, 한국이 지도자 복은 없어도,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아 이런 우국충정을 가진 과학자 하나는 갖게 해 주는구나 했습니다. 근데, 지난 4-5개월 전부터 자꾸 윤리성/도덕성 운운하면서, 또다시 사람하나 죽이는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더니 결국 MBC가 일을 터트리고 말았네요.
이런 때는 좀 예감이 안맞아야 하는건데...

내 얘기를 들은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내 난자라도 주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저도 박수를 치면서 내 마누라지만 한개가 아니라 열개라도 주고 싶다 그랫습니다. 저는 이것이 본국과 세계전체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디아스포라들의 민심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MBC와 소위 윤리성 운운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의, 이번 케이스에 대한 부적절성을 말했으니, 저는 생략합니다.
다만 미국에 있는 한국인으로서, 미국과 영국등 소위 줄기세포와 생명공학을 하는 사람들이 보는 시각을 전해 드리면, 이번의 보도가 얼마나 과 을 외면한 체, 낭만적 진실주의의 가면을 쓴 값싼 저널리즘의 소산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90년대 이후 스탠포드의 학맥을 중심으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되면서, 인터넷 반도체 등의 첨단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사는 코리안들도 자다가 깨면 100만장자가 되는 경우가 90년대에 비일비재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뜨면 해가 지듯 이곳 실리콘 밸리에도 석양이 찾아와 지금은 많은 첨단 산업체들이 인도와 중국등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물론, 야후, 이베이, 구글 등은 버티고 있지요). 그런 가운데 미래의 첨단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연구되는 산업이 생명공학(bio thchnology) 분야입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제가 아는 친구가 이곳에 생명공학회사에서 근무하는데, 황우석 교수 얘기를 흥분하면서 하면서, 바로 그 연구는 생명공학 분야의 핵중의 핵으로 불리는 중요한 연구로 일컬어 진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미국은 왜 돈도 많고, 기술도 많은데 못하냐? 미국의 경우는 부시 행정부 등 신 보수주의의 제재로 인해, 사회와 법 등 여러분야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가로막는 요인들이 진을 치고 있어 진척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아시아의 코리아가 그것도 몇몇의 과학자

특공대들이 하루에 3시간 자고, 일요일도 반환하면서 용맹정진하여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성공했습니다. 거기다 한 수 더떠서 복제개까지 만들었다는 소식은 이 연구의 중요성을 아는 다수의 미국 국민들과 과학자들에게 호기심을 넘어 긴장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황박사님의 줄기세포연구 성공기사가 뉴욕타임즈에 실린 이후, 민주당 측과 심지어 공화당의 진보적 그룹(물론, 이들에게 돈을 대는 생명공학 회사들의 로비가 있었겠지요)까지 미국의 법적 제재를 풀 것을 안달복달하는 기사가 연일 실렸더랬습니다.

이미 주도권은 아시아의 작은 나라 코리아로 넘어갔고, 한국이 미래 생명공학산업의 핵 배아줄기세포연구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대세였습니다. 이 황우석이라는 사람...1억달러는 준다고 해도 '과학에는 조국이 없지만 과학자에는 조국이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만 하고 서울대 연구실에서 안 움직이지..제재를 가할수도 없고, CIA를 보낼 수도 없고, 이라크처럼 손을 볼 수도 없는 일...미국의 타는 속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던 차에, 고맙게도 한국의 언론이 스스로 나서준 것입니다. 특히 MBC가 자신들의 안타까운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하듯, 황박사에게 멋지게 손을 보아 주었으니...여태까지 MBC 안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보인 반미적 자세에 대한 서운함은 이번에 깨끗이 잊어 주기로 했겠지요.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미국과 선진국들로서는 '콧물 안묻히고 코 풀었다'는 말 밖에 떠 오르지 않습니다. 어쩜 정확한 타이밍에 그것도 급소를 정확히 때리는 저격술로, 그것도 자기 사람들을 넘어뜨릴 수가 있을까? 미국 언론은 이미 버린 근대주의의 '객관성의 환상'을 아직도 신봉하며, 이렇게 일을 성사시켜 주니 그저 THANK YOU!!이지요. 1년이 아니라, 단 1주라도 연구가 덜 진행되도록 시간을 벌어준다면 이 치열할 각축장에서 뺏긴 주도권을 만회할 수 있을텐데, 그동안 6개월 이상을 황박사가 연구에 손을 댈 수 없도록, 지적/육체적/정신적으로 압박과 타격을 가해주었으니 얼마나 감사할까요?

과연 공맹이 난 나라보다 공맹의 사상을 더 열렬히 숭배한 정신의 힘이 바로 여기서 부활한 것입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등 과학잡지는 앞으로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겁니다. 과학자 자신이 때로 윤리, 도덕, 종교의 경계를 넘어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경우가 있음을 선배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의 역사적 유산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윤리기준의 확정을 다짐하는 선에서 넘어가겠지요.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이번의 일이 주는 파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 선진국들이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주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 적어도 외국에서 공부한 탁월한 한인과학자들이 황박사의 영웅적 스토리, 인격, 실력에 감동되어 한국으로 귀향할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think tank의 고갈로 인해, 연구가 확장될 루트를 스스로 차단한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쇼비니즘이니 값싼 애국주의적 발상이라 쉽게 말하지 마세요.
지금 민족공동체가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 알고 하는 말입니까? 중국은 커져 점점 통일에의 기대가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확장은 중국견제를 위해 미국의 후원아래 이뤄지고 있음은 상식입니다. 더구나, 남과 북이 갈린 아래, 북한동포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굶어죽어가고 있는 동포가 올해도 얼마나 될 지 예측을 뛰어 넘습니다. 이미 중국에는 탈북자들을 노예화하여 부리고 있음을 국제 인권위원회가 보고서로 내는 슬픈 조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남과 북이 통일되기까지 한국인의 윤리기준에서 , 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객관성, 진실성, 보편적 윤리 운운하지 마세요. 그거 19세기 20세기 초에 서구의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유럽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쓴 이념적 산물이라는 것, 이 세상 어디에도 순수한 형태의 객관성과 보편적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지식사회에서는 상식에 속합니다. 만일 이런 것이 존재한다면, 다만 실천적/실용적으로만 있을 뿐입니다.

그런, 폐기처분된 모더니즘의 지적 산물로 자신들의 지극히 파당적이고, 분파적인 이익을 옹호하지 마셔야 합니다. 진실성은 언론의 전유물인 양 선전하지 말란말입니다. 해석없이 역사 없듯, 순수 무공해의 윤리는 없습니다. 요는 어떤 눈으로 보느냐입니다. 더구나 이번 일은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볼 수 있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게 볼 수 있는 윤리 이전의 스토리가 아닙니까? 윤리기준도 제대로 만들어지기

전임에, 학자 자신의 원칙과 도덕적 양심을 따라 행한 일을 놓고, 윤리성 운운함은 설익은 도덕주의자들의 좁은 안목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MBC PD 수첩은 제가 볼 때, 도덕주의자란 영광스런 호칭을 받을 상대도 아닌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지금 가장 상위의 가치관이요 척도가 될 것인가라는 한정적 논의만 가능합니다. 과 을 생각지 않은 낭만적 발상의 객관주의, 과학주의, 진실성은 기만이요 환영입니다.

생명현상과 생명존중은 그렇게 간단하게 당대의 윤리적/도덕적 틀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만일 윤리적 기준으로 이 연구를 대한다면, 우리가 위대하게 여기는 수없이 많은 역사상의 위인들도 이 윤리적 비판에서 자유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람의 속을 보고자 하여 죽은 스승의 시체를 해부한 허준, 조국을 구한다는 미명으로 폭탄을 든 테러리스트 윤봉길, 목화씨를 밀매하여 들여온 문익점은 과연 윤리적이라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이들의 행동이 당대의 윤리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우리가 그들을 위대한 선각자라 말함은, 이들이 다른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그 생명현상의 구체적 현장인 을 위한 일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경우 MBC에 대한 반응은 과해도 괜찮다고 봅니다. 어설픈 중용이나 관용의 태도는 젊잖은 '선비'처럼 폼을 제는데 쓸모 있을지 모르나,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대못을 박는 공동체적 식견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남을 위해 살겠다는 사람들 인위적으로 난도질하는 일이 없도록 이번에 확실히 칼을 뽑아 손을 봐주어야 합니다. 적어도 민족생존과 공공성은 생각지 못하더라도, 값싼 저널리즘을 통해 모범적 삶을 살려는 사람과 그 인생을 엮어 버리려는 기도 자체가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말입니다.

출처: 엠파스 블로그